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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역대급 실적' 이유 있었다

  • 2021.11.11(목) 09:04

[워치전망대]사상 최초 분기 매출 4조 돌파
식품·바이오 '쌍끌이'…'맞춤형 전략' 통해
바이오 사업구조 다변화…"진화는 이제 시작"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J제일제당이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4조원을 넘어서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여기에 바이오 사업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분기 매출 1조원의 벽을 처음으로 넘었다. CJ제일제당은 탄탄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식품·바이오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식품·바이오 '쌍끌이' 성공

CJ제일제당은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조8541억원, 영업이익 43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1%, 영업이익은 7.7% 증가했다. 자회사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개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7% 늘어난 4조2243억원이었다.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4조원을 넘겼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3222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식품·바이오 사업의 '쌍끌이'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거뒀다. CJ제일제당 식품 사업부문은 3분기 매출 2조5790억원, 영업이익 186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7.9%, 5.8% 늘어난 수치다. 지난 2분기 정체를 딛고 성장세로 돌아섰다. 국내에서는 비비고·햇반·고메 등 가정간편식(HMR) 브랜드가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만두와 미초 등 'K-푸드' 전략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며 힘을 보탰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바이오 사업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3분기 바이오 사업부문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4% 증가한 1조422억원을 나타냈다. CJ제일제당 바이오 부문이 분기 매출 1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9% 늘어난 1274억원이었다. 다만 사료·축산 부문(CJ피드앤케어)은 주춤했다. CJ피드앤케어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4.5% 줄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곡물가·운임비 상승 등 위기 상황에서도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신성장동력을 지속 발굴하고, 혁신제품 개발과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 다' 잘 해낸 비결은

CJ제일제당의 실적 호조 비결은 '시장 맞춤 전략'에 있다. 식품 사업부문은 '비용 효율화'에 집중했다. 실적이 좋은 제품군에 집중 투자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다. 마진이 높은 채널을 적극 공략한 점도 주효했다. 직접 판매가 가능한 기업간거래(B2B)·온라인 채널에 집중해 유통 비용을 줄였다. 기본 소비자 가격이 높아 수익성이 좋은 편의점 시장에는 판촉비를 집중 투입해 매출 비중을 높였다.

이는 CJ제일제당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비비고·햇반 등은 국내 시장 최상위권 브랜드다. 만두 등은 해외에서도 상위권이다. 소비자 선호도도 높다. 유통 채널이 '반드시 팔아야 하는 상품'이라는 이야기다. CJ제일제당은 이 '경쟁 우위'를 활용해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 등 '후폭풍'을 줄였다. 판촉비도 자유롭게 운영했다. 이를 통해 원자재 가격 폭등이라는 '악재'를 넘어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바이오 사업부문의 핵심 전략은 '호환생산'이다. 호환생산은 전세계 거점에 위치한 공장에서 각 시장에 적합한 품목을 집중 생산·공급하는 방식이다. CJ제일제당은 중국 심양, 미국 아이오와 등에서 운영 중인 공장에 호환생산 방식을 적용했다. 나아가 일부 공장에서는 한 생산 라인에서 발린·이소르신 등 다양한 제품을 교차 생산토록 했다. 각 시장의 상황 변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사료 사업부문에서는 이런 전략을 시도하지 못했다. 사료는 곡물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B2B 시장의 비중도 커 제조·포장·유통·마케팅 등에서 비용을 아끼기도 어렵다. 제품 가짓수도 식품·바이오에 비해 적어 호환생산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CJ제일제당의 사료 사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낮다. 때문에 가격 인상에 쉽게 나설 수 없다. 사료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미래는 '차세대 바이오'

이제 CJ제일제당의 시선은 '미래'로 향하고 있다. 중심축은 바이오다. 변신은 이미 시작됐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헬스케어 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이어 네덜란드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충했다. CDMO는 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 개발 회사에게 의뢰를 받아 의약품·시료 등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과 CDMO는 현재보다 미래 기대가치가 더 큰 차세대 분야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오는 2023년 130조원, CDMO 시장은 오는 2026년 2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분야의 특성도 다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건강기능식품·제약·뷰티 분야로의 확장성이 충분하다. 바타비아는 유전자 치료제 등 제조 공정 개발에 독자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CJ제일제당은 천랩과 바타비아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해 기존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바타비아를 통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인 유전자 치료제 시장 공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유전자 치료제 글로벌 시장에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 제약 전문 기업이 아닌 CJ제일제당에게도 기회가 충분히 열려있다는 이야기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최근 발표한 '2023년 중기비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 등에 3년간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웰니스 분야에 속하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향후 투자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CJ제일제당의 미래를 위한 전략은 이미 가시화됐다. 남은 것은 그 미래를 어떻게 현실로 만드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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