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롯데ON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첫 반격 아이템은 '식품'이다. 푸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롯데ON은 식품에 '콘텐츠'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잡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롯데ON은 그로서리 상품에 콘텐츠를 접목해 상품을 제안하는 ‘푸드온’을 오픈한다고 17일 밝혔다. 푸드온은 ‘셰프의 레시피’, ‘오늘의 식탁’, ‘생산자 장터’ 등의 테마로 구성된다. 각 테마별로 단순한 상품 이미지가 아닌 조리법과 전반적인 상차림 등을 콘텐츠로 제작해 선보인다.
푸드온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음식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롯데ON은 푸드온의 콘텐츠를 통해 비대면 쿠킹 클래스, 푸드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셰프의 레시피에서는 매일 새로운 쿠킹 클래스 콘텐츠를 소개한다. 한우 등심 스테이크, 매콤달달 맵도리탕 등 셰프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조리법을 동영상으로 알려준다. 셰프의 특제소스와 함께 요리 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한 박스에 담아 배송해주는 ‘요리 키트(KIT)’를 판매한다.
셰프의 레시피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은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새벽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또가장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운영한다.
고객이 셰프의 레시피 상품을 정오 이전에 주문하면 정육, 수산, 채소 등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주문량에 맞춰 생산에 들어간다. 각 상품이 1차 센터로 모이면 합배송을 통해 하나의 상자에 담겨 다음 날 새벽 고객에게 배송된다.
오늘의 식탁은 상차림 및 식단을 제안한다. 홈술족을 위한 집에서 만드는 안주, 다이어트 및 안전한 우리 아이 식단 등 시즌 이슈에 맞춰 다양한 식단과 이에 어울리는 메뉴를 제안한다. 더불어 관련 상품도 판매한다.
생산자 장터는 우수한 신선식품 업체의 판로를 지원하는 상생 장터다. 상품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5개 업체를 우선 선정해 푸드온에서 별도의 판매 만들어 운영해준다. 상품 영상도 제작해 푸드온 페이지에 노출한다. 롯데ON은 향후 우수한 신선식품 업체를 직접 발굴해 ‘생산자 장터’에 입점시켜 이를 점차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ON은 푸드온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ON은 지난해 롯데가 온·오프라인 역량을 총결집해 야심차게 선보인 서비스다. 하지만 쿠팡, 네이버 등에 밀리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 내부에서도 롯데ON의 부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작년 롯데ON의 거래액은 7조6000억원에 그쳤다. 네이버가 28조원, 쿠팡이 2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참 뒤처진다. 올해도 큰 변화는 없었다. 지난 2분기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4% 감소한 290억원,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된 320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부진하다.
게다가 작년 기준 거래액 20조원 규모였던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에 인수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네이버, 신세계, 쿠팡의 3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로서는 하루빨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소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에 롯데는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대표로 영입, 변화를 모색했다. 푸드온은 나 대표 부임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템이다. 롯데는 상반기에 이미 '푸드온((Food ON)'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아이템이었던 셈이다. 그런 만큼 기대도 크다.
푸드온은 롯데가 가진 장점을 모두 가져왔다. 롯데ON의 설립 취지와도 부합한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여 소비자들과 소통이 가능하게끔 구도를 짰다. 이어 이런 소통이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관심을 유발하고 롯데의 강점인 오프라인을 활용해 구매는 물론 새벽 배송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아이템인 식품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각종 콘텐츠를 접목시켰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나 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만일 푸드온이 성과를 낸다면 롯데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제대로 낸 사례로 꼽힐 수 있다.
문제는 롯데ON의 이런 시도가 얼마나 실제 이커머스 시장에서 통할지 여부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ON의 브랜드 파워가 취약한데다, 여전히 롯데ON 출범 초기에 있었던 각종 오류와 혼란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좋지 않다. 이것이 걸림돌이다. 이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느냐에 푸드온의 성패가 달려있다.
천명수 롯데ON 푸드온팀장은 “롯데ON이 이번에 선보이는 푸드온은 지금까지의 상품 판매 방법과는 다르게 감성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채널”이라며 “앞으로도 맛있는 스토리와 함께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안심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