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확실했던 후계자
오랜 기간 키워왔습니다. 아버지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회사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성장시켰고 업계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모두들 그가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형제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성과도 좋았고요. 하지만 그는 한순간에 밀려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자리는 오빠가 차지합니다. 그렇게 그는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이야기입니다. 최근 구 부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갔습니다. 얼마 전 아워홈 대표이사로 복귀한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아워홈에서 밀려나 있던 기간 동안 미뤄졌던 일들을 처리하듯 무척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 반응도 좋습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아워홈은 구자학 회장이 지난 2000년 LG유통의 식품서비스 부문을 분리해 LG그룹에서 독립한 회사입니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입니다. 구 부회장은 아버지를 도와 아워홈을 이끌어왔습니다. 주로 외식사업부를 담당하며 아워홈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구 회장은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지분을 넘겨줬습니다. 유일한 아들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38.56%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장녀인 구미현 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가 19.60%, 셋째인 구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워홈은 사실상 오너 일가가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회사인 셈입니다.
갑작스런 낙마…5년만의 복귀
구 부회장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난 2015년 전까지는 말이죠. LG그룹은 철저한 '장자 승계'원칙이 지켜지는 곳입니다. 그런 가문에서 막내딸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G 가문의 승계 원칙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구 부회장의 행보는 업계의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구 회장은 후계자로 지목됐던 막내딸을 보직해임합니다. 구매식자재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시킨지 5개월 만이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후계자로 꼽혔던 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낙마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후 2016년 다시 아워홈 부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다시 3개월 만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최근까지 관계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재직했습니다.
그 사이 구 부회장의 자리는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맡았고 최근까지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을 이끌어 왔습니다. 구 부회장이 낙마했을 당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경영 능력은 탁월했지만 독단적인 성격 탓에 기존 경영진들과 마찰이 많았다는 이야기들이 돌았죠. 더불어 오빠인 구 전 부회장과도 갈등이 격화돼 결국 파워게임에서 밀려났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캘리스코 대표로 옮긴 이후에도 구 부회장과 오빠의 관계는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구 전 부회장이 갑자기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을 중단하면서 양측은 법정 공방까지 벌였습니다. 남매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아워홈은 내홍이 시달렸죠. 그러다 최근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논란으로 아워홈 대표 자리에서 해임됐습니다. 그리고 구 부회장이 다시 화려하게 복귀를 한 겁니다.
'굳히기'에 들어갔다
5년 만에 아워홈으로 복귀한 구 부회장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 굳히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 부회장은 복귀와 동시에 노조와 임금 교섭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13일 만에 교섭을 끝마칩니다. 아워홈 창립 이래 이렇게 빨리 교섭을 끝낸 경우는 없었습니다. 내용도 파격적입니다. 임금 인상 외에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빠른 임금 협상 타결로 구 부회장은 아워홈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거봐, 내가 하니까 다르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합니다. 구 부회장의 복귀에는 두 언니들의 힘이 컸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세 자매가 가진 지분을 앞세워 21명의 신규 이사들을 선임했고 이사회에서 구 부회장의 대표 복귀를 이뤄냈습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구 전 부회장을 계속 대표로 두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구 부회장은 이 기회를 잘 잡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경영하던 캘리스코에는 둘째 언니인 구명진 씨를 대표로 앉혔습니다. 언니들과 함께 공고한 지배 구조를 갖춘 겁니다. 대표로 복귀한 구 부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에도 돌입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아워홈 동서울 물류센터를 깜짝 방문해 시스템 전반을 살펴봤습니다.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기 시작한 겁니다.
구 부회장은 자신의 입지가 확실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자신의 SNS에 "경영자는 쉬지 않고 전진하는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아버지한테 배운다"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인 구 회장과 함께 있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아버지의 확실한 후계이자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산적한 과제
하지만 구 부회장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습니다. 우선 실적 회복이 시급합니다. 아워홈은 작년 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사살 첫 적자입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3.5% 감소한 1조6253억원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워홈의 주력인 급식사업이 위축된 탓입니다. 여기에 외식 사업도 타격을 받으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겁니다.
구 부회장으로선 실적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최근 아워홈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아워홈은 작년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런 만큼 올해부터는 코로나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 해법 중 하나가 해외 사업입니다. 아워홈은 지난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위탁 급식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중국 10개 도시에 44여 개의 위탁 및 오피스 급식업장을 운영 중입니다.
중국 이외에도 베트남에도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배트남에서는 총 32개 단체급식 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최근에는 폴란드에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내 급식을 수주해 이를 위한 준비에 나선 겁니다. 해외 사업 확장은 아워홈이 코로나 상황에서 실적을 정상화할 수 있는 돌파구입니다.
더불어 위드 코로나로 국내 급식 시장도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 부회장과 아워홈에게는 기회인 셈입니다. 오랜 기간 많은 난관을 뚫고 구 부회장은 다시 아워홈의 경영권을 되찾아왔습니다. 이제는 그가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의 지분이 구 부회장보다 많습니다. 여전히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는 셈입니다. 구 부회장의 '굳히기' 성공 여부는 오로지 그의 손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