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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회장은 왜 '3만원 치킨'을 꺼냈나

  • 2022.03.26(토) 10:05

[주간유통]윤홍근 BBQ 회장, '3만원 치킨' 논란
치킨 값 관련 '작심 발언'…소비자들 거센 반발
"점주들 노력 반영 안돼"…가격 인상 포석 분석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치킨 값 '3만원' 

사실 다른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유통·식음료 업계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아이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지난 24일 저녁에 쏟아진 기사들을 보면서 방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3만원 치킨' 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아!'하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건드려선 안될 부분을 건드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이 치킨 가격 '3만원'을 거론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라면과 치킨에 진심입니다. 그래서 라면 가격과 치킨 가격 변동에 민감합니다. 작년 라면 가격 인상과 치킨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 치킨 한 마리당 가격은 2만원이 넘습니다. 소비자들은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입니다.

/사진제공=제너시스 BBQ

그런데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회장이 치킨 가격 3만원을 거론했으니 난리가 날만 합니다. 2만원도 적응이 안 됐는데 3만원이라뇨. 아니나 다를까 소비자들은 맹렬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윤 회장의 기사 댓글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윤 회장이 매우 민감한 문제를 제대로 건드린 셈입니다.

사실 업계에서는 치킨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2만원으로 봤습니다. 작년 치킨 가격 2만원 돌파 당시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것이 그 방증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반발은 일정 부분 사그라들었습니다. 이제는 2만원 치킨을 받아들입니다. 물론 여전히 화는 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치킨은 진리니까요. 그런데 여기에 3만원 치킨을 이야기했으니 소비자들의 신경이 더 곤두설 수밖에 없습니다.

윤 회장의 '작심 발언'…속내는

'3만원 치킨' 사태는 윤 회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치킨값은 2만원이 아닌 3만원 정도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윤 회장은 치킨 가격이 책정되는 과정을 매우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현재의 가격으로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윤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너시스 BBQ 측은 오해라는 입장입니다. 윤 회장 발언의 행간을 읽어보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전달됐다는 겁니다. 제너시스 BBQ 고위 관계자는 "치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의 노력과 수고가 정말 많이 들어가는데 현재의 가격 구조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 / 사진제공=제너시스 BBQ

실제로 윤 회장은 인터뷰에서 "치킨은 실질적으로 인건비, 임차료, 유틸리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런 부분을 대변해 줄 사람이 없다”며 “사업을 차려서 본인들의 노력의 대가는 받아야 하는데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못 받는 사업을 하는 수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가맹점주들이 부단히 노력하는 부분들이 가격 논리에 갇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한 것이라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치킨 가격에서 배달 앱 수수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약 15%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달 앱이 점주가 가져갈 부분을 상당 부분 챙겨간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입니다. 게다가 원부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여론에 밀려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

그럼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BBQ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윤 회장은 3만원 치킨 발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3만원이라는 점뿐만이 아닙니다. 윤 회장이 인터뷰 과정에서 들었던 삼겹살과의 비교 등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윤 회장은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1㎏ 정도를 먹으려면 150g(1인분)이 1만5000원이라고 했을 때 10만원에서 10만5000원 정도 들어간다. 닭고기는 1㎏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무게로만 비교했을 경우 치킨 가격이 삼겹살 가격 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한 겁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닭과 돼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입니다. 돼지와 닭은 사육 기간과 비용 등에서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 입니다.

BBQ 매장 / 사진제공=제너시스 BBQ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은 위탁 생계(生鷄) 농가가 하림, 마니커 등 도계업체에게 닭을 넘기면 도계업체가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닭을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는 생닭에 각종 파우더, 기름, 소스 등을 가맹점에 판매하고 가맹점은 본사 레시피대로 조리해 판매합니다.

이때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반드시 구매토록 하는 각종 파우더, 기름, 소스 등을 '필수 물품'이라고 합니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여기에 치킨 상자, 무, 업소용 콜라 등의 부재료도 판매합니다. 본사는 여기서 수입을 거둡니다. 가맹점은 이에 더해 배송비, 인건비, 매장 임차료. 세금 등을 포함시켜 소비자들에게 판매합니다.

소비자들은 윤 회장의 말처럼 점주들이 그렇게 염려된다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점주들에게 구매토록 하는 필수 물품의 가격을 낮추라고 말합니다. 본사는 필수 물품 등의 가격은 내리지 않으면서 가격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 겁니다. 이런 주장에 현직 점주들도 일부 동참하면서 윤 회장의 3만원 치킨 사태는 점차 일파만파가 되고 있습니다.

'가격 인상' 위한 포석?

그렇다면 제너시스 BBQ는 손해만 보고 있는 걸까요? 아직 제너시스 BBQ의 작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실적을 살펴봤습니다. 지난 4년간 제너시스 BBQ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치킨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사상 최대인 5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이번 발언이 향후 치킨 가격을 올리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제너시스 BBQ는 부인했습니다. 제너시스 BBQ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더불어 "사실 작년 11월부터 영업이익이 거의 나지 않고 있다. 올리브유 가격 폭등에 여러 부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제너시스 BBQ는 작년 말 교촌, bhc가 치킨 가격 인상을 단행할 당시 홀로 '가격 동결'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때도 제너시스 BBQ는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었죠. 사실 윤 회장이 3만원 치킨을 거론한 마당에 가격을 올리게 되면 그야말로 소비자들의 분노는 모두 BBQ로 향할 겁니다. BBQ도 이를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가격 인상설에 대해서는 단호한 겁니다.

윤 회장의 '3만원 치킨' 속에 담긴 진짜 속내는 그만이 알 겁니다. 아쉬운 것은 윤 회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의(眞意)를 좀 더 친절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3만원 치킨'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언급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면 어땠을까요? 자, 화두는 던져졌습니다. 그의 '3만원 치킨'에 담긴 것은 그의 진심일까요? 아니면 포석일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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