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첫 월간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했다. 'EBITDA'란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뜻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순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마케팅비 절감과 물류·배송 효율화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 컬리의 설명이다. 다만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절약 흑자’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컬리의 비용 다이어트
컬리가 지난해 12월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월 컬리 설립 이래 9년 만에 달성한 EBITDA 기준 첫 월간 흑자다. 컬리는 '지속적인 구조 개선 노력의 성과'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컬리 관계자는 "전년 대비 EBITDA 흑자가 100억원가량 증가했다"며 "일시적 효과가 아닌 구조적인 매출·비용 구조 개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컬리는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대표적인 것이 판관비 감소다. 판관비에는 급여, 감가상각비, 광고선전비, 운반비, 차량유지비, 접대비 등이 포함되는 비용이다. 컬리는 TV 광고를 중단하며 이 비용을 줄였다. 컬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판매관리비는 5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이 기간 포장비, 광고선전비, 운반비 등도 전년 대비 각각 12.7%, 37.5%, 14.1% 줄었다.
컬리가 단기간에 엄청난 '비용 절약'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다. 보통 대부분의 기업은 수익이 나빠지면 판관비부터 줄인다. 단기간에 지표를 개선할 수 있어서다. 물론 수익 사업 성장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 컬리는 구체적인 성과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뷰티컬리, 수수료 기반의 3P(3자 물류)의 성장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쿠팡과 다른 점은
하지만 업계에서는 컬리의 첫 월간 EBITDA 흑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속 가능성 때문이다. 컬리의 흑자는 대부분이 '절약'에서 비롯됐다. 쿠팡의 EBITDA 흑자전환을 이끈 '플라이휠(성장 선순환)' 효과와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쿠팡의 EBITDA 흑자전환을 이끈 요인은 명확했다. 1100만명 회원의 '와우멤버십'과 오픈마켓까지 로켓배송을 확대한 '로켓그로스'가 대표적이다. 각 서비스간 유기적 연결로 고객 유입 등 선순환이 일어났다.
당시 쿠팡은 구체적인 성과 지표도 제시했다. 활성고객수(제품을 분기에 한번이라도 산 고객)과 1인당 구매액 등의 성장세를 공개했다. 수익구조가 뚜렷한 덕분이었다. 실제로 쿠팡은 2022년 2분기 EBITDA 흑자를 내고 이후 3분기에 곧바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쿠팡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이젠 연간 흑자전환까지 앞두고 있다.
여기에 비춰보면 컬리의 EBITDA 흑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쿠팡처럼 뚜렷한 수익 모델로 흑자를 이뤄냈다고 보긴 힘들어서다. 그것마저도 분기 흑자가 아닌 월간 흑자다. 사실 컬리가 현재 흑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지난해 컬리는 올해 흑자전환을 조건으로 사모펀드 등에서 1200억원을 조달받았다. 흑자전환에 실패하면 우선주와 보통주 전환비율을 1대 1에서 1대 1.84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최대한 아끼며 돈 벌기
컬리는 흑자 유지를 위해 여러 수익 사업을 모색 중이다. 관건은 투자 비용이 적으면서도 효율이 높아야 한다. 흑자를 위해 성장 자체를 멈출 수는 없어서다. 지난해 '컬리멤버스'를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멤버십은 상대적으로 큰 투자 없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다. 뷰티컬리 등으로 유입된 신규 고객을 록인시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최근 컬리가 협력사들과 대금 정산 주기를 변경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납품일에 따라 대금 지급일을 차별화한 것이 골자다. 1일~10일까지 납품하면 기존과 같이 다음달 말 지급한다. 하지만 11일~20일은 두달 뒤 10일, 21일~말일은 두달 뒤 20일에 정산을 해준다. 대금 정산일을 늦추면 현금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쉽게 말해 현금보유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현금 관련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컬리가 강남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준비 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쿠팡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면서 매출과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전국이 목표가 아닌, 강남권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은 컬리 자체브랜드(PB) 상품 등 수요가 높은 '컬리의 텃밭'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EBITDA를 이용해 월간 흑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뾰족한 수익사업이 부족한 것이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뷰티컬리 등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반전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면서 "컬리멤버스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