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 늘 '순환'을 고민한다. 업력이 긴 회사일수록 더 그렇다. 안정적으로 매출과 수익을 가져다 주는 사업을 두고 도전을 선택하기엔 장애물이 많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 트렌드에서 눈을 돌리다가는 한순간에 도태되기 십상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는 임무를 받은 팀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hy의 '글로벌 사업 3팀'이 바로 그런 일을 하는 팀이다. 자체 제조 상품이 대부분인 hy에서 글로벌 3팀은 해외의 아이템을 발굴해 수입하는 임무를 받았다. 최근엔 '홋카이도 치즈케이크 푸딩'을 수입해 완판 행진을 벌였다. hy로서는 모처럼 업계 이슈에 올라탈 수 있었다. hy의 글로벌 사업 3팀을 만나 글로벌 소싱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훗카이도에서 먹던 그 맛
최근 디저트 업계의 트렌드는 '떠먹는 푸딩'이다. 인기 베이커리나 디저트 카페는 물론 유행에 민감한 편의점들도 잇따라 떠먹는 푸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하요저지푸딩' 등 베이커리 왕국 일본의 편의점에서 인기있는 컵 푸딩도 국내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그 중에도 눈에 띄는 제품이 있다. 일본 내에서도 고품질의 우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홋카이도 치즈케이크 푸딩이다. 네 차례 예약 판매에 나섰는데 7만개가 팔리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입증했다. 한 번에 1만~2만개를 내놓지만 완판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단일 채널 판매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hy의 글로벌 사업 3팀은 일찌감치 디저트 카테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수 차례 일본을 방문하며 다양한 제품을 맛봤다. 관건은 시판 중인 제품과 차별화되는 아이템을 찾는 일이었다. 국내에서 막 인기를 끌고 있는 컵 푸딩 제품은 거의 모두가 탱글한 식감을 강조한 커스터드 푸딩(캐러멜 푸딩)이다.
반면 홋카이도 치즈케이크 푸딩은 푸딩 위에 부드러운 수플레 케이크를 얹은 '더블 레이어' 제품이다. 식감도 맛도 다르다. 현지에서는 칠드 치즈 디저트 카테고리에서 리테일 판매 기준 6년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차별화 포인트와 마케팅 포인트를 모두 잡은 셈이다.
이지은 hy 글로벌 사업 3팀장은 "프레시 매니저들과 접촉이 적은 MZ세대를 잡기 위해 트렌디하면서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디저트를 물색하던 중 홋카이도 치즈케이크 푸딩을 발견했다"며 "일본에는 탱글한 식감의 푸딩과 케이크 레이어 푸딩이 모두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당장 열흘 미만인 소비기한이 문제였다. 일본 제품을 들여오는 만큼 방사능 검사 등의 절차가 필수였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급속 냉동 후 수입하는 방식을 찾았다. 국내에선 해동 후 냉장 상태로 판매하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면 냉장 제품과 전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어렵게 들여온 만큼 보람도 컸다. 1차로 10만개 물량을 준비했는데 한 달간 네 차례 예약 판매를 진행하며 7만개가 팔렸다. 3차 때는 30분, 4차 때는 17분 만에 각 1만개 이상의 물량이 완판됐다. 2차 때는 물량을 15만개로 50% 늘린다. 연말까지 100만개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이 팀장은 "최근 컬리와 신세계백화점에서도 판매 문의가 와 일부 물량을 소화했다"면서 "4월엔 초코 푸딩과 아이스 슈 제품을 연달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제품들도 일본에서 인기와 맛을 보장받은 제품들이다. 특히 아이스 슈는 일본 아이스 슈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1위 제품이다.
남들과는 다르게
홋카이도 치즈케이크 푸딩은 hy 글로벌 사업 3팀의 세 번째 성과다. 앞서서는 '와인'과 '오메가3'를 수입했다. 와인과 오메가3라니. 차별화된 제품을 가져오겠다는 말과 배치되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와인도 보통 와인이 아니고 오메가3도 보통 오메가3가 아니다.
이들이 선택한 와인은 조지아산 '텔리아니 밸리'다. 전통 항아리에 포도를 줄기째 으깨 넣고 땅 속에서 발효시키는 '크베브리' 양조법을 이용한 게 특징이다. 크베브리 양조법은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이 팀장은 "지난해 말 우리나라와 조지아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하면서 와인에 붙던 관세가 철폐됐다"며 "조지아 와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메가3는 국내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캡슐형이 아닌 액상형 제품인 노르웨이산 '뭴러스 오메가3'를 들여오고 있다. 대구의 간에서 추출한 오메가3로, 액상형인 만큼 수저로 떠 먹거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유리 글로벌사업 3팀 과장은 "어린이들은 캡슐 정제를 먹기 불편해하는데 액상형 제품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소싱을 결정했다"면서 "hy가 추구하는 '건강한 식품'에 부합하면서도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액상형 오메가3라는 차별점도 갖췄다"고 말했다.
액상형 오메가3와 조지아 와인, 홋카이도 푸딩. 전혀 상관없는 카테고리처럼 보이는 제품들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선택에는 '줏대'가 있었다.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기존 소개된 제품들과 다른 명확한 차별점이 있어야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일단 팔고 보자'가 아닌 '좋은 것을 팔겠다'는 마음이다. hy 글로벌 사업 3팀의 다음 스텝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