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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농심의 'RAMYUN' 고집…'케데헌'으로 빛 봤다

  • 2025.09.03(수) 15:19

농심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콜라보
수출 초기부터 'RAMYUN' 표기 고수
'K' 스타일 표기 유지한 게 선택 비결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컵라면을 먹는 장면/사진=IMdB

땡큐 헌트릭스

최근 라면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어디일까요. 두어달 전이었다면 고민없이 삼양식품을 골랐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현재 가장 뜨거운 라면 기업은 바로 농심이죠.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곳입니다.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와 미라, 조이가 공연 직전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 중에 신라면 컵면처럼 보이는 제품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케데헌'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이 컵라면에 대한 관심도 급증, 농심의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농심이 출시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사진제공=농심

농심 역시 이에 발맞춰 넷플릭스와 손잡고 '케데헌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신라면 등 주요 제품에 멤버들을 그려넣은 '케데헌 에디션'을 내놨고요. 영화 속 컵라면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한정판 제품도 내놨습니다.

반응도 즉각적입니다. 농심이 케데헌 콜라보를 발표한 지난달 20일. 농심 주가는 전일 대비 6% 넘게 올랐습니다. 이후로도 상승세가 이어져 지난 2일엔 종가 43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콜라보 발표 직전 대비 18%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농심의 주가가 43만원을 넘은 건 지난해 8월 14일 이후 처음입니다. '헌트릭스'의 파워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신씨 고집

일각에선 농심이 '로또'를 맞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농심이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도, 협찬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한국적인 아이템을 선정하다가 우연찮게 농심의 신라면과 새우깡이 걸려들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영화 속 멤버들은 컵라면을 말할 때 정확한 발음으로 "라면"이라고 말합니다. 서구 매체 속에서 라면이 등장할 때 대부분 일본식 발음인 "라멘"을 쓴다는 점을 생각하면 명확히 의도된 발음이죠. 

이게 농심과 무슨 상관이냐구요. 농심은 국내 라면 제조사 중 유일하게 수출용 이름을 'Ramen'이 아닌 'Ramyun'으로 표기하는 기업입니다. 농심은 신라면을 해외에 처음 수출한 1987년부터 라멘이 아닌 라면 표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오뚜기 진라면 모두 ramen이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농심을 제외하면 팔도의 수출 전용 라면인 '화라면' 정도만 ramyun이라는 표기를 사용 중이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운행했던 신라면 트램. ramyun 표기가 눈에 띈다./사진제공=농심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컵라면엔 신라면을 연상케 하는 '神'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한국 문화를 다루는 방식이나 떡볶이, 순대, 핫도그 등의 발음을 정확하게 한국식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멘'이 아닌 '라면'을 팔고 있는 농심 제품을 선택한 게 우연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ramen 표기를 한 기업들의 경우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설명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라면이 'ramen'으로 오랜 기간 판매돼 해외 소비자들이 라면을 라멘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거죠. 또 불닭볶음면의 경우 ramen 관련 트래픽이 ramyun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ramen' 표기를 사용한 이유입니다.

덤플링 아닌 만두

이렇게 'K 표기법'을 강조해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또 있습니다. 바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입니다. 비비고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미국 내에서 만두를 의미하던 'dumpling'이 아닌 'mandu'라는 이름을 사용해 중국식 만두와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단순히 이름을 바꿔 부른다고 끝은 아니겠죠. 비비고 '만두'는 피가 두꺼운 중국식 '덤플링'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도 한국 만두는 피가 얇고 바삭바삭하다, 속에 채소와 고기가 듬뿍 들어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죠. 이에 힘입어 비비고 만두는 미국 진출 3년 만인 2016년 만두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습니다. 

영국 런던의 한 아시안 마트에서 판매 중인 비비고 제품과 일본 도쿄 체인슈퍼에서 판매 중인 비비고.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식품업계에서는 다른 K푸드들 역시 영어식 이름을 사용할 게 아니라 한국에서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적용하는 습관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간 '코리안 마끼'라고 불리던 김밥을 'gimbab'으로, Spicy Sausage Stew라고 표기하던 부대찌개를 'budaejjigae'라고 쓰자는 식입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지난달 초 떡(Tteok)·파전(Pajeon)·갈비(Galbi)·국수(Guksu)·잡채(Japchae)·밥(Bap)·반찬(Banchan)·냉면(Naengmyeon)·나물(Namul)·찌개(Jjigae) 등 10개 단어를 우리말 명칭을 이용한 영어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이런 단어가 퍼지기 위해서는 우리 K식품기업들이 수출용 제품들에 'K표기'를 더 많이 이용해야 할 겁니다. 당장 오늘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파이를 키우면 내일의 먹거리는 더 많아집니다. 농심의 'ramyun' 뚝심이 '케데헌 콜라보'를 불러왔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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