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건강빵 브랜드를 새로 론칭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와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는 저속노화 트렌드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대중적인 베이커리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빵 브랜드로 이미지를 탈바꿈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건강빵의 기준 세웠다"
파리바게뜨는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리미엄 브랜드 '파란라벨(PARAN LABEL)'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파란라벨의 신제품은 북유럽풍의 통곡물 발효종을 활용한 노르딕 베이커리 4종과 식빵, 모닝롤, 샌드위치 등 식사용 빵 9종으로 총 13종이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3400여 개 매장을 통해 건강빵을 대중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바쁜 일상에서 간편하게 맛있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빵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봤다. 파리바게뜨는 이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건강빵 개별 제품을 출시하는 대신 건강빵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파란라벨의 슬로건은 '건강빵의 새로운 기준'이다. 브랜드명은 파리바게뜨 컬러인 '파란'과 고급 제품라인에 활용되는 단어 '라벨'을 사용해 파리바게뜨의 정체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표현했다.
파란라벨 브랜드가 가진 차별점은 파리바게뜨의 독자적인 발효기술과 엄선된 원료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김연정 파리바게뜨 마케팅본부장(상무)은 "그동안 개인 베이커리에도 건강빵의 개념은 있었지만 기준이 없었다"며 "파란라벨을 통해 건강빵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누구나 빵을 밥처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빵이 국내에서 간식을 넘어 주식(主食)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하루 빵 섭취량은 2012년 18.2g에서 2023년 21.5g으로 약 18% 증가했다. 특히 한끼 식사로 즐기는 플레인 빵에 대한 수요도 증가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빵, 베이글 등 대표적인 플레인 빵의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발효공법 차별화
파리바게뜨는 파란라벨 제품의 모토를 '맛과 영양의 최적 밸런스'로 잡았다. 그동안 건강빵은 식감이 거칠고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았다. 이 때문에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런 인식을 깨기 위해 다년간 발효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란라벨 개발에 앞서 SPC그룹은 해외에서 산학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2020년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는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와 '한국형 노르딕(북유럽) 건강빵' 개발에 돌입했다.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는 지난 2005년 허영인 SPC그룹회장이 식품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기초 소재 연구를 위해 서울대학교 내에 설립한 연구소다.
SPC그룹은 4년여 간의 연구 끝에 통곡물 발효종인 'SPC x 헬싱키 사워도우'와 '멀티그레인(통곡물) 사워도우'를 개발했다. 발효기술은 SPC그룹이 건강빵 기준을 강조할 수 있는 근거다. SPC그룹은 2016년 한국에서 제빵용 효모인 '토종효모'를 개발해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어 2019년엔 국제 특허를 받은 토종효모와 토종유산균을 혼합한 발효종 '상미종'을 탄생시켰다.

SPC x 헬싱키 사워도우는 주원료인 호밀에 SPC 특허 미생물(효모 1종, 유산균 4종)을 혼합한 발효종이다. 통호밀을 주원료로 사용한 점이 기존의 밀 기반의 발효종인 상미종과의 차별점이다. 통호밀은 껍질, 배아, 배유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이 높다. 비타민B군과 철,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곡물이기도 하다. 혈당 조절과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개발 발효종인 '멀티그레인 사워도우'는 통밀, 호밀, 귀리, 아마씨 등 7가지 통곡물과 씨앗에 특수 발효공정과 고온·고압 기술을 적용해 제빵과정에서 곡물의 입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SPC그룹에 따르면 빵을 만들 때 통곡물이나 씨앗류를 그대로 사용하면 단단하고, 분쇄하면 씹히는 식감이 떨어진다.
SPC그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독자적인 효소 ·발효 공정과 고온·고압 기술을 활용해 멀티그레인 사워도우를 개발했다. 또 파란라벨 제품에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대밀인 '스펠트밀'을 사용했다.
심상민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부소장은 "건강빵은 식감이 거칠고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통곡물빵을 더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고자 새 발효종을 개발했다"면서 "빵에 들어간 곡물은 쉽게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멀티그레인 사워도우를 활용한 빵은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 반죽에 바로 사용할 수 있고 미생물 오염이나 품질 저하 없이 장기간 신선하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시장 공략
파리바게뜨가 건강빵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리바게뜨는 기존에 운영하던 식빵, 모닝빵 등을 리뉴얼해 파란라벨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파리바게뜨는 파란라벨 품목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빵에서 시작해 쿠키, 케이크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 소비자의 건강빵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김 상무는 "시중에 판매되는 북유럽식 빵 가격은 7000원대인데 파란라벨은 4000~5000원 후반대로 책정했다"면서 "기존 유럽빵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파란라벨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브랜드명에 '파란'을 사용한 것도 외국인들이 발음할 때 파리바게뜨가 연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통용되는 영단어 '블루'가 아닌 K베이커리라는 점을 각인하기 위해 한글인 '파란'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 진출은 국내에서 먼저 좋은 반응을 얻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파란라벨의 판매 목표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상무는 "(목표 판매량은) 내부 경영지표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목표량이 달성되면 그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