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불씨는 살아있었다
2막이 열렸습니다. 주인공은 1막과 같습니다. 오빠와 막냇동생입니다. 다만 내용은 다릅니다. 더 복잡하고 다양해졌습니다. 또 다시 아워홈 이야기입니다. 남매간의 전쟁 1막은 막내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오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더 이상은 자리를 보전할 명분마저 일었습니다. 그 틈을 타 밀려났던 막내가 언니들과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왕좌를 탈환합니다.
이것으로 남매간의 전쟁은 끝난 듯 보였습니다. 왕좌를 탈환한 막내는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적자 상태였던 회사를 정상화시킵니다. 지난 2020년 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아워홈은 지난해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합니다. 아워홈의 턴어라운드에는 막내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 사이 오빠는 잠시 잊혀졌습니다. 사실 명예롭게 퇴진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빠가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오빠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지분율 때문입니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의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현재 아워홈의 주주 중 한 사람만 끌어들여도 얼마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었습니다.
한편 왕좌를 차지한 막내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오빠를 제외한 세 자매가 연합 전선을 구축했지만 그 연합 전선의 고리가 느슨하다는 점을요. 언제든 그 고리는 끊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막내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막내는 경영에 몰두합니다. 회사를 건실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고리도 생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겠죠.
오빠의 등장
잠시 잊혔던 오빠가 다시 등장한 것은 최근입니다. 그것도 매우 강렬한 '포스'로 나타났습니다. 막내가 형성해둔 고리를 끊고 새로운 연합 전선을 만들어 왕좌 재탈환에 나섰습니다. 구 전 부회장은 첫째 동생인 구미현 씨와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구미현 씨는 아워홈의 지분 19.2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막내가 만든 고리는 생각보다 일찍 끊어졌습니다.
사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오래전부터 손을 잡아왔던 사이입니다. 하지만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이 누가 뭐래도 할 말이 없는 사고를 치면서 더 이상 오빠의 편을 들어줄 수 없게 됐죠. 그래서 막내가 내민 손을 잡았던 겁니다. 이는 곧 언제든 상황이 바뀌면 다시 오빠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막내가 주축이 된 연합 전선이 느슨하고 불안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첫째 동생과 손을 잡은 구 전 부회장은 먼저 선제공격에 나섭니다. 자신과 구미현 씨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두 사람의 지분을 인수하는 쪽은 아워홈을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구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막내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구미현 씨의 입장에서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반면 막내에게 오빠와 큰 언니의 이런 행보는 큰 타격입니다. 만일 두 사람의 지분이 매각된다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매들 중 유일하게 아버지 곁을 오랫동안 지키며 아워홈을 키워왔던 막내입니다. 1차 전쟁에서 밀려났다가 어렵게 되찾은 자리입니다. 막내로서는 오빠의 등장보다 오히려 큰 언니의 배신이 더 기가 막혔을 겁니다. 큰 언니의 배신이 오빠의 등장을 가능케한 마지막 퍼즐이었으니까요.
제대로 붙었다
업계 등에서는 큰 언니의 배신 이유에 대해 막내의 '무배당'결정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주주들의 보유 지분에 대한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인건비 부담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급식 사업의 적자 가능성에 대비해 위기 경영을 강화키로 했습니다. 구 부회장의 무배당 결정으로 오빠는 물론 언니들은 모두 배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큰 언니가 오빠의 손을 잡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빠와 큰 언니의 연합 이후 아워홈은 최근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지분 매각 시도와 관련해 입장 자료를 냈습니다. 아워홈의 자료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1000억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이에 대해 무배당으로 대응한 겁니다.
결국 오빠와 큰 언니는 아워홈 측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과 이사회 재편을 요구했습니다. 자신들의 원활한 지분 매각을 위해 아워홈 측에 실사 등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아워홈이 비협조적으로 나와 지분 매각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난 수개월간 아워홈으로부터 협조뿐 아니라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다"면서 구 부회장을 향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구 부회장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보유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이후 회사에 어떤 접촉도 없다가 지난 4월 8일 라데팡스파트너스를 통해 일방적으로 실사를 요청했다"면서 "원활한 매각을 이유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 및 이사진 개편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명분 없는 경영 복귀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격했습니다.
진실은 어디에
양측의 표면적인 대립점은 이렇습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분 매각을 하려면 실사가 필요한데 그를 위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아워홈이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반면 아워홈 측은 원활한 협상과 실사 진행을 위해 지분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에 매각 전속 계약서 등 기초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서로 '네 탓' 공방 중인 겁니다.
현재 아워홈 이사회는 구 부회장 측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구 부회장이 오빠를 밀어낼 때 구성한 이사회입니다. 물론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도 이사회의 일원입니다. 하지만 '세(勢)'가 작습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지분 매각을 빌미로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사람들을 이사회에 앉히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만일 구 전 부회장 측의 의도대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면 구 전 부회장은 다시 경영 복귀가 가능해집니다. 구 전 부회장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분 58.62% 매각을 무기로 구 부회장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것이 그가 그린 큰 그림일 겁니다. 하지만 구 부회장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현 이사회 체제를 바탕으로 반격을 도모할 겁니다.
오빠와 막냇동생 간의 전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빼앗으려는 오빠와 지키려는 동생의 수 싸움이 치열합니다. 현재 상황만을 놓고 봐서는 누가 유리하다고 점치기가 어렵습니다. 구 전 부회장은 과반이 넘는 지분을 쥐고 있는 것이 무기입니다. 구지은 부회장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죠. 이제 다음 수는 구 부회장이 둘 차례입니다. 구 부회장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