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로 소비가 둔화한데다 온라인 명품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만으로는 외형 성장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해외로 나갑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발란은 글로벌 플랫폼 '발란 닷컴' 강화에 나섰다. 발란은 그동안 국내 1위 명품 플랫폼 지위를 지켜왔지만, 계속된 적자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었다. 이에 발란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최근 화장품 유통 무역업과 해외 판매 등을 지원하는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발란은 투자를 받는 대신 실리콘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실리콘투는 발란에 우선 75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나머지 75억원에 대해선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실리콘투에 따르면 발란은 올해 11월 1일부터 내년 5월 1일까지 매월 1일 기준으로 직전 2개월 간 모두 매월 매출액 중 직매입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또 직전 2개월 간 연속으로 매월 영업이익이 흑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발란은 자금을 수혈 받는 대신 판매 중개 방식(오픈마켓)이 아닌 직매입 제품판매를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발란은 실리콘투가 보유한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실적 개선에 나서는 전략을 짰다. 앞서 발란은 지난해 5월 글로벌 플랫폼인 '발란 닷컴'을 정식 론칭하며 전세계 151개국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발란 닷컴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로 한 셈이다.
발란 관계자는 "발란 닷컴에서 미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순으로 이용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리콘투와 재무적 관계를 넘어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 명품 사업에 집중해 온 트렌비도 올해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트렌비는 올해 1분기 트렌비 자체 글로벌 플랫폼을 론칭했다. 트렌비는 기존에 영국,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해왔다. 트렌비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판매 확장을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현재 주요 글로벌 사업은 북미 지역이 꼽힌다"고 설명했다.
젠테 역시 글로벌 플랫폼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젠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한 후 글로벌 플랫폼의 비중이 점차 성장하고 있어서 글로벌 플랫폼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자체브랜드(PB) 제품과 라이징 브랜드 발굴, 패션 큐레이션도 지속해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는 상황 다를까
코로나19 당시 명품 플랫폼들은 고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명품 플랫폼들의 실적은 악화했다. 해외여행 등으로 가처분 소득의 사용처가 옮겨진데다 경기 침체로 소비 여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발란과 트렌비의 지난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56%, 54% 감소했다.
새 상품보다 가격이 낮은 중고명품의 경우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루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렌비의 경우 중고 명품사업이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발란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한 고이비토와의 제휴를 통해 중고명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해외 진출 확대가 명품 플랫폼들의 자구책이 될지 아니면 수익성을 악화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하면서 해외 명품 시장의 매출 성장세도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컨설팅사 맥킨지는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로 전세계 명품 시장의 매출 성장세도 함께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해외 진출이 매출 성장에는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세계 명품 시장이 오는 2027년까지 연 1~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4~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명품시장에서 큰 손이었지만 현재는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도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외 일본, 중동, 인도 등에서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명품 시장이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지만, 고가 소비층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며 "특히 중동, 동유럽,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명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지 명품 유통망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온라인 플랫폼들에게는 성장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