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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식품·제약업계, '온라인'에 눈뜨다

  • 2021.11.19(금) 14:00

라방·온라인 시식 등 '온택트 마케팅' 각광
스튜디오 설립·전문포털 개설 등 적극적 행보
"코로나 이후에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병행"

신세계푸드가 자사 제품을 한 라이브방송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신세계푸드 제공.

풀무원은 지난해 하반기 라면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 정·백·홍면' 3종을 의욕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소비자들에게 직접 맛을 보게 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집콕 시식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총 1만명의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보내준 뒤 집에서 맛보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일동홀딩스는 지난 9월 자체 의료정보 플랫폼 '나우후다닥'을 새로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4월 만든 '후다닥'을 더욱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후다닥은 일동제약이 의료전문가와 일반 소비자를 연결하기 위해 만든 의약전문포털이다. 오픈 1년 만에 회원 수 5만명을 돌파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년간 국내 식품·제약 업체들은 답답한 심정이었다.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채널이었던 '대면 마케팅'을 할 수 없게 되면서다. 식품 업체들의 경우 대형마트 등에서 진행하던 시식 코너 운영이 중단됐다. 브랜드 홍보 등을 위해 운영해온 팝업스토어도 열 수 없었다.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의료전문가는 물론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사라졌다.

이에 업체들은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다. 라방(라이브 방송)이나 '온라인 시식회'로 신제품을 홍보하거나 자사 온라인 몰을 강화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은 예상외로 '성공적'이었다. 이에 따라 식품·제약 업체들은 향후 코로나 이후에도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라방 '대박 행진'…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코로나19 시대 식품 업체들은 이른바 '온택트 마케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 '연결(On)'을 더한 개념이다. 직접 얼굴을 맞대지는 않지만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라이브 방송'과 '구독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 온택트 마케팅은 식품 업체들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맛을 보도록 하는 게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경우 맛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온택트 방식으로도 충분히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교촌치킨이 배민쇼핑라이브를 통해 자사 신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교촌 제공.

식품 업체들이 가장 주목한 방식으로는 '라방'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3월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처음으로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옛날통닭'을 판매했다. 사실 옛날통닭은 이미 출시 5개월 만에 10만개가 팔리며 인기몰이 중이었다. 하지만 라방 이후 20일 만에 10만개가 더 판매됐다. 라방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셈이다. 

교촌치킨 역시 라방으로 신제품을 홍보했다. '발사믹 치킨'이 대표적이다. 교촌치킨은 배민쇼핑라이브를 통해 발사믹 치킨을 판매해 총 27만건의 실시간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배민쇼핑라이브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아울러 11번가에서 같은 제품으로 라방을 진행해 역시 사상 최대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성공 사례가 잇따르자 식품 업체들은 잇따라 라방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이 특히 주목한 건 라방이 기존 '시식코너'나 '먹방'과 달리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상품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흥미롭게 제공했거 이에 젊은 소비자들이 호응했다.

스튜디오 개설…구독 서비스도 '주목'

'온택트 마케팅' 효과가 증명되자 식품 업체들은 더욱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 8월 아예 스튜디오를 새로 만들었다. 본사 1층에 마련한 오프라인 쿠킹 클래스 공간을 '디지털 쿠킹 스튜디오'로 재단장했다.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해 수준 높은 영상 제작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 스튜디오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겠다는 목표다.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을 받는 '구독 서비스'도 코로나 시대에 새로 주목받기 시작한 마케팅 전략이다. 베이커리나 스낵, 아이스크림 등은 오프라인 점포의 접근성이 좋아 구독 서비스와는 맞지 않은 방식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인구가 줄자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놓은 게 바로 구독 서비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롯데제과가 운영하는 구독서비스 '월간과자' /사진=롯데제과 제공.

빙그레는 지난해 10월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론칭 첫 달 300명의 구독자를 모집했고, 올해 6월 말 기준 1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롯데제과는 월간 과자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내놨다. 이미 2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업체들은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지난 2년간 운영해온 온라인 마케팅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오프라인 마케팅과 연계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시도들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제 식품 업체들의 마케팅에도 비대면 요소를 적용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동영상 콘텐츠로 정보를 습득하고 즐기는데 익숙한 MZ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주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도 온라인 전략 '진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기 시작한 점이다. 일동제약 지주회사인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4월 선보인 '후다닥'이라는 의약전문포털을 선보였다. 1년 만에 회원 수 5만명을 돌파하며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9월에는 아예 '나우후다닥'을 새로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유한양행과 종근당도 지난해 10월 각각 '유메디'와 '메디뷰'를 오픈하고 비대면 영업‧마케팅을 강화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 기존에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던 기업들도 디지털 마케팅 재정비에 나섰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개최하는 학술대회의 모습도 달라졌다. 그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학술대회에서 부스를 설치해 각자 제품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방식이 어려워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온라인 학술 대회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제품 심포지엄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됐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위드코로나로 대면 마케팅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지만 온라인 마케팅도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을 병행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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