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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 못하네"…'수능 마케팅' 잠잠해진 이유

  • 2021.11.23(화) 15:12

수험생 줄고 입시 변화로 '대목' 사라져
핼러윈·블프 등 거대 시장 성장 중
조용히 진행…"연말 연계가 더 효과적"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수험생을 겨냥한 유통업계의 '수능 마케팅'이 시작됐다. 다만 '위드 코로나' 시기임에도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다. 대형마트 등에서 수험생을 겨냥한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큰 폭의 할인 대신 원플러스원(1+1) 방식 증정 행사나 할인 쿠폰 제공이 대세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시 확대 등 입시 환경의 변화로 '대목'이 사라진 것이 이유로 꼽힌다.

수능 마케팅의 규모는 앞으로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이 감소하고 있고 수능 전후로 핼러윈데이·블랙프라이데이 등 더 큰 대목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도 할인 프로모션 등에서 유통업체에게 일정 수준의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 이에 수능을 연말 마케팅에 포함시킨 전략을 짜는 업체가 늘고 있다.

일단 시작은 했는데...

유통업계가 본격적으로 수험생 할인 프로모션과 경품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백화점은 '패션'에 집중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5일까지 수험표를 가져오는 소비자에게 패션 브랜드 상품을 20% 할인한다. 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은 모바일 앱을 통해 건강기능식품·패션·식음료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외식업계도 나섰다. CU와 GS25는 공식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응모한 수험생에게 모바일 상품권과 쿠폰 등을 제공했다. 라그릴리아·애슐리·빕스 등 외식 브랜드는 무료 증정 및 할인 프로모션을 개시했다. 배달 프랜차이즈업계도 마찬가지다. BBQ는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 수험생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도미노피자는 수험생 대상으로 사이즈 업그레이드 프로모션을 전개중이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각자 수험생을 겨냥한 할인 행사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롯데월드

호텔·레저업계는 2년만에 수능 마케팅을 재개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와 수능이 겹치며 대목을 놓쳤다. 신라스테이는 오는 25일까지 '애프터 수능' 프로모션을 펼친다. 제주를 제외한 전 지점 뷔페에서 수험생을 포함한 3인 이상 단체고객에게 2인 무료 할인 혜택을 준다. 에버랜드는 66% 할인 및 팝콘을 무료로 증정하며 롯데월드는 종합이용권을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CGV 등 극장가에서도 수험생 대상으로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런 유통업계의 수능 마케팅은 예전과 달리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적극적인 홍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고려한 전략이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11월 첫 주 365명이었던 위중증 환자는 지난주 498명까지 늘어났다. 일상회복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경우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정말 코로나 탓일까

업계에서는 수능 마케팅의 위축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수능 자체를 '대목'이라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단 입시 전형과 일정이 크게 바뀌었다. 수능의 대입 전형 내 비중은 과거 대비 낮다. 대부분 수험생은 수능 직후 논술 등 대학별고사 준비에 들어간다. 실제로 성균관대·숙명여대·동국대 등 대학은 수능 직후인 지난 주말 논술고사를 마쳤다. 타 대학들도 일제히 논술고사를 예고한 상태다.

시장의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3 학생 수는 44만6573명이었다. 10년 전 대비 30%, 5년전 대비 24% 줄어들었다. 수능 응시율도 하락세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총 42만1034명으로, 접수인원 대비 응시율은 85.3%였다. 이는 1994년 첫 수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고3 학생은 해마다 줄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반면 유통업체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부터 '대규모유통법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는 판촉 행사를 진행할 때 최소 50%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부담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수능 마케팅의 주요 타깃인 수험생의 구매력은 비교적 낮다. 때문에 유통업체가 굳이 수험생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릴 필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능 마케팅도 일반 세일과 마찬가지로 '박리다매'를 노리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일단 많이 팔려야 한다.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이를 보장하기 어렵다"며 "또 최근 수험생 소비자들은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보다 기프티콘 등 비대면으로 선물하는 트렌드에 익숙하다. 오프라인 거점의 대규모 수능 마케팅은 외식업체 등을 제외하면 점차 위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마케팅, 연말 시즌에 흡수된다

수능 마케팅은 앞으로 핼러윈데이부터 연말 사이의 '징검다리'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핼러윈데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핼러윈데이 관련 키워드의 검색어 지수는 2018년 41에서 올해 100까지 올랐다. 검색 지수는 조사 기간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 검색량을 수치화한 지수다. 핼러윈데이에 대한 관심이 '검색 1위'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수능과 맞물려 있는 블랙프라이데이 해외 직구 시장도 성장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해외직구 거래액은 전년 대비 44.2% 늘었다. 올해 거래액은 총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온이 블랙프라이데이와 연계해 진행한 '더 블랙 위크' 행사에서는 해외직구 매출이 전년 대비 11배 증가했다. 타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해외직구 역량도 강화되고 있는 만큼, 블랙프라이데이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입실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업계에는 수능 마케팅에 투자할 비용을 줄이고 세일 등 기존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은 지난 주말부터 정기 세일을 시작했다. 식품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들은 김장시즌을 겨냥하고 있다. 11번가는 협업 중인 아마존의 인프라를 활용해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을 강화했다. SSG닷컴·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들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연말까지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핼러윈데이와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재 시장에서 수능에 대한 관심도가 다소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 수능 마케팅에 집중하기에는 비용 효율성이 높지 않다"면서 "수능을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까지 연계한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오랫동안 쇼핑 열기를 이어갈 수 있다. 앞으로 수능 마케팅은 연말과 연계된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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