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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무리수' 둔 홍원식 회장, 진짜 속내는

  • 2021.11.22(월) 16:16

'회생의 고수' 대유위니아에 매각 추진
소송 상황 홍 회장에 불리…결과 미지수
홍 회장만 유리한 조건…진정성에 의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남양유업 매각전에 돌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조건부 매각' 파트너로 대유위니아그룹을 선정했습니다.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에서 이길 경우, 홍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이 대유위니아로 넘어가는 조건입니다. 대유위니아는 소송 종료까지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돕기로 했습니다. 계약금이라 할 수 있는 '제휴증거금'은 총 320억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조건부 인수합병(M&A)은 흔한 일입니다. 지난 2019년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려면 운영 중이던 요기요를 매각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두 배달 플랫폼을 모두 갖는다면 독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에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를 GS리테일 컨소시엄에 매각했습니다. 과거 한화그룹의 삼성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인수 등에도 비슷한 조건이 붙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조금 다릅니다. 홍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은 현재 법정 다툼의 대상입니다. 상황도 불리합니다. 법원은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홍 회장의 남양유업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홍 회장의 계약 해제 통지가 효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판결 과정에서 매각 무산 이유도 밝혀졌습니다. 홍 회장은 '계약서에 없는' 외식사업부 분사를 요구했습니다. 홍 회장은 '사면초가'상태입니다.▷관련기사: '백미당' 아이스크림에 날아간 남양유업 매각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홍 회장과 대유위니아는 ‘가능성이 낮은 미래'를 두고 계약을 체결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계약이 가능했을까요. 일단 홍 회장의 '절박함'이 이유로 꼽힙니다. 남양유업은 올해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남양유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꼽았지만, 업계에서는 불가리스 사태와 매각 과정 논란에 따른 불매운동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물론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10년 가까이 된 일입니다. 대리점 갑질 사건이 2013년이었으니까요. 다만 최근의 여론은 다릅니다. 이전까지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기업'과 '구조'의 문제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홍 회장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홍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매각 지연과 부당인사 논란에 대한 질타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당장 물러나라"는 호통을 듣기도 했죠.

홍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이 길어질수록 여론은 악화할 겁니다. 승소하더라도 불매운동은 계속될 거고요. 이미 곤두박질 치고 있는 남양유업의 기업 가치가 더 떨어질 겁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쇄신에 앞장설 수도 없습니다. 의결권 행사는 막혔고, 신뢰도 바닥이니까요. 결국 제3자를 내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대유위니아가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유입니다.

그럼 왜 대유위니아일까요. 대유위니아는 '회생의 고수'입니다. 그룹이 공격적 M&A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2001년 인수한 삼원기업(현 대유에이텍)의 매출은 20년새 400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위니아만도(현 위니아딤채),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 등은 대유위니아에 합병된 후 얼마 되지 않아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홍 회장은 이런 대유위니아의 기업 정상화 노하우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에게 일정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남양유업은 대유위니아에게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체계 구축 △재무 및 회계 시스템 구축 △고객 신뢰도 향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문제 해결 등에 도움을 받기로 했죠. 이 과정에서 대유위니아의 전문가들이 남양유업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오너경영'을 놓지 않았던 홍 회장이 다소 파격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기업 회생의 고수'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진정성'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홍 회장은 최근까지도 지배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자, 남양유업의 '경영지배인'으로 측근을 내세웠습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이번 계약에서도 홍 회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대유위니아는 경영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요.

게다가 이번 계약은 홍 회장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일단 홍 회장은 이번 계약을 통해 자신의 남양유업 매각 의지와 시장 수요를 증명했습니다. 이는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 총 매각 대금, 계약일 등도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외식사업부 분사, 경영권 프리미엄 보장 등의 요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홍 회장이 원하는대로 구조가 짜여진 셈입니다. 이번 계약의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홍 회장의 경영 정상화 의지만큼은 진심일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남양유업을 제 값에 팔 수 없습니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겠죠. 하지만 홍 회장은 여전히 남양유업의 정상화를 '자신의,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뿐 입니다. 이것이 그가 '현실'을 무시한패 계속 '무리수'를 계속 두고 있는 까닭입니다. 홍 회장의 이번 선택은 또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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