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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주주됐다…승계 본격화?

  • 2024.06.07(금) 15:20

한국 지주사 지분 사들이며 "책임 경영"
신동빈과 사업 현장 찾으며 경영수업 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처음으로 그룹 지주사 주식을 취득했다. 오너 3세인 신 전무가 한국 롯데의 지주사 지분을 처음으로 확보한 것으로 두고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경영 승계 준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주사 지분 첫 취득

롯데지주는 신유열 전무가 지난 4일 보통주 7541주를 주당 2만5862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신 전무의 지분율은 0.01%, 매입 비용은 총 1억9500만원이다. 롯데그룹은 "주주 가치 제고와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무가 한국 롯데그룹 상장사의 지분을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취득한 지분은 많지 않지만 그가 처음으로 한국 내 지주사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롯데그룹은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지주가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정점에 오르도록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따라서 롯데지주의 지분을 취득한다는 것은 한국 롯데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현재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02%)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본격적인 오너 3세 승계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신동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당장의 승계를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신 회장도 1955년생으로 내년에는 70대에 접어드는 만큼 순차적으로 승계 작업에 들어갈 시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그간 승계의 걸림돌로 꼽히던 신 전무의 '병역 이행 의무'도 올해 1월 1일부로 사라졌다. 1986년생인 신 전무는 올해 만 38세가 되면서 병역 의무가 면제돼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병역법 제71조 제1항 제11호는 국적법 제9조에 따라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한해 연 나이 38세부터 병역을 면제하고 있다. 다만 지난 5일 지분 취득 공시에서 신 전무의 국적은 일본으로 표시돼 있다.

보폭 넓히는 신유열

신 전무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치고 게이오 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고 다시 노무라증권에서 일했다.

신 전무는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롯데그룹에 발을 들였다. 이는 신 회장이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컬럼비아대학교 MBA 과정 후 노무라증권을 거쳐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그는 2022년 초 상무보로 승진하며 롯데케미칼 일본지사로 옮긴 데 이어, 같은해 말 정기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또 그 해에는 일본에서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의 대표직도 맡았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에 신설된 미래성장실을 맡는 한편 또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게 됐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은 신사업을 발굴하는 부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롯데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된 계열사다. 신 회장이 신 전무에게 롯데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맡긴 셈이다.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 / 사진=롯데그룹

신 전무는 한국 롯데로 옮긴 후부터 아버지 신 회장과 함께 대외 활동에 동행,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1월 롯데그룹 VCM(옛 사장단 회의)에 참여한 데 이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헤네시(LVMH) 총괄회장 방한, 9월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 등에도 신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올해도 신 전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여해 계열사 부스를 둘러봤다. 같은달 VCM에도 참석해 'AI 전환' 등을 논의했다. 조만간 진행될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바이오 플랜트 1공장 착공식에도 신 회장과 신 전무가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처럼 신 회장이 신 전무를 현장에 동행하는 것은 그가 자신의 후계자라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그룹 주요 사업을 둘러볼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식에서 "(아들은) 앞으로도 유통을 포함해서 국내외 사업 현장을 전반적으로 살피면서 공부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탓 요원한 승계

물론 롯데그룹의 승계에는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간 지분이 아직 연결돼 있어서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의 바깥에 있었던 일본 회사들의 지분이 여전히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얽혀있다.

롯데지주가 현재 한국 롯데그룹의 정점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호텔롯데가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지분 11.06%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이 대부분 가지고 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19.07%)의 지분은 광윤사가 28.1%를 보유 중이다. 광윤사의 지분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오너가가 갖고 있다. 호텔롯데 지분 78.1%를 나눠가진 12개의 L투자회사들도 7곳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가 지분 100%를, 나머지 5곳은 롯데홀딩스와 L2투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LSI도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그룹 오너일가, 광윤사 등이 보유 중이다.

결국 원활한 승계를 위해서는 단순히 롯데지주의 지분을 갖는 것 외에도, 일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롯데지주의 대규모기업집단공시현황에 따르면 현재 신유열 전무는 일본 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는 동시에 오너의 한국 롯데 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호텔롯데 상장'도 승계를 위한 전제 중 하나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일뿐만 아니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의 주주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호텔롯데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업이 둔화하면서 당분간 상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유열 전무의 승계를 언급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상 일본 롯데와 얽힌 지분 문제를 풀어야하고 이와 관련해 호텔롯데 상장 등도 아직 남아있는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 회장과 롯데그룹으로서는 일찌감치 신 전무를 전면에 조금씩 내세워 차기 후계자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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