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간판 빼앗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거리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자율규약(자율규약)이 3년 더 시행되면서, 경쟁사 점주 영입이 유일한 '출점 전략'으로 남으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점주 혜택을 늘리는 대규모 상생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더불어 미니스톱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마트24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니스톱의 2500여개 점포를 확보하며 '양파전'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점경쟁, 앞으로도 어렵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30일 자율규약 연장을 결정했다. 이번 협의에는 CU·GS25·세븐일레븐·씨스페이스 등 5개 협회사와 이마트24가 참여했다. 자율규약은 2018년 12월 처음으로 체결된 편의점 중복 출점 금지 규칙이다.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를 기준으로 출점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대부분 지자체가 50m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서울은 100m 이내 신규 편의점 출점이 금지된다.
자율규약은 체결 이후 '선순환'을 이끌어냈다. 자율규약 체결 이전이었던 2018년 국내 편의점 점포의 순증(신규출점-폐점) 수는 5000개에 달했다. 이는 이듬해 2600여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역시 3000개 초반을 유지했다. 업계도 자율규약에 적극 동참했다. 현재까지 자율규약 위반 사례는 총 9건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출점이 제어되며 가맹점 매출도 유지됐고, 시장 안정성도 나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자율규약이 연장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협회 비회원사 이마트24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24가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트24는 지난 9월 의견수렴 참여사 자격으로 자율규약 연장 논의에 참여했다. 이후 연장에 동의하면서 순조로운 자율규약 연장에 힘을 보탰다.
이번 자율규약에서는 장기 운영 점포의 운영권도 강화됐다. 이제까지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까지만 인정해 왔다. 때문에 장기 운영 점포의 계약 연장을 둘러싼 분쟁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협회와 공정위는 이번 자율규약 내용에 10년 이상 운영된 점포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특별한 문제가 없이 10년 이상 운영된 점포의 재계약이 원활해졌다.
출점, 앞으로도 어렵다…결국 'FA 영입전'
자율규약 연장으로 향후 업계의 점주 영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출점이 어려워진 만큼, 경쟁사 점주 영입이 사실상 유일한 출점 전략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 시장에 풀리는 계약 만료 점포는 5000개에 달한다. 이는 국내 모든 편의점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만일 특정 브랜드가 점포를 다수 확보한다면 업계 지형까지 바뀔 수 있다. 편의점업계가 영입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의 해법은 '역대급 상생안'이다. GS25는 이달 초 18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성격으로 모든 점포에 20만원을 지급한다. 본사가 보이스피싱 등 사기 피해 보험료도 지원하기로 했다. GS25는 가맹점주 복지 강화에도 나섰다. 10년 이상 운영한 점주에게 건강검진·재계약 지원금 인상 등 혜택을 제공한다. 나아가 카페형 점포 등 새로운 콘셉트의 점포 모델 개발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CU도 2000억원 규모 상생안을 발표했다. 도시락·간편식품에만 적용됐던 폐기지원금을 과일·채소 등 41개 카테고리에 지급하기로 했다. 폐기지원금의 지급 한도도 최대 40만원까지 올렸다. 신상품 도입에 적극적인 점포에는 매월 15만원의 지원금도 지급한다. 이마트24는 심야 영업 미계약 가맹점을 대상으로 심야 영업 확대 지원금을 풀었다. 세븐일레븐은 매출 부진 점포가 폐점할 경우 폐점 비용 절반을 지원하는 '출구전략'까지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주도해서 출점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키우기는 앞으로도 어려워졌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 자율규약이 없었더라도 비슷했을 것"이라며 "결국 타 브랜드 점포를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점포를 늘리는 유일한 길이다. 이 경우 상생안은 자유계약 점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 미니스톱 품고 '양파전' 만드나
업계에서는 자율규약 연장이 이마트24의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인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24는 현재 미니스톱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사모펀드를 제외한다면 국내 유통업체 중 유일한 참여사이기도 하다. 미니스톱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적격 인수 후보를 선정한 후, 다음달 중 본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편의점은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점포가 많을수록 매입 협상력이 높아진다. 자체브랜드(PB) 상품 기획 등에도 유리하다. 특히 이마트24는 이미 규모의 힘을 체험한 바 있다. 5000개 점포를 넘어선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가져간다면 점포가 총 7500여개로 늘게 된다. 흑자 구조가 빠르게 정착될 수 있다. 더불어 가격까지 합리적이다. 지난 2018년 매각 추진 시 4000억원대였던 미니스톱의 몸값은 현재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관건은 자금 여력이다. 이마트24는 모회사 이마트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SSG랜더스 창단, 이베이코리아·스타벅스 지분 인수 등 초대형 투자를 이어갔다. 그만큼 자금 여력도 줄었다. 이마트24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이마트24의 지난해 부채 비율은 869.9%다. 2018년 대비 4배 이상 높아졌다. 올해에도 총 4차례 사모채를 발행하며 55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때문에 추가 투자금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한다면 현재 2강(CU·GS25), 1중(세븐일레븐), 2약(이마트24·미니스톱) 구도를 한번에 2강 2중 '양파전'으로 바꿀 수 있다. 때문에 이마트24도 미니스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상권이 겹치는 등 문제로 미니스톱 인수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마트24가 인수자금을 순조롭게 조달할 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