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뒤늦은 후회
누구나 살면서 몇 번씩 후회를 합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후회를 한다는 것은 그 일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수록 그 후회는 마음 속에 더 큰 상처로 자리 잡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자책해도 결과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아픕니다.
후회는 비단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들도 많은 후회를 합니다.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티몬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티몬이 그때 그랬다면'하는 생각을요. 티몬은 한때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각광받았습니다. 당시 티몬은 국내 온라인 쇼핑 선두주자였죠.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경쟁업체들에게 추월을 허용합니다. 그 탓에 현재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티몬의 가격은 2000억원입니다. 잔인하지만 티몬의 현재 위상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국내에 이커머스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 온라인 쇼핑으로 한 획을 그었던 것치고는 너무 낮은 가격입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티몬은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한때 경쟁자였던 쿠팡은 이미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달려나갔습니다. 티몬 입장에서는 씁쓸한 일입니다.
티몬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경쟁업체들은 혁신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성장했습니다. 마침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온라인 중심의 쇼핑 트렌드는 더욱 강화됐습니다. 온라인 업체들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하지만 티몬은 이 기회마저 놓쳤습니다. 결국 과거 조(兆) 단위 가격이 거론됐던 티몬의 가격은 이제 2000억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티몬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욕심'이 날린 기회
티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티몬의 지배 구조 변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티몬은 지난 2010년 국내 최초 소셜커머스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티몬의 등장은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에만 익숙해있던 소비자들을 온라인 영역으로 끌어들인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그 덕에 티몬은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 사모펀드인 KKR과 앵커에쿼티가 티몬 지분 59%를 약 3800억원에 인수합니다. 이들은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98.65%까지 높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이 계속 악화했습니다. 그러자 2019년 KKR과 앵커에쿼티는 티몬 매각을 추진합니다. 그때 티몬에 눈독을 들였던 곳이 롯데입니다. 마침 온라인 시장 확대를 고민하고 있던 롯데에게 티몬은 최적의 매물이었습니다.
양측은 협상에 돌입합니다. KKR과 앵커에쿼티는 티몬의 매각 가격을 1조원대 후반으로 책정했습니다. 롯데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습니다. 조 단위의 자금을 넣어야 하는 일이니 당연했을 겁니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롯데에서는 당시 2인자로 꼽혔던 황각규 부회장이 직접 나섰고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당시 양측은 최종 1조2500억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깁니다. 앵커에쿼티가 롯데의 베팅에 불만을 표시한 겁니다. 앵커에쿼티는 롯데와 합의한 가격에 5000억원은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티몬의 가격은 1조7500억원이 됩니다. 결국 가격에 부담을 느낀 롯데는 티몬 인수를 포기합니다. "그때 1조2500억원에 매각했다면"이라는 후회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거론되는 가격의 6배입니다.
다른 길을 찾았지만
이후 티몬은 다양한 생존 방안을 모색합니다. 그중 하나가 IPO(기업 공개)였습니다. 매각이 무산됐으니 KKR과 앵커에쿼티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방법으로 IPO가 최적이었을 겁니다. 지난해 2월 티몬은 하반기 IPO를 목표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305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쿠팡이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서 티몬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티몬은 "월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IPO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티몬에게, 아니 KKR과 앵커에쿼티에게 상장은 절실했습니다. 티몬이 성공적으로 상장해야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티몬의 실적이 중요했습니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상장은 어렵습니다. '월별 영업이익 흑자'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티몬의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익성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매출액은 계속 줄어들고 영업손실 규모는 계속 커졌습니다. 지난 2020년 영업손실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커지면서 티몬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KKR과 앵커에쿼티는 결국 티몬의 IPO 계획 철회를 선언합니다.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겁니다.
사실 티몬이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움직임은 이미 감지됐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기자 간담회에서 장윤석 티몬 대표는 IPO 철회에 대해 "IPO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굳이 언제 해야겠다고 정하지 않고 최적의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IPO뿐만 아니라 매각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티몬이 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봤습니다.
매각 흥행할까
티몬은 현재 매각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업계 등에서는 구체적으로 티몬에 관심이 있는 곳과 투자자들이 평가한 가격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정도라면 티몬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사실일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현재 티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곳으로는 해외 직구 플랫폼 업체인 큐텐이 꼽히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티몬이 얼마에 매각될 것인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티몬은 '콘텐츠 커머스'를 표방하면서 많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에 비해 한참 뒤처진 상황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더불어 엔데믹 시작으로 티몬의 강점이었던 여행과 티켓 부문에서 다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부정적입니다. 티몬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미 밀려난 상황인데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 네이버 등은 물론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참전한 상황인 만큼 티몬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는 곧 티몬의 매각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한마디로 좋은 가격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티몬의 매각 추진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티몬과 함께 경쟁했던 쿠팡은 이제 국내 이커머스 강자로 성장했습니다. 쿠팡과 티몬을 가른 것은 아마도 트렌드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했느냐일 겁니다. 쿠팡은 성공했고 티몬은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불과 3년만에 6분의 1토막 난 티몬의 매각 가격이 씁쓸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