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무성했던 소문…드디어 매물로
대상그룹의 친환경 유기농 브랜드인 '초록마을'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수년 전부터 초록마을이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은 있었는데 이번에야 공식화됐네요. 초록마을은 1999년 한겨레가 세운 친환경 유기농 전문 매장입니다. 2002년에 1호점을 냈고 2009년 대상그룹이 인수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불었던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관심을 겨냥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초록마을은 '오프라인'이 중심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들을 판매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소비 트렌드가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옮겨가자 초록마을도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심은 오프라인입니다. 현재 전국에 초록마을 매장은 약 470여 개가 있습니다. 매장 수가 생각보다 꽤 많은 편입니다.
다만 실적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초록마을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이 좀 비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입니다. 친환경 유기농 제품은 유통 구조 상 중간 유통업자의 입김이 셉니다. 이런 탓에 제품들의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최근 트렌드와 달리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초록마을은 지난 2018년부터 계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비자들은 더 빨리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루트를 기가 막히게 잘 찾아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초록마을의 판매 방식 등은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초록마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왜 내놨나
초록마을의 지분 구조는 대상홀딩스가 49.1%로 최대주주입니다.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딸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30.17%, 임 부회장의 동생인 임상민 대상 전무가 20.2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록마을이 매각될 경우 임 부회장과 임 전무는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초록마을 매각이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록마을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임 부회장과 임 전무가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초록마을의 기업가치가 예전에 비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매각이 된다면 임 부회장과 임 전무의 차익 실현은 가능합니다. 일각에서는 대상그룹의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승계 자금 용도는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찌 됐건 오너 일가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한 초록마을 매각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임 부회장과 임 전무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 생긴 만큼 다양한 용도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겁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초록마을의 가격으로 약 1000억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때 2000억~3000억원까지 거론됐지만 쿠팡 등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로 가격이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전국에 400개가 넘는 점포를 갖고 있고 친환경 유기농 신선식품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 등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배송 거점 마련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신규로 상권을 개척하고 새 배송 거점을 만드는 것보다 초록마을처럼 이미 전국 곳곳에 점포를 보유한 곳을 인수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초록마을 인수전이 예상외로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예상치 못한 흥행
현재 초록마을 인수전에는 여러 업체들이 뛰어든 상태입니다. 사실 초록마을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실적도 좋지 않고 현재의 소비 트렌드와도 거리가 먼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초록마을 인수전에는 총 네 곳이 뛰어들었습니다. 다들 노림수도 제각각입니다.
현재 가장 인수 의지가 강한 곳으로 점쳐지는 곳은 배달대행 업체인 '바로고'와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입니다. 바로고의 경우 이미 올해 초 PEF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할 당시부터 초록마을 인수를 염두에 뒀다는 후문입니다. 배달대행업을 영위하는 만큼 초록마을 매장을 전국 거점으로 활용해 배달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컬리의 경우 초록마을을 인수할 경우 친환경 유기농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크게 보강할 수 있습니다. 이미 새벽 배송 등을 통해 인프라를 확보해둔 만큼 활용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컬리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신선식품 큐레이션 기조와도 맞아떨어집니다. 여러모로 초록마을 인수는 컬리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매장수 확대에 방점을 찍은 듯합니다. 현재 이마트에브리데이의 매장 수는 약 240개입니다. 초록마을을 인수하면 매장수 확대는 물론 배송 거점 활용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밖에도 축산물 스타트업인 '정육각'도 오프라인 매장 확보 차원에서 이번 인수전에 참전한 상태입니다. 초록마을 인수로 온·오프라인 채널 확대를 노리는 겁니다.
초록마을 인수전 흥행의 의미
현재 국내 유통 시장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과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의 대결이 치열합니다. 다들 대세는 온라인이라고들 하지만 오프라인에 대한 수요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은 오프라인이 충족하고 있어서입니다. 더불어 온라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배송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초록마을 인수전 흥행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이 노리는 공통적인 부분은 초록마을이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초록마을이 취급하고 있는 1500여 가지의 친환경 유기농 신선식품들도 물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이들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쏘아 올린 배송 혁명은 이제 트렌드가 됐습니다. 누가 얼마나 빨리 배송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특히 온라인에 치중된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배송은 생명입니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도 로켓배송과 새벽 배송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초록마을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들은 소비자들에게 좀 더 빨리 배송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물류창고이자 거점으로의 역할이 가능합니다.
전국 곳곳에 조(兆) 단위의 비용을 들여 물류센터를 짓는 것보다 그에 10분의 1 가격으로 4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물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초록마을을 인수한 업체의 역량에 달려있겠죠. 아무튼 생각보다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딜입니다. 초록마을의 새 이장으로는 누가 오게 될까요. 같이 한번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