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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휴젤, '꽃길'과 '가시밭길' 사이에 서다

  • 2020.10.30(금) 17:14

중국 판매허가 획득…합리적 가격‧제품력에 경쟁력 충분
메디톡스, ITC 승소시 휴젤에 균주출처 의혹 가능성 농후

휴젤이 최근 자사 보툴리눔톡신 ‘레티보(국내 제품명: 보툴렉스)’의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한 중국 판매 허가를 취득했습니다.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중국 시장에 발을 내딛는데 성공하면서 휴젤의 미래에 꽃길이 열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걸림돌도 있습니다.

◇ 국내 시장 1위로 우뚝…중국 시장 경쟁력도 충분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중 휴젤이 4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국내 시장을 장악했던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휴젤이 독주하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허가 취소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식약처와 메디톡스가 다투는 사이 휴젤은 시장을 확실하게 차지했습니다.

중국에서의 전망도 밝습니다. 휴젤은 지난해 4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판매 허가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허가를 승인 받았습니다. 앞서 지난 2018년 2월 허가 신청을 냈던 메디톡스는 아직 허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휴젤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진출한 겁니다.

중국 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규모는 약 6000억 원에 달합니다. 중국 시장의 20%만 차지해도 국내 전체 보툴리눔톡신 시장 규모에 맞먹습니다. 휴젤은 오는 2023년 중국 보툴리눔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현재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와 중국 란저우연구소의 ‘BTXA’ 두 개 제품만 판매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7개 품목이 허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매우 낮습니다.

휴젤은 ‘레티보’가 보톡스와 BTXA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어 중국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톡스는 제품력은 갖췄지만 가격대가 높습니다. BTXA는 가격이 합리적인 반면 제품력이 다소 아쉬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레티보’는 제품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갖췄습니다. 휴젤이 중국 시장에서의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입니다.

◇ ITC서 메디톡스 승소시 균주 출처 의혹 '발목'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당초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휴젤에 대해서도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보툴리눔톡신 제제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4곳입니다. 미국 앨러간, 프랑스 입센, 독일 멀츠, 중국 란저우 등입니다.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보툴리눔톡신 균주의 기원은 단 2개로 압축됩니다. 엘러간과 란저우연구소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보관 중인 A홀하이퍼에서 유래됐습니다. 입센과 멀츠는 미국 균주은행에서 유래된 ATCC 3502입니다.

세계에서 단 4곳만이 성공한 보툴리눔톡신을 우리나라는 총 17개 제품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이 A홀하이퍼입니다. 휴젤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음식물류를 수거해 부패시킨 뒤 보툴리눔톡신을 분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자적으로 발견한 CBFC26 균주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러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균주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염기서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툴리눔 균주를 찾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메디톡스가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균주 출처 의혹을 제기한 이유입니다.

당초 휴젤 등 다수 기업들을 상대로 의혹을 제기했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만 노리기 시작한 건 미국 시장 때문입니다. 메디톡스는 미국 앨러간과 손을 잡으면서 대웅제약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대웅제약과 균주 출처 의혹으로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업계는 대웅제약이 패소한다면 다음 타깃은 휴젤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메디톡스는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휴젤에 빼앗긴 데다, 아직 중국에서 허가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만일 메디톡스가 중국 시장을 노린다면 그동안 미뤄뒀던 휴젤의 균주 출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할겁니다. 만약 휴젤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가 일치하다면 휴젤은 국내 시장에서 입은 수익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판매허가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휴젤은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제제라고 강력히 주장해왔습니다. 사실이라면 휴젤에 걸림돌이 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염기서열을 공개하지 않아 균주 출처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휴젤은 메디톡스의 의혹 제기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의 경우 전 메디톡스 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는 등 균주를 도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반면, 휴젤은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없습니다. 휴젤의 입장에서는 메디톡스가 지난 2016년에 이어 또 다시 휴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다면 억울할 법도 한 일입니다. 휴젤은 메디톡스의 이런 의혹제기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ITC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승소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서 휴젤을 상대로 태클을 걸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대웅제약이 승소한다면 메디톡스로서는 난감해집니다. 결국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다툼 결과에 따라 휴젤이 그대로 꽃길을 걸을지, 가시밭길에 들어설지가 달려있는 셈입니다. 다음 달 19일 발표 예정인 ITC 결과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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