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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혁신' 외친 신동빈 회장, 진짜 바뀔까

  • 2022.01.22(토) 10:05

[주간유통]신동빈 회장, '혁신·변화' 강조
'외부 수혈'로 변화 모색…영역 확대 기대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아…실행만 남았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이번에도 '혁신'이었다

또 '혁신'이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에도 예상대로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신 회장의 화두는 변화와 혁신이었습니다. 다만 신 회장의 바람대로 아래가 움직여주지를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현재 롯데의 모습입니다. 사실 롯데 내부적으로도 많은 시도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늘 높은 벽에 부딪쳤습니다. 롯데는 수년간 그 벽 앞에 주저앉아만 있었습니다. 더는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롯데그룹은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엽니다. VCM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군 총괄대표, 롯데지주 및 계열사 대표 등이 총출동합니다. 업계에서는 사장단 회의로 통칭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많은 의견이 오갑니다. 롯데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이어집니다. 롯데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군에 대한 전망도 함께 이뤄집니다. 무척 중요한 자리입니다.

롯데는 지난 20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경기도 오산시) 개원 행사를 진행한 후 약 4시간 동안 상반기 VCM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김교현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 회장, 백주환 캐논코리아 사원(신입사원 대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 사진제공=롯데지주

신 회장은 이 VCM에서 항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지난 20일 오후 늦게 그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메일함을 열어보지 않아도 대충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장담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수년간 신 회장의 화두가 한결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이번에도 적중했습니다.

다만 표현의 방식은 조금씩 변화해왔습니다.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평범한 어조로 메시지를 던집니다. 물론 신 회장의 발언을 최대한 드라이하고 추상적으로 정리해 기자들에게 보내야 하는 홍보실의 보도자료 작성 기술이 가미됐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묘한 뉘앙스의 차이와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 회장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것은 매번 똑같습니다. 바로 '절박함'입니다.

새로운 단추를 꿰다

대부분의 오너 기업들에서는 오너의 의중과 결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너의 의중과 결심이 서면 아래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너가 집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구조 속에서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너의 의중과 결심이 섰음에도 밑에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최근 수년간 롯데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조직문화입니다. 보수적이고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요시하는 롯데의 조직문화는 지금의 롯데를 만든 가장 큰 자양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시대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화를 계속 유지하려는 '관성'입니다. 과거의 방식은 익숙하고 편합니다. 게다가 그 방식으로 성공을 경험했으니 그만큼 놓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롯데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경직돼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 회장은 수년 전부터 이런 부분을 지적해왔습니다. 매년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 회장의 입장에서는 현재 롯데의 모습이 탐탁지 않을 겁니다. 경쟁사들은 치고 나가는데 롯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발끝으로 땅만 파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일 겁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작년 말 신 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외부 인사 수혈입니다. 더 이상 이런 조직문화로는 롯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의 근간인 롯데쇼핑 수장으로 외부 인사를 과감히 영입한데 이어 롯데백화점의 수장도 신세계 출신을 앉혔습니다. 아래가 움직이지 않으니 오너로서 가장 크게 휘두를 수 있는 칼인 '인사'를 꺼낸 겁니다.

과도기에 서다

신 회장이 본격적으로 외부의 시선을 통해 롯데의 문제점을 바라보려 한 것은 작년부터였습니다. 롯데의 이커미스를 담당하는 롯데ON 대표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영입해 화제가 됐었습니다. 여기에 롯데디자인경영센터를 만들고 그 수장에는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롯데 내부는 술렁였습니다. 잇단 외부 인사 영입이 주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이어졌죠.

롯데의 연말 인사가 파격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바였습니다. 오너의 의중이 확실했으니까요. 이런 과정을 거쳐 영입된 외부 인사 혹은 외부 출신 인사들은 현재 롯데의 각 영역에서 이미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무거웠던 과거의 습관을 벗으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 반발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향후 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 사진=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영상 캡처

최근에는 롯데백화점에 임원급으로 신세계 출신들이 영입됐습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이미 사내에 영상으로 인사를 건네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미 조직 개편을 통해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줄 것인지 사전 예고도 마쳤습니다.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올해부터 전략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보고 그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초 신 회장은 그룹 전반적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년간 상황에 변화가 없자 미시적인 접근법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전체가 아닌 각 부문별로 변화를 줘 그곳에서 일어난 변화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전략으로 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롯데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보면 신 회장의 이런 의도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행만 남았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런 변화들이 롯데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롯데 내부 임직원들이 움직여줘야 합니다. 지난 수년간 신 회장이 핏대를 세우며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롯데가 왜 변하지 않았는지를 이제는 롯데의 임직원들도 모두 잘 알 겁니다. 그런 만큼 이번에 변하지 못하면 롯데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겁니다.

물론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당황스럽다는 것이 더 맞을 겁니다. 롯데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잘 해온 방법도 분명히 있는데 그걸 다 부정한다는 것이 마뜩지 않다"며 "변화가 필요한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극단적인 변화를 강요한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또한 맞는 말입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이제 롯데에게 변화는 꼭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됐습니다. 그 숙제를 오랜 기간 미뤄둔 탓에 롯데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실추된 것이 사실입니다. 숙제는 미뤄두면 미뤄둘수록 짐이 됩니다. 신 회장은 이제는 그 숙제를 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습니다. 이번 VCM에서 신 회장은 CEO들에게 "하면 좋은 일보다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행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방점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변화'와 '혁신'입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지금 롯데에게 필요한 것은 불도저식 접근이 아니라 곡괭이식 접근이다. 롯데 곳곳에 만연돼있는 돌처럼 굳은 보수적이고 조직 우선주의 문화를 곡괭이로 깨부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화두는 이미 오래전에 던져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입니다. 롯데가 이번에는 진짜 변화할 수 있을까요?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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