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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회장의 우선 순위 '핏줄 > 돈 > 신뢰'

  • 2021.09.04(토) 11:00

[주간유통]남양유업 매각, 없던 일로
홍원식 회장 '계약 해지'…한앤컴 '반발'
'가격 재협상' 등 요구…소송전 돌입할 듯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예정된 수순

한 주 걸러 한 주씩인 듯합니다. 남양유업이 또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사실 예견됐던 일이기는 합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판을 뒤엎었습니다. 지난 7월 30일로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고 잠적했을 때부터 남양유업의 매각은 어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여러 정황상 그전부터 홍 회장은 '변심'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임시 주총 연기와 잠적으로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죠.

다들 이때부터 직감하셨을 겁니다. '아! 또 남양이 남양하겠구나'하고 말이죠. 홍 회장이 눈물을 보이며 '참회'하는 듯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을 없었을 겁니다. 적어도 그가 그때 흘렸던 눈물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홍 회장의 눈물은 점점 '악어의 눈물'이 돼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일 홍 회장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홍 회장이 밝힌 해지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한앤컴퍼니가 합의사항 이행을 거부한 데다 △비밀유지의무도 위반했고 △거래종결 이전부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다는 겁니다. 이어 "마지막까지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며 "선친 때부터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 없다고 결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더불어 홍 회장은 장기전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LBK앤파트너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법조계에서 LBK파트너스는 소송에 일가견이 있는 로펌으로 통합니다. 통상적으로 M&A(인수·합병)와 관련된 소송은 약 2년가량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2년간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남양유업의 경영진으로 그대로 남습니다.

대국민 사과를 통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홍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들들도 슬그머니 복귀하거나 임원으로 승진했죠. 매각 발표 이후 홍 회장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그는 이미 이런 과정까지 계산에 넣어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의 변심 이유에 대해 주변에 누군가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너무 싸게 넘겼다', '남양유업을 팔더라도 자식들이 계속 이어갈 창구는 만들어둬야 한다' 등 소위 바람잡이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예상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홍 회장이 이처럼 상식 밖의 행보를 보일 리가 없다는 겁니다. 그 누군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죠.

더불어 한앤컴퍼니와 맺은 계약상의 가격보다 더 많은 액수를 부른 곳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홍 회장도 자신이 이렇게 몽니를 부리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끌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홍 회장의 몽니가 통하는 모양새입니다. 대외적으로 무수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정작 홍 회장이 실질적으로 잃은 것은 없으니까요.

 '아버지' 홍원식, '경영자' 홍원식을 이기다

홍 회장의 속내는 계약 해지 통보에 슬쩍 드러나 있습니다. 그는 "임시 주주총회일 이전에 거래 종결일을 7월 30일로 볼 수 없고 거래 종결을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매수인 측에 전달하고…"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다만 그 내용을 임시 주총 전날인 29일 밤 10시 일방적으로 팩스로 전달했습니다. 한앤컴퍼니와 이 사안에 대한 협의나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난 이슈임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며 "매수인은 흡사 제가 5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도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하고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자,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이번 건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홍 회장은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제가 5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도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하고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이라고도 했죠.

홍 회장의 언급에 기초해서 보면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 측에 무언가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이 요구는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측이 계약서 작성 시 계약서에 담지 않은 내용으로 보입니다. 홍 회장이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인정할 수 없다'라고 한 것이 억울하다는 뉘앙스로 말한 것이 그 근거입니다. 그렇다면 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홍 회장의 요구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홍 회장이 '최대주주가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하고 남양유업에 결정적 장애가 될 수 있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홍 회장 입장에서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건은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합니다. 한앤컴퍼니는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당사나 어느 누구라도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며 한 바가 있다"고 했습니다.

대략적인 힌트가 나왔습니다.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 측에 '가격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 5월 매각 가격에 합의하고 계약까지 마쳤는데 계약 이후 다시 가격을 조정하자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아마도 가격을 더 올려달라고 했을 겁니다. 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한앤컴퍼니가 들어 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몽니를 부립니다.

둘 사이에 구두로 합의를 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억이 오가는 거래에 계약서에 명시된 가격 이외에 구두로 추가적인 가격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은 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유심히 볼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홍 회장은 가격 재협상 이외에 추가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요구는 홍 회장 입장에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이 요구가 무엇이었을까요?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두 아들의 거취에 대한 요구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각 발표 전날 직위해제 상태였던 장남을 복귀시켰고 차남을 승진 발령했다는 것은 향후 아들들을 남양유업에 계속 남겨두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홍 회장이 매각 이후에도 두 아들들이 남양유업에 남아 향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를 원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이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을 겁니다. 지금의 남양유업 사태의 원인이 바로  '오너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오너 리스크 탓에 휘청이는 회사를 인수하는데 오너 일가를 남겨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홍 회장이 자식들의 미래를 책임지려던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아버지' 홍 회장이 '경영자' 홍 회장을 이긴 셈입니다.

그에게 남양유업은 없다

한앤컴퍼니는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입니다. 하나는 홍 회장 등 주식매매계약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 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입니다. 또 하나는  홍 회장을 상대로 전자등록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입니다. 홍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함부로 다른 곳에 매각하지 못하도록한 거죠. 묶어둔 겁니다. 법원은 일단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양측의 지난한 법적 공방입니다. 일단 홍 회장은 몽니를 부린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태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홍 회장이 이렇게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예상 못 했을 리 없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시기를 보고 있을 겁니다. 오히려 속이 타는 쪽은 한앤컴퍼니일 겁니다. 이미 한앤컴퍼니는 이번 건으로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이번 소송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그래야 실추된 명예와 유무형의 손해들을 조금이나마 복구할 수 있어서입니다.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사활을 걸고 이번 소송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앤컴퍼니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고 법적으로도 전혀 타당하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홍 회장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앤컴퍼니는 "모든 합의사항은 서면으로 남아 있으며 오히려 그와 정반대의 내용들에 대한 자료들만 넘치므로 법원에서 규명될 것"이라면서 "모든 진실은 법원에서 객관적 증거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이번 소송전에서 홍 회장이 그동안 얼마나 불합리한 주장을 해왔는지를 명백히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남양유업 본사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번 건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남양유업은?'.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숨죽이며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치열한 싸움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그동안 일련의 사건들로 남양유업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때도 묵묵히 자신들의 일터를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지금껏 결정은 늘 홍 회장과 경영진이 했고 그 벌은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받아왔습니다.

이번 건도 마찬가집니다. 소비자들은 홍 회장이 자식들의 안위와 가족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가 보여준 행동과 말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홍 회장이 매각 판을 뒤엎은 이후 남양유업에 대한 여론은 극도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조짐도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을 홍 회장이 자초했습니다.

하지만 홍 회장은 스스로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선친 때부터 일궈온 남양유업을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던 홍 회장입니다. 과연 누가 진짜 부도덕한지는 아마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죠. 그는 떠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남은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그때까지 모든 비난과 굴욕을 감내해야 합니다. 지금 홍 회장의 안중에 이들은 없어 보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인 홍 회장도 대를 이어 자식들이 남양유업을 경영하길 바랐을 겁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부린 몽니로 설사 자식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한들, 그 자식들이 존경받는 경영자가 될 수 있을까요? 명분 잃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자식들은 과연 떳떳할까요? 지금 홍 회장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기적인 아비의 마음이 아닌 남양유업의 경영자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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