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면 업체는 최근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한창이다. 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큰 틀에서 '위드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하고 싶어도 못했던 '오프라인' 마케팅 행사들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위드코로나는 말 그대로 '단계적 일상회복'이니만큼 올해 연말 당장 마케팅 전략을 바꾸기보다는 내년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형 주류 업체는 지난 1일 '위드 코로나'를 맞아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전국 각지의 음식점과 술집을 돌며 현장에 필요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주류 업체 마케팅의 '핵심'은 현장을 뛰어다니는 영업 사원들에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위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일상으로 회복하는 시기에 들어선 만큼 현장 영업망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살아나는 소비 심리…분주해진 유통 업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유통 업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프라인 마케팅 강화를 위해 현장 점검을 하거나 내년 연중행사를 기획하며 '일상'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당장 일상이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면 마케팅을 곧장 재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분주하게 전략을 짜고 있다.
유통 업체들은 때마침 맞이한 '11월 쇼핑 대목'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월은 중국의 광군제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전 세계적으로도 쇼핑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 업체들도 이에 맞서 매년 11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도 '코리아세일페스타'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를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위드 코로나를 맞아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가 지난달 진행한 '2021 대한민국 쓱데이' 매출액은 지난해 행사보다 35% 증가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출도 늘어났다. 이마트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9%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행사 기간을 늘린 덕분에 104% 증가했다. 롯데아울렛이 진행한 '롯데아울렛 메가 세일'의 매출액 역시 전년보다 24.1% 증가했다.
이처럼 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자 업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다만 당장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기보다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통 업계에서 코로나19 시대에 중단된 대표적인 마케팅 활동은 '시식 행사'와 '문화센터'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단 이런 일상적인 마케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겨울학기 문화센터 회원모집'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영아와 임산부 수업을 포함한 전 강좌 카테고리를 개설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전국 백화점 전 점포의 문화센터에서 겨울학기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맞아 지난해보다 강좌를 10~20% 확대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에서 주로 진행하는 시식 행사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식 행사의 경우 고객이 마스크를 벗고 진행해야 하는 행사이니만큼 비말 감염 등의 우려가 있어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당장 재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현장 마케팅 본격화…"정상화 기대"
식품 업체들의 경우 현장 영업을 강화하면서 내년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단 식품 업체들은 그간 진행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홍보 행사나 길거리 시식 마케팅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식품 업체에 시식 행사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특히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그간 라이브방송 등 제한된 수단으로만 제품을 홍보할 수밖에 없었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보내줘 시식하게 하거나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 제품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만큼 코로나19 이전에 했던 다양한 행사를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이 '핵심'인 주류 업체들도 조심스럽게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주류 업체들의 경우 최근 현장 점검에 돌입하며 영업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있다.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현장 영업을 하긴 했지만 워낙 장사가 안되는 업소들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면서 "이제 식당이나 술집이 활기를 찾고 있는 만큼 여러 지원한 부분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업계도 '시동'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영업이 중요시됐던 제약·바이오 업계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영업‧마케팅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핵심 사업부다. 하지만 그간 코로나 확산으로 병원과 약국들이 영업사원들의 방문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대면 영업이 불가능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식품이나 주류 제품처럼 매장에 진열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직접 영업‧마케팅 직원들이 보건의료 전문가들에게 신제품이나 기존 제품의 처방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런 통로가 막힌 탓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신 접종 확대로 대면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페링제약, 대웅제약, 동화약품 등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달 미국 진출과 제품 출시를 기념해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초청, 오프라인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 제약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에 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출입문에 '영업사원 사절'이라고 붙여 놓을 정도로 영업 환경이 열악했다"며 "이제 위드 코로나를 맞아 숨통이 막혔던 대면 마케팅 행사들을 하나둘 재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