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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롯데 지분구조 공개…불씨는 살아있었다

  • 2022.06.04(토) 10:05

[주간유통]6년만에 일본 롯데 지분구조 공개
일본 롯데, 오너 일가 지분율 늘어
'광윤사-롯데홀딩스' 구조 그대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6년 만에 풀린 빗장

베일에 싸여 있던 일본 롯데의 지분구조가 공개됐습니다. 6년 만입니다.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발표한 롯데그룹 해외 계열사 소유현황 자료(2015년 10월 말 기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의 지분 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바가 없습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굳이 일본 롯데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롯데그룹은 늘 '일본 기업'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습니다.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가 지분 관계로 얽혀있어서입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부인할 수도, 그렇다고 수긍할 수도 없는 매우 난처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굳이 일본 롯데의 지분 구조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자칫 또다시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어서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반도체 회로보다 복잡하다는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를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단순하게 재편했습니다. 아울러 신 회장은 일본 롯데와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지금까지 롯데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도 이런 작업의 일환입니다.  

그런 만큼 롯데그룹에게 일본 롯데와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봐야 했지만 또 그만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껄끄러웠던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롯데지주가 먼저 일본 롯데의 지분 구조를 공개했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명실상부한 한국과 일본 롯데의 수장으로 인정받은 만큼 애써 감출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더불어 신 회장의 일본 롯데 지분율이 6년 전에 비해 늘어난 것도 롯데지주가 일본 롯데의 지분 구조를 공개한 이유 중 하나로 보입니다. 물론 신 회장이 여전히 개인 단일 최대주주가 아니어서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지는 못합니다. 친족들과 우호 주주들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일본 롯데를 이끌어가고 있는 구조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일본 롯데 지분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롯데지주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일본 롯데의 19개 회사가 한국 롯데의 13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에서 주목해야 할 곳은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입니다. 광윤사와 롯데홀딩스는 비상장사입니다. 그래서 지분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습니다. 그간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그레픽=비즈니스워치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대주주입니다. 광윤사는 이런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롯데홀딩스에 대한 오너 일가들의 지분율은 지난 2016년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2016년에는 롯데홀딩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3.46%였던 반면 이번에 공개된 내용에서는 9.97%였습니다. 이 중 신 회장은 2.69%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신 회장의 지분율로는 롯데홀딩스 전체를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입니다. 즉 광윤사와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지분(1.77%)을 제외한 나머지 친족들과 계열사 등의 지원에 힘입어 롯데홀딩스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롯데홀딩스 내부에서 신 회장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면 한국 롯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내재돼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은 '휴화산'이지만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광윤사입니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그동안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던 신동주 회장입니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2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신동주 회장-광윤사-롯데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대주주입니다. 이는 곧 신동주 회장이 언제든 호텔롯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힘을 쏟아왔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상장을 통해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희석시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궁극적으로는 신동주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넘보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신동주 회장과 신 회장은 수차례에 걸쳐 법적 분쟁을 벌여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파열음을 냈고 결국 신 회장이 완승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과거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는 본인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나눠 갖는 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물론 신 회장은 이 제안을 단칼에 일축했지만 신동주 회장의 생각은 달라 보입니다. 신동주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를 가져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지주의 이번 일본 롯데 지분구조 공개로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의 숨겨졌던 내용들이 일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신 회장이 친족들과 우호 주주들의 힘을 빌려 일본 롯데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 지분이 조금 늘었지만 의미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여전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불씨는 남아있다는 것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의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이 불씨는 계속 살아있을 겁니다. 신 회장은 광윤사 지분 39.0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동주 회장과의 격차가 아직 큽니다. 이 지분율 차이를 좁히는 것이 관건입니다. 롯데그룹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이 부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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