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사업이 13년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 '크러시'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500억원 선까지 뒷걸음질쳤다. 롯데칠성음료는 결국 크러시를 '클라우드' 산하 브랜드로 재편하고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맥주 어렵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맥주 매출은 5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3.8% 감소한 수치다. 맥주 매출이 주류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6%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매출을 별도로 공시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롯데칠성음료 전사 매출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2%까지 축소됐다.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실적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신제품 크러시의 부진이 꼽힌다. 크러시는 롯데칠성음료가 2023년 11월 맥주 사업 재도약을 노리고 출시한 페일 라거 타입의 맥주다. 클라우드와 같은 몰트 100% 맥주를 표방하면서도 청량감과 목넘김을 강조했다. 당시 롯데칠성음료는 인기 걸그룹 에스파 카리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는 나오지는 않았다. 크러시는 당초 유흥 채널 진출을 목표로 개발됐지만 주점과 음식점에 입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흥 채널 입점률은 20% 선에 그쳤다. 국내 맥주 시장은 이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대부분의 점유율을 나눠 가진 상황이다 보니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출시 반년여 만인 2024년 3월 전략을 바꿔 크러시를 가정용 제품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와 크러시의 가정용 시장 합산 점유율을 3%대로 추정한다.
결국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크러시 제품명을 '클라우드 크러시'로 변경하기로 했다. 독립 브랜드였던 크러시를 클라우드 산하로 통합해 제품 체계를 단순화시켜 효율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러시가 출시 2년 6개월 만에 클라우드 하위 브랜드로 격하되는 셈이다.
피츠에 크러시까지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사업이 흔들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 몰트 제조법과 진한 맛을 내세운 클라우드는 출시 직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주로 '소맥'으로 즐기는 국산 맥주와 달리 소주와 섞지 않아도 맥주 자체로 맛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마니아층도 생겼다.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의 성공에 힘입어 2017년 유흥 시장 진출을 목표로 '피츠 수퍼클리어'를 새롭게 내놨다. 클라우드는 가정용, 피츠는 유흥용으로 나눠 시장을 이원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신제품 피츠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면서 오히려 클라우드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2017년 이후 클라우드의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했는데 신제품 피츠마저 유흥 채널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피츠는 출시 5년 만인 2022년 단종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가 2020년 출시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가 일시적으로 반등을 이끌었다. 이 시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며 '홈술' 트렌드가 맞물린 덕분이었다.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매출은 2020년 822억원에서 2022년 1015억원으로 성장세를 탔다.
그러나 2023년 크러시 출시를 앞두고 롯데칠성음료는 또 다시 신제품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크러시를 키우기 위해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를 단종시키는가 하면 클라우드 라이트 등 다른 라인업도 정리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매출은 엔데믹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3년 맥주 매출은 전년보다 17.3% 감소한 839억원에 그쳤다. 2024년 크러시 출시 효과로 전년보다 2.9% 성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해에는 500억원대까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맥주 매출액은 2022년과 비교하면 44% 줄었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장기 전략 없이 신제품 출시와 기존 제품 단종을 반복해왔던 것이 패착이라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속 제품 공백이 발생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시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제품을 계속 바꾸기보다는 하나의 브랜드를 꾸준히 키워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체질 개선으로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맥주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메가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굴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해외에서는 몽골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클라우드와 크러시는 미국, 호주, 유럽, 몽골 등에 수출 중이다. 이 중 가장 큰 수출국이 몽골이다. 현재 크러시는 몽골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약 2000개 점포에서 판매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몽골 맥주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몽골 맥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몽골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글로벌 맥주 수출액도 전년 대비 40%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몽골 내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제품 시음 행사를 늘리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브랜드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며 "몽골 등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 특성에 맞춘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입지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