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정보지에 등장한 롯데 이야기
하아, 이런 날도 있습니다. 이번 주 업계가 너무 조용했습니다. 도쿄 올림픽 때문일까요? 아님 휴가철이 시작돼서일까요? 한 주간 업계에 있었던 주요한 일들을 정리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참 암담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팀 후배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했더니 "그러네요, 이번 주에는 유난히 일이 없었네요" 하더군요. 도움이 안 됩니다. 자기 일 아니라고 선배의 고민을 모른 척하다니 야속하더군요.
하루 종일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 메신저를 통해 돌았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솔직히 쓸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보지 내용이었거든요. 기자들도 가끔씩 정보지를 받고는 합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죠. 가끔은 제가 쓴 기사를 정보지로 받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황당하죠. 정보지의 내용이 맞을 확률은 경험상 5%도 채 되지 않습니다.
각 분야별로 떠도는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일종의 각색도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지가 또 희한한 것이 가끔씩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극히 드물지만 큰 정보가 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정보지를 참고 삼아 보고는 합니다. 정보지에 근거해서 기사를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실제로 그럴싸해서 직접 확인해보면 아닌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돌았던 정보지 내용은 꽤 구체적이고 살벌했습니다. 최고 경영진의 교체부터 조직 개편, 구조조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어디 이야기였냐고요? 롯데였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출입처 중 한 곳의 내용이라 더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자세한 내용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읽어보면서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실 최근 롯데의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롯데는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입니다. 유통업계의 최강자죠. 수십 년간 국내 유통산업을 이끌어왔던 리더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위상에 흠집이 많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신세계와 자주 비교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해온 신세계와 달리 롯데는 무겁고 우직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빨리 움직여 성과를 내는 신세계에 비해 늘 뒤처지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롯데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자성(自省)의 목소리도 높죠. 하지만 롯데는 구조적으로 조직이 방대합니다. 의사결정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기업문화도 안정적인 것을 추구합니다. 신세계와는 상반되는 면들이 많습니다. 또 그런 면들이 외부에 많이 부각되기도 했고요.
아무튼 정보지의 내용은 매우 디테일했습니다. 그래서 확인을 해봤습니다. 총 여섯 개의 항목 중 하나만 맞더군요. 그리고 이 정보지 내용은 롯데그룹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보니 정보지가 돌았던 당일 롯데그룹 계열사 곳곳에서도 같은 내용의 정보지가 돌아다니면서 무척 뒤숭숭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
어찌 됐건 제가 정보지 내용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롯데의 실적이 좋지 않아서입니다. 특히 롯데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됐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쳤죠. 더불어 소비 트렌드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발표된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에서도 이런 점은 잘 드러납니다. 롯데쇼핑의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3조90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습니다. 전년 대비 444.7% 증가한 75억7300만원이었습니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년 대비 영업이익 수치는 좋아졌죠.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분기 롯데쇼핑의 실적을 이끈 것은 백화점이었습니다. 백화점과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전부 적자였습니다. 백화점과 하이마트, 홈쇼핑이 벌어들인 것을 나머지가 모두 까먹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백화점의 경우도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명품 '보복 소비' 덕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롯데쇼핑의 실적은 증권사 예상치의 10분의 1수준이었습니다. 당초 증권사들은 롯데쇼핑의 2분기 매출액을 4조858억원, 영업이익은 772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그만큼 롯데쇼핑도 내성이 생겨 일정 정도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겁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적자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숫자가 너무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눈여겨볼 것은 이커머스 부문입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이커머스 열풍이 돌고 있는 것은 아시죠? 여러분들이 자주 사용하시는 쿠팡, 마켓컬리 등이 모두 이커머스 영역입니다. 롯데도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작년 '롯데ON'을 론칭했습니다. 롯데의 온라인 역량을 총집결했다고 자신했던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이 롯데ON이 영 신통치 않습니다.
지난 2분기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0.4% 감소한 290억원,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된 32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는 지난 4월 롯데ON을 강화하기 위해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영입,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일종의 변화를 모색한 거죠. 하지만 여전히 실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롯데ON은 아직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롯데ON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사이 경쟁업체들은 점점 더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신세계의 질주가 롯데에게는 꽤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이어 네이버와의 연합 등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광폭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죠. 상대적으로 롯데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키'는 신동빈 회장이
이런 사정들이 겹치면서 앞서 말씀드린 정보지의 내용들이 다시 기억이 난 겁니다. 롯데는 현재 내부적으로 재정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룹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부문도 있습니다. 이후 모종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롯데도 더 이상 이대로 뒤처질 수만은 없을 테니까요.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인 VCM에서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상일 겁니다.
정보지의 내용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이미 정보지에서 언급했던 날짜가 지난 것들도 많습니다. 정보지를 맹신할 수 없는 이유죠.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당장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들입니다. 이번 정보지가 유난히 신경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같은 내용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비슷한 내용들이 들려온 지가 꽤 됐기도 했고요.
어찌 됐건 정보지에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한낱 정보지 내용에 롯데가 술렁였다는 것도 이미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는 이상기류를 감지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물론 이를 일축하듯 롯데가 정보지의 내용대로 변화를 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최근 롯데의 행보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분명 역량도, 능력도 충분함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에서 분명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가장 답답한 것은 롯데겠죠. 어쩌면 롯데도 조용히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롯데가 처한 상황이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쥐고 있습니다. 그동안 신 회장이 VCM에서 언급한 발언들을 리뷰해보면 신 회장 자신이 현재 롯데가 처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발점이 외부이건, 내부이건 그 동력은 신 회장의 결단에 달려있습니다. 과연 신 회장이 결단을 내릴지, 내린다면 어떤 처방을 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