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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BBQ와 bhc의 혈투…'상처'만 남았다

  • 2021.09.30(목) 14:55

BBQ, bh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1심 패소
BBQ·bhc, 총 9건 소송…끝없는' 법정 싸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대표 기업인 제너시스BBQ(BBQ)와 bhc의 소송전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BBQ가 bhc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 관련 1000억원대 손배소 1심 결과인데요. 법원은 bh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BBQ가 내놓은 증거만으로는 법에서 정한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BBQ는 이번 판결에 유감을 나타내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BBQ와 bhc는 지금 전쟁 중입니다. 양사가 서로 제기한 소송 결과가 올해 들어서만 4건입니다. 지난 1월에는 BBQ가 박현종 bhc 회장을 상대로 낸 71억원의 손배소 결과가 나왔고요. 같은 달에 역시 BBQ가 bhc를 상대로 낸 191억원 규모의 손배소 항소심 결과도 나왔습니다. 또 bhc가 BBQ를 상대로 낸 '상품 공금 대금' 소송 결과도 올해 나왔고요. 

두 회사가 얽힌 소송은 총 9건에 달합니다. BBQ가 bhc를 상대로 낸 소송이 6건, bhc가 BBQ를 상대로 낸 소송이 3건입니다. 각각의 재판이 별도로 진행되는 데다, 항소도 이어지고 있어 현재 어떤 소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회사 내부 직원에게 문의해도 헷갈려하기 일쑤입니다. 홍보팀의 한 직원에게 판결에 대해 문의하면 "알아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지금까지는 bhc가 승기를 잡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나온 판결에서는 모두 bhc가 승소했습니다. bhc 측은 "BBQ가 무리한 소송을 제기해왔는데, 이제 법적 시비를 제기할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BBQ의 생각은 다릅니다. BBQ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힌 뒤 "양사 간의 법정 공방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겁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양사의 다툼이 시작된 건 지난 2013년부터 입니다. 사실 bhc는 애초 BBQ의 자회사였습니다. BBQ는 2004년부터 10년간 bhc를 운영했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BBQ가 해외 진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bhc를 매각합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더로하틴그룹에 bhc를 팔았습니다. 이 매각을 주도한 인물은 박현종 당시 BBQ 부사장이었습니다. 박 부사장은 매각 후 bhc 대표가 됐고요. 

bhc는 다음 해 BBQ가 bhc의 가맹점 숫자를 부풀려서 매각했다며 국제중재재판소(ICC)에 제소했습니다. ICC는 BBQ가 9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때부터 양측의 '난타전'이 시작됩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박 대표가 bhc를 인수했습니다. BBQ에서 bhc 매각을 담당했던 임원이 bhc의 대표로 갔다가 이젠 '오너'가 된 겁니다. 이제 양측의 다툼은 '오너 대 오너'의 싸움이 됐습니다. 이후 bhc는 BBQ를 넘어 매출 기준으로 국내 2위 치킨 프랜차이즈로 성장합니다. BBQ는 교촌과 bhc에 밀려 3위입니다. 이젠 그냥 싸움이 아닙니다. 자존심이 걸린 싸움입니다. 지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두 회사의 다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릅니다. 2014년 이후 8년간 다퉈왔지만 앞으로도 더 오랜 기간 법정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양사는 서로의 '오너'를 겨냥한 터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BBQ가 제기한 박현종 회장에 대한 형사 재판이 현재 진행되고 있고요. 올해 4월에는 bhc가 BBQ 윤홍근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양사의 다툼이 회사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bhc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26% 늘며 4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BBQ에서 독립한 직후인 2014년에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성장 중입니다. BBQ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8% 늘며 33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두 업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사실 소비자들은 양측의 다툼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두 업체가 싸운다고 해서 치킨 맛이 달라졌다거나 가격이 오른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두 업체가 향후 수년간 소송을 지속할 경우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큽니다. 일단 두 회사 모두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급되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게다가 양측 오너 모두 법정 다툼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BBQ나 bhc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겠죠.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갈아타는 일이 잦아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이미 차고 넘치니까요.

양측의 소송이 9건에 달하는 만큼 각각의 재판 결과는 누구 하나의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중 몇 건은 bhc가, 나머지는 BBQ가 승소할 겁니다. 두 업체 모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 중 한쪽이 과반을 '승소'한다고 해서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완전한 '승자'는 없는 게임인 겁니다. 두 회사도 이런 잘 리스크를 알고 있을 겁니다.

지난해 10월 22일 경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 최초로 코스피에 직상장해 주목받았습니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교촌의 미래 가능성을 바라봐 달라"며 '미래'를 얘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BBQ와 bhc의 다툼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졌습니다. 박현종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대해 해명해야 했습니다. BBQ와 bhc는 언제쯤 '미래'에 집중할 수 있게 될까요. 두 기업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너무 늦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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