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날씨로 어머님 건강이 염려돼서 인사드렸더니, 모닝 커피를 드시면서 웃으십니다. 코로나19 주사는 안 맞으신 것 같은데 몸살 부작용이 걱정되신다고 합니다.
아버님과의 만남도 점점 즐겁고 행복한 나날입니다. 고객님의 마음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hy(구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들의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불평하는 프레시 매니저들은 찾아볼 수 없다. 새롭게 추가된 일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얼굴을 맞댈 수 없는 부모 자식간의 가교 역할이어서다.
멀리 떨어져있는 자식은 부모의 안부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어 안심이다. 홀로 계신 부모님도 자신의 일상이 보고싶은 자식들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이 기쁘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우리 일상의 새로운 풍경이다. 그 한가운데에 프레시 매니저, 아니 우리에게 친숙한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안부 캠페인' 기획
hy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효(孝)사랑 안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로 홀로 사는 부모와 떨어진 자식들이 신청한다. 캠페인을 통해 제품을 구독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월 1회 이상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다. 추가 비용은 없다. 때마다 멀리 계신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어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의 경우 휴대전화가 아예 없는 경우가 있다. 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익숙하지 않아 자녀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캠페인은 이런 이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다. 특히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직접 찾아뵙는 것에는 못미치지만 이렇게나마 부모님의 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캠페인이 입소문을 타면서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캠페인을 개시한 지 1년 반 만인 지난 10월 말까지 누적 신청자가 1780명을 넘어섰다. 지역별 신청자를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46.2%로 가장 많았다. 서울에 살면서 지방에 있는 부모님의 소식을 들으려는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곳곳에 넘쳐나는 사연
많은 이가 캠페인에 신청하다 보니 사연도 다양하다. 서울 강서구 신정점 소속 김미선 프레시 매니저는 한 노부부를 매일 만난다. 제품을 배달하면서 두 분이 운동을 꾸준히 하고 계시는지, 건강은 괜찮으신지를 살펴본다. 이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부부의 자녀에게 '부모님의 건강하신 모습을 잘 뵙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다.
김 매니저는 "처음에는 두 분이 낯을 많이 가리셔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했다"며 "이제는 길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내 부모님께 문안 인사하는 느낌으로 찾아뵙고 있다"면서 "제품과 함께 마음을 전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금정구 장전점의 사연도 눈길을 끈다. 이 지점 소속 정혜진 프레시 매니저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찾는다. 서울에 사는 며느리가 캠페인을 신청해 할머니의 일상을 문자메시지로 전한다. 할머니는 청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휴대전화도 없어 정 매니저는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찾아뵐 때마다 되도록 크게 인사를 드린다"며 "문을 연 뒤 방까지 가서 꼭 확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서여의도점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같은 서울 지역에 살지만 만나기 어려웠던 부녀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작은 회사 대표다. 딸은 다른 기업의 회사원이다. 그런데 부녀가 자주 만나다 보면 혹여 코로나19로 서로의 직장에 피해를 줄까 걱정돼 6개월이나 만나지 못했다. 이를 문자메시지로 '연결'해준 게 바로 손영선 프레시 매니저다.
손 매니저는 "같은 서울 지역이지만 자주 왕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따님이 아버지 건강까지 생각해 캠페인을 신청해주셨다"면서 "저도 딸한테 받았으면 하는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에도 계속…지자체와도 협업
'효 사랑 안부 캠페인'은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캠페인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꿨다. 가족조차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혹여 병을 옮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다. 반면 hy의 프레시 매니저들은 직업의 특성상 매일 골목골목을 누비며 동네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이런 특성을 잘 살린 캠페인이다.
물론 이 캠페인이 코로나19 시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hy는 지역과 밀착된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갖췄다. 그 핵심은 프레시 매니저들이다. 물론 택배 업체 기사나 음식 앱 배달 인력도 많다. 하지만 프레시 매니저는 경우 지역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그들의 일상 중 일부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한다.
이때문에 코로나19 이전부터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hy에 '러브콜'을 보냈다. 지자체 인력만으로 수많은 홀로 사는 노인을 매일같이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각 지역을 담당하는 프레시 매니저들과 손을 잡으면 힘이 될 수 있다. hy는 현재 전국 45개 지자체와 23년 이상 협력하며 돌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hy가 가진 특성을 십분 살린 또 다른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인 셈이다.
아울러 이 캠페인은 장기적으로 hy가 지역에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캠페인에 신청한 소비자 중 1년간 제품 구독을 유지한 고객의 비율은 6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고객의 경우 20.8%가량이다. hy 입장에서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문자 한 통으로 확실한 고객 '록-인(lock-in)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김준걸 hy 고객중심팀장은 "프레시 매니저가 보내주는 메시지에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등의 사연이 홈페이지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고객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하고 점차 잊히는 효도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캠페인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