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시장이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편성됐던 유통 구조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 브랜드들은 저마다 수익성 개선과 브랜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너도나도
온라인 플랫폼은 그동안 패션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플랫폼은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해 소비자 선택지를 확대하고 브랜드는 대규모 트래픽을 기반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들 업체 모두 '윈윈'하는 구조였다는 의미다. 덕분에 옷과 신발, 가방, 악세서리를 포함한 온라인 패션 시장 거래액은 2021년 26조4851억원에서 지난해 33조4014억원으로 26.1% 증가했다.
그러나 플랫폼 중심 구조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브랜드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과도한 중개 수수료다.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현재 매출의 20~30%를 수수료로 내고 있다. 여기에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소비자 유입을 위해 쿠폰, 대규모 프로모션 등 할인 마케팅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브랜드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건 물론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플랫폼의 '노출 권력'도 문제로 꼽힌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일수록 플랫폼 메인 페이지나 추천 영역에 배치·노출되는 여부가 매출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정책과 알고리즘 등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브랜드 제품력만으로 승부를 보기보다 플랫폼의 큐레이션 로직을 이해해야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패션 기업들이 주목하는 대안이 바로 'D2C(Direct to Consumer)'다. 디지털 커머스 환경에서 자사몰을 통해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이고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어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별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경쟁력 확보
이에 따라 실제로 일부 패션업체들은 자사몰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LF는 최근 자체 온라인몰인 'LF몰'의 단독 상품을 테마별로 큐레이션하는 '레이블 큐레이션'을 통해 콘텐츠 감상과 상품 구매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커머스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최근 론칭한 '헬리녹스 웨어'를 자체 온라인몰 중심으로 전개하며 브랜드 정체성 강화에 나섰다.
한섬은 '더한섬닷컴'을 시작으로 해외패션 전문몰 'H패션', 2030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편집숍 '이큐엘(EQL)' 등 세 개의 전문몰을 운영하고 있다. 각 채널은 독점 브랜드로 운영되는 건 물론 모바일 앱의 고객경험·환경(UX·UI)과 캠페인 전개, 모델 기용 등 타깃 고객을 겨냥한 맞춤형 특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 채널 분화와 고객 맞춤형 운영을 기반으로 지난해 한섬의 온라인 부문 거래액은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는 향후에도 이 같은 D2C 중심으로 구조가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이 단순 브랜드 유통망을 넘어 커뮤니티와 콘텐츠를 구축하는 하나의 '브랜드 하우스'로 재정의되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최근 패션 트렌드의 세분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디깅 소비'가 확산하면서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와 정체성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자체 온라인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성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와이즈가이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D2C 시장 규모는 지난 2024년 449억달러(약 67조4443억원)에서 오는 2032년 1150억달러(약 172조776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12.5%다.
다만 과제도 있다. 자체 온라인몰 전환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래픽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과 물류·배송 인프라 구축, 정보기술(IT) 시스템 고도화 등 초기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배송 속도, 반품·교환 편의성 등 서비스 품질을 플랫폼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시스템이나 가상 피팅 등 기술 도입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중심 쇼핑 경험이 강화되는 흐름"이라며 "과거에는 플랫폼 입점이 브랜드 성장의 필수 조건이었다면 앞으로는 자사몰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