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지난해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감소하면서 모회사인 AB인베브에 대한 배당금 규모도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류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오비맥주는 8일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1조3445억원, 영업이익 26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0.62%,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수치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0.9% 늘어난 1615억원을 나타냈다.
오비맥주의 매출액은 지난 2018년 1조6981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2018년 5154억원을 기록한 것을 기점으로 매년 감소해 지난 2020년에는 2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2620억원을 나타내면서 2년 연속 2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오비맥주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 탓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주류 시장은 주로 유흥 시장에서의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유흥 시장에서의 매출은 급감했다. 대신 홈술, 혼술 등 가정용 시장이 성장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유흥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주류 시장의 약 6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유흥 시장의 비중은 30%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서 다시 40%대로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즉 주류 업계의 판도가 변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를 비롯한 주류 업체들은 가정용 시장을 잡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홈술, 혼술족을 위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는 한편 각종 마케팅을 통해 가정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주류 업계는 오프라인 대면 마케팅이 핵심이다. 온라인 비대면 마케팅은 한계가 분명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자 홈술, 혼술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맥주 이외에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찾기 시작했다. 또 맥주 종량세가 시행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수제맥주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오비맥주 등 기존 대형 맥주 업체들의 자리를 잠식한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비맥주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오비맥주가 모회사인 AB인베브에 지급하는 배당금 규모도 줄어들었다. AB 인베브는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배당금은 모두 AB인베브가 가져간다. 그동안 오비맥주는 2년에 한 번씩 배당을 실시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매년 배당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오비맥주의 배당금액은 전년 대비 16% 줄어든 3360억원이다. 지난 2019년부터 2년 연속 4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지급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다시 3000억원대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이 배당금액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오비맥주도 코로나19에 따른 주류 소비 트렌드 변화는 쉽게 넘어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유흥 시장이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류 업체들도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