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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미니스톱 매각 초반 흥행 실패의 전말

  • 2021.12.08(수) 06:55

이마트24만 예비입찰 참여, 매각가도 '반토막'
경쟁력↓ 리스크 커…매각 후 '나비효과' 주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3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미니스톱이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동종업계에서는 업계 4위 이마트24만 예비입찰에 참여했습니다. 반면 3년전 가장 높은 가격을 불렀던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은 일단 등을 돌렸는데요. 미니스톱의 매각 예상 가격 또한 3년 전의 절반 수준인 2500억원 전후임을 고려하면 흥행 실패인데요. 특히 세븐일레븐의 결정이 의외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일단 미니스톱의 가치가 과거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3년 전만 해도 미니스톱은 '알짜'로 꼽혔습니다. 점포 수는 적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업계 2위였습니다. 편의점업계의 출점 경쟁도 지금보다 치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근접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까지 체결됐었죠. 점포 수를 늘릴 방법은 미니스톱 인수뿐이었습니다. CU·GS25를 쫓는 세븐일레븐과, 세븐일레븐을 쫓는 이마트24가 적극적이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당시 미니스톱은 매각을 철회했습니다. 편의점업계의 출점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실을 키워 좀 더 비싸게 팔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는 1년 만에 부메랑이 돼 돌아옵니다. 2019년 7월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고, 미니스톱도 타깃이 됩니다. 미니스톱은 지난해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습니다. 강점이던 '내실'이 무너졌죠. 지금의 미니스톱에게 남은 것은 2600개의 점포뿐입니다.

미니스톱의 경쟁력은 과거 대비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럼에도 세븐일레븐에게 미니스톱은 매력적인 매물입니다. 세븐일레븐이 위아래 모두에게 치이는 상황이어서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세븐일레븐 점포는 약 1만500개입니다. CU·GS25에 비해 4500개 가량 적죠. 세븐일레븐 바로 아래 순위인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약 5200개입니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다면 점포 수 기준 업계 '톱 3' 구도를 굳힐 수 있습니다. 반면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한다면 격차가 절반 이상으로 좁혀지게 됩니다.

편의점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는 상식입니다. 점포가 많을수록 판매량도 많아져 입점·공급업체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협상력은 자체브랜드(PB) 상품 기획이나 프로모션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점포량이 촘촘한 만큼 물류 효율성도 높아집니다. 편의점을 소규모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퀵커머스' 등 신사업에도 보다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이런 이익을 뒤로 한 채 미니스톱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먼저 세븐일레븐에게 규모가 '양날의 검'인 점을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자체 물류망이 없습니다.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물류를 담당하죠. 또 총매출의 0.6%는 미국 세븐일레븐에게 로열티로 지급됩니다. 점포와 매출이 늘어날수록 높은 고정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니스톱의 실속이 과거만 못한데다가, 불매운동 등으로 전망도 밝지 않으니까요.

세븐일레븐은 이미 충분한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인수 시너지도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이미 전국 곳곳에 점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니스톱과 직접 경쟁 중인 점포도 많죠. 이들은 인수하더라도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점포입니다. 특히 미니스톱은 이번 매각 이후 브랜드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간판을 바꾸는 과정에서 경쟁사로 이탈하는 점주들도 나타나겠죠. 현행법상 세븐일레븐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투자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을 수 있습니다.

이마트24의 상황은 다릅니다. 이마트24는 점포 수가 적고, 골목상권 점포의 비중도 높습니다. 근접 출점을 피하기 위해 골목에 집중해 점포를 늘려 왔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핵심 상권에서 미니스톱과 겹치는 경우가 적습니다. 게다가 이마트24는 가맹비를 고정 월회비로 받고 있습니다. 상권이 좋은 점포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자연스럽게 핵심 상권의 미니스톱 점주들이 이마트24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게다가 이마트24에게는 미니스톱이 필요합니다. 지난 3분기까지 이마트24의 영업이익은 4000만원입니다.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연간 흑자 달성까지 거론되죠. 이는 점포 수가 늘어나면서 얻은 규모의 경제의 성과입니다. 하지만 이마트24가 단기간에 점포를 더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자율규약에 따라 출점이 제약되고 있으니까요. 미니스톱을 인수한다면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미니스톱에 대한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이마트24는 올해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물론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품더라도 당장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습니다. 세븐일레븐과의 점포 수 격차가 3000개 정도로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게다가 시장의 경쟁 전략도 무리한 확장 대신 내실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각 업체가 PB상품이나 배달 서비스 등을 육성하고 있죠. 세븐일레븐 역시 '푸드드림'을 비롯한 특화 점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들이 효과를 낸다면 세븐일레븐의 3위 자리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마트24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마트24는 '트렌디한 편의점'으로 꼽힙니다. 스무디킹을 숍인숍 형태로 데려오고, 업계 최초로 '주식 도시락'을 판매하기도 했죠. 이마트24는 초저가 PB 상품 등에서 얻은 가성비 이미지도 강합니다. 덕분에 편의점 주력 소비자인 젊은이들의 선호도가 높죠. 이는 점포 확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점입니다. GS25·CU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만큼, 이마트24의 확장에 따른 타격은 세븐일레븐에 집중될 거고요.

미니스톱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시장에서는 현 가격도 높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올해 이베이코리아·W컨셉 등을 인수한 이마트의 자금 여력이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븐일레븐 역시 예비입찰에 불참했을 뿐 상황을 관망하고 있습니다. 미니스톱을 사이에 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눈치게임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이들의 선택은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까요. 끝까지 한 번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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