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그렇게 '와우 멤버십' 회원이 된다
전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입니다. 정말 우연찮게 가입했습니다. 아이들 준비물이 급해 검색했더니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보내준다는 겁니다. 심지어 배송비도 무료고요. 대신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야 했습니다. 월 2900원. 크게 부담 없는 가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기회비용을 따져봤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늦은 밤 갑작스럽게 준비물을 사러 나가기가 귀찮았다는 것이 진심입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와우 멤버십 회원이 됐습니다. 사실 전 쿠팡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커머스와 비교해 크게 편리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쿠팡 관계자분들을 만나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처음 가입한 한 달간은 무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부터는 자동으로 과금이 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당시 쿠팡 관계자는 제게 "한 달 되기 전에 해지하세요. 안 그러시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결제됩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반드시 해지한다"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치밀하고 부지런하며 꼼꼼하지 못합니다. 부지불식간에 저는 이미 와우 멤버십 회원이 됐습니다. '아차'했을 때는 이미 늦었죠.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후부터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와우 멤버십을 십분 활용해야겠다고 말이죠. 이미 2900원이 결제된 이상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용해 보니 세상에 이렇게 편한 것이 없습니다. 웬만한 것은 다 있었습니다. 심지어 배송도 빠르고요. 한 번도 배송이 늦은 적이 없습니다. 덕분에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었습니다. 쿠팡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된 것은 물론입니다.
쿠팡의 배신?
지난 29일 늦은 오후 보도자료 하나를 받았습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짜증이 확 났습니다. 월 2900원이었던 와우 멤버십 가격이 4990원으로 인상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0일부터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가 대상이었습니다. 기존 회원들에게는 추후에 공지를 하겠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이건 유예기간을 두고 조만간 기존 회원들도 월 4990원에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겠죠.
쿠팡은 보도자료에 그동안 자신들이 와우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고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이라면 동의할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쿠팡 플레이와 같은 OTT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가격을 올린다는데 기분 좋게 수긍할 소비자는 없습니다.
눈여겨봤던 것은 쿠팡의 가격 인상 보도자료 어디에도 가격을 올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러이러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할 법도 한데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쿠팡 내부에서도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무척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쿠팡이 보도자료에 가격 '인상'이라는 표현 대신 '변경'이라고 썼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예상컨대 와우 멤버십의 기존 회원인 제게도 조만간 연락이 올 겁니다. 처음 와우 멤버십을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달간은 무료로 이용하고 해지하지 않을 경우 그 다음 달부터 월 4990원이 자동으로 결제된다는 방식을 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900원과 4990원의 차이는 작다면 작고 또 크다면 큰 차액입니다. 저는 이미 와우 멤버십의 맛을 들인 상태라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왜 올렸을까
그렇다면 쿠팡은 왜 와우 멤버십의 이용 가격을 전격적으로 인상했을까요. 업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론칭하면서 첫 번째 목표는 아마도 저변 확대였을 겁니다. 유료 멤버십인 만큼 고객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을 겁니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진입 장벽을 낮춰야 했겠죠. 그래서 책정한 가격이 2900원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크게 부담 없는 가격에 배송비 무료, 무료 반품, 새벽 배송, OTT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이면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서비스로 인식되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고요. 하지만 지난 2019년 와우 멤버십 서비스를 론칭했을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론칭하면서 가격 인상 시기를 계속 보고 있었고 그 시기가 지금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시작한 이커머스 모델이 글로벌 증시의 중심에 깃발을 꽂았습니다.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덕분에 쿠팡은 약 4조원 가량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매년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늘 '계획된 적자'라며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던 쿠팡에게 뉴욕 증시 상장은 큰 힘이 됐습니다.
하지만 상장 후 쿠팡의 실적은 좋지 않습니다. 매출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그와 비례해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쿠팡의 누적 매출액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작년 영업손실이 548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에 수익성 악회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략'과 '고육책'의 사이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돼있는 쿠팡의 주가는 상장 당시보다 약 50% 이상 하락한 상태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수익성 악화 때문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쿠팡의 흑자 전환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오히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가는 계속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올해 쿠팡의 실적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쿠팡으로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했을 겁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입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이번 가격 인상으로 쿠팡이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약 5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만약 기존 회원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면 연간 매출 및 이익은 각각 125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반발입니다. 쿠팡도 살기 위해 내놓은 조치겠지만 막상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마당에 가성비 갑이었던 와우 멤버십 가격도 오르니 좋을리 만무합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쿠팡의 OTT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월 4990원, 아닐 경우에는 월 2900원에 이용하도록 이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조치로 큰 이탈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쿠팡이 4990원으로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네이버 플러스의 월 4900원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쿠팡의 전략이든 고육지책이든 소비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소비자들이 쿠팡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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