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들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자사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규 자사앱을 론칭하고 회원제를 강화하는가 하면 전용상품과 할인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자사앱 마케팅비 증가는 또 다른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멤버십 강화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현재 자사앱으로 포장 주문하는 멤버십 회원에게 10% 할인해주고 있다. 더불어 교촌치킨은 신규 고객, 월 1회 주문, 월 2회 주문 등으로 멤버십 회원을 3단계로 나눠 할인 및 제품 증정 쿠폰, 생일 쿠폰 및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bhc치킨도 지난달 멤버십 기반 신규 앱을 론칭했다. 비회원제였던 자사앱에 회원제를 도입했다. bhc도 교촌과 마찬가지로 최근 3개월간 구매 횟수와 주문금액에 따라 회원 등급을 3개로 나눴다. 등급은 매월 갱신되도록 했다.

bhc는 회원 대상 혜택도 강화했다. 신규회원에겐 3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이벤트 기간에 3000원 할인 쿠폰을 추가 지급하는 식이다. 또 주요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에 주문이 많은 점을 고려해 회원이 사전예약할 수 있는 기능도 마련했다. 여기에 bhc는 다음 달 30일까지 자사앱 가입 회원을 대상으로 신메뉴 이벤트를 열고 떡볶이 6000원 할인 쿠폰도 제공하고 있다.
제너시스BBQ가 운영하는 BBQ치킨은 현재 신메뉴 '땡쇼크' 주문 시 메뉴 1000원 할인 및 '황금알 치즈볼' 증정 이벤트와 매주 금요일 특정 메뉴 4000원 할인 이벤트, 치킨 주문 시 모둠감자튀김이나 랜덤치즈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BBQ앱과 홈페이지에서 2만원 이상 주문 시 황금올리브 치킨 반 마리를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웃풋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촌,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2019년 자사앱을 론칭했다.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등에 대한 가맹점의 부담이 커진데다,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자사앱 키우기에 돌입했다. 할인 마케팅부터 앱 사용감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을 투입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자사앱에 '퀵오더', '교환권 사용 편의성 개선', '가맹점 전용 어드민 서비스' 등을 추가해 리뉴얼했다. BBQ는 2022년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 및 UI/UX(사용자 환경·경험) 개편했다. 또 지난해 2월엔 치킨을 주문할 수 있는 BBQ앱과 HMR(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쇼핑몰 'BBQ몰'을 하나로 합쳐 통합앱을 마련했다.

자사앱 론칭 초기에는 소비자들의 자사앱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성과가 나타났다. BBQ의 자사앱 회원 수는 2020년 30만명에서 지난해 400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반마리 증정 이벤트가 회원 수 증가에 기여했다. 이벤트를 열었던 지난해 9월 2일~22일 기간 일평균 매출액은 전월 대비 250% 늘었다. 자사앱 신규 가입자 수도 377% 증가했다.
교촌치킨은 자사앱 누적 회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620만명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89만명(16%) 증가한 수치다. 교촌치킨 앱을 통한 주문 비중은 13%가 됐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앱의 주문 편의성 강화와 멤버십 혜택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자사앱을 통한 충성 고객 확보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제를 시작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난 bhc는 내부 목표 회원 수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BBQ 관계자는 "소비자가 BBQ앱을 통해 주문 시 가맹점주들이 배달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자사앱 가입자 및 주문 수 증가를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전개 중"이라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졌다
업계에선 자사앱을 통한 주문은 배달플랫폼 중개 수수료(약 30%)가 없어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사앱만 마냥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수의 가맹점들이 기존의 주요 배달앱에 가입해 있는데다, 아직 자체앱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배달앱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자사앱 강화를 위해 하염없이 쿠폰을 발행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자사앱 할인 이벤트에 대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부담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무조건 자사앱에서 할인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자사앱 강화 마케팅 비용을 이벤트별로 다르게 부담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벤트 비용은 이벤트에 따라 본사가 전액을 부담하거나, 본사와 가맹점이 50%씩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배달앱들에도 변화는 있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들은 지난해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에서 타결한 상생안에 따라 차등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배민은 이달 변경된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내달부터 차등수수료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민이 정액제 수수료인 '울트라콜'을 폐지하기로 한 것과 음식점에 책정된 상하위 기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선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자사앱 강화 역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자사앱에서 할인을 하는 경우 배달앱으로부터 압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은 구독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료 배달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고, 또 자사앱은 소비자에게 할인을 해주는 대신 배달비를 부과하기 때문에 가맹점주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자사앱 이용이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