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흔들리는 '꿀알바'
과거 저는 대학에 입학한 후 아르바이트에 도전했습니다. 과외가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택배물류창고, 피자배달 등 다양한 일을 '찍먹'해봤죠. 이때 관심을 가졌던 곳 중 하나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맥도날드 아르바이트(크루)였습니다. 조건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학교 근처 맥도날드에서 일하던 후배도 좋은 아르바이트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맥도날드 크루는 특별한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일단 최저시급 이상을 확실히 보장해줬죠. 당시 최저시급을 떼먹는 악덕 업주가 꽤 많았으니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근무 시간도 어느 정도 유연했습니다. 여기에 맥도날드 측이 마음에 드는 크루들은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크루 경력이 공개채용 가산점이 됐습니다. 정규직 크루가 본사로 발령받는 경우도 있었죠.
크루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단순한 '홍보용'이 아니었습니다. 미래까지 기대해볼 수 있었죠. 맥도날드는 매장직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드문 기업입니다. 한국맥도날드도 본사 직원 절반 가량을 크루 출신으로 채우고 있죠. 앤토니 마티네즈 현 한국맥도날드 대표 역시 호주 한 맥도날드 매장의 크루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2004년 취임했던 찰리 벨 회장은 마땅한 학력도 스펙도 없이 맥도날드 경력만으로 그 자리에 오르기도 했고요.
이런 '꿀알바' 였던 맥도날드 크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지난 8월 불거졌던 유효기간 만료 식자재 사용 논란의 책임을 리더 직책 크루에게 물었습니다.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죠. 반발이 시작됐습니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맥도날드가 크루의 임금을 체불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죠. 근무 시간을 사측이 마음대로 줄이고, 유니폼 환복 시간을 인정하지 않는 등 '꺾기'를 자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애인 크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정말 '악덕 기업'이었을까
자연스럽게 맥도날드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싸늘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기도 했죠. 결국 마티네즈 대표가 지난 목요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식자재 관련 논란과 직장 내 괴롭힘 폭로에 대해 "책임을 확인하고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회사와 크루의) 상호 동의 아래 유연근무를 실시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요. 맥도날드 내부 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맥도날드 크루는 매주 수요일에 다음주 근무 스케줄을 신청하고, 협의를 거쳐 일요일에 일정을 확정합니다. 다만 프로모션 등 특별한 상황에는 이 스케쥴이 조금씩 조정되죠. 맥도날드 내부에서 '레이버 컨트롤'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에는 분명 꺾기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반면 맥도날드는 스케쥴을 협의에 따라 조정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렇게 보면 레이버 컨트롤은 정상적 유연근무제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논란인 환복 시간의 근무 산입은 이미 판매·서비스업계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일단 명확한 법적 규정은 없습니다. 근로기준법도 근로 시간을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실근무시간'이라고 애매하게 정의하죠. 통제가 없다면 근무가 아닌 셈입니다. 맥도날드는 따로 환복 시간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니폼도 크루 개인에게 지급돼 원한다면 입고 출근할 수도 있죠. 이에 따르면 맥도날드 크루의 환복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된 판례도 이미 있습니다. 2019년 샤넬코리아에서 같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샤넬코리아 직원들은 출근 후 매장에 비치된 제품으로 메이크업을 하는 등 준비를 해야 했죠. 노동자들은 이 시간이 근무시간이라며 임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합니다. 준비를 위해 조기 출근하지 않은 직원을 질책한 듯한 내용은 있었습니다. 다만 실제 불이익은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사측이 승소했죠.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결국 맥도날드가 '책임'이 있는 부분은 식자재와 직장 내 문화입니다. 임금 체불 등과 관련된 논란에는 억울한 측면이 더 많습니다. 노동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 노무사는 "맥도날드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성명서에는 한 측의 주장만이 담긴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하소연만을 근거로 '악덕 기업'을 규정짓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맥도날드처럼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현장 직원은 가장 중요한 인력입니다. 정규직이냐 아르바이트생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노사 소통도 활발합니다. 스타벅스는 파트너들이 트럭 시위를 시작하자 소통 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입장을 이해했고 근무 환경 개선을 약속했죠. 이런 과정이 맥도날드에게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극단적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화에는 양측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맥도날드는 자신들의 인사 제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고 노력에 따른 보상이 확실하다고 강조하죠. 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실제 사례가 아주 많죠. 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모든 과정이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벽에 못을 빼도 구멍이 남듯 갈등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니까요. 크루들의 상처는 훗날 맥도날드의 상처가 될 겁니다.
맥도날드의 변화를 바랍니다. 노사 모두 자신의 주장만을 외치기보다 입장 차이를 메우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트럭 시위는 스타벅스에게 큰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를 새 출발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노사 모두에게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죠. 맥도날드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경험을 행복하게 기억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이 추억에 먹칠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