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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스트코도 인정…농심, '기술력'으로 일본 잡았다

  • 2025.10.28(화) 10:00

1공장보다 2배 빠른 초고속 생산 라인
맛·기술력 앞세워 프리미엄 라면 자리매김
"닛신과 격차 더 벌리고 1위 마루짱 추격"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의 농심 제2공장. / 사진=농심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에 위치한 농심아메리카 제2공장은 입구에서부터 고소한 밀가루와 기름 냄새가 풍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기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죽을 치대는 것도, 면발을 튀기는 것도 모두 기계가 했다. 1분이면 1개 라인당 500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농심아메리카 2공장은 2022년 준공됐다. 농심이 미국 라면 시장 1위에 오르기 위한 전초기지다. 신동원 농심 회장이 이곳 준공식에서"제2공장은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해줄 기반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글로벌 넘버 원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진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공장을 직접 방문해 농심표 K라면의 기술력을 살펴봤다.

완전 자동화로 품질 관리

이날 2공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케이팝데몬헌터스' 협업 신라면 봉지 제품과 코스트코에 납품하는 돈코츠라면, 핫앤스파이시 컵라면(육개장)이 생산되고 있었다. 2공장은 모두 최신식 고속 라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 1공장은 6개 라인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왔다. 반면 2공장은 4개 라인에서 대량 생산을 담당한다. 

전재성 농심아메리카 책임은 "2공장은 보일러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설비를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왔다"며 "2공장은 1공장보다 라인 수가 적지만 생산 속도가 거의 2배 빠르기 때문에 하루 생산량 면에서는 1공장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라면의 핵심인 면은 반죽 과정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사일로에서 보관 중인  밀가루는 자동으로 반죽기로 투입된다. 이 밀가루에 정제수·소금·비타민 등을 섞은 물을 조금씩 혼합한다. 밀가루의 양 등의 모든 데이터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컴퓨터가 직접 판단해 밀가루와 물의 양을 조절한다. 모든 반죽 공정이 자동화 돼있기 때문에 단 1명의 작업자만 반죽실에서 반죽 과정을 지켜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 중인 신라면 블랙.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은 자동으로 성형기로 이동한다. 성형기에서 면대(시트)가 생성되고 이를 여러 차례 밀어 더욱 얇게 만든 후 절단한다. 이 과정에서 면이 꼬불꼬불한 라면 모양을 갖추는 건 마지막 단계의 '속도 마술' 덕분이다. 빠른 속도로 면을 배출하고 이를 느린 속도의 벨트로 받으면 면이 자연스럽게 접히면서 라면 특유의 굴곡진 형태가 만들어진다.

절단된 면을 고온 스팀기에서 익힌 후 기름에 튀기고 저온의 바람으로 식힌다. 기름에 튀기는 과정이 없으면 건면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직원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포장 라인이다. 포장 과정 역시 자동화 되어있지만 불량품 확인 과정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컵라면인 돈코츠라멘의 뚜껑이 제대로 덮이지 않았거나 신라면 봉지 일부에 변색이 있다면 컴퓨터가 이를 자동으로 라인 밖으로 배출했다. 전 책임은 "제품이 워낙 고속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컴퓨터가 자동으로 확인해서 불량을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람이 먼저 육안으로 1차 확인을 하고, 기계가 2차 확인을 하거나 그 반대로 이뤄지는 이중 확인 작업도 거친다.

이곳에서는 연간 10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면은 미국과 멕시코 등 미주 지역 전역으로 이동해 K라면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맛' 고집

농심아메리카의 역사는 1984년 사무소 설립으로 시작됐다. 1994년 법인을 세운 데 이어 2005년 1공장 가동으로 본격적인 현지 생산 체제를 갖췄다. 20년간 미국에서 만든 라면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셈이다. 국내 3대 라면 기업 중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춘 건 현재로서는 농심이 유일하다. 삼양식품은 밀양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고 오뚜기는 현재 미국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농심이 미국에서 직접 라면을 생산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현지 생산은 관세 부담이 없고 물류 시간도 짧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천연 원료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수입 제품의 경우 육류, 유제품 등의 원료를 쓰는 데 제약이 있어 인공 원료를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농심은 이곳에서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이곳의 원료를 사용해 더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 있다.

'신라면 툼바'가 대표적이다. 제임스 박 농심아메리카 영업부문장은 "툼바 미국 제품에는 진짜 우유와 치즈가 많이 들어간다"며 "좋게 말하면 굉장히 리치한 맛이 나고 나쁘게 말하면 좀 느끼할 수도 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사진=농심

물론 더 저렴한 원료를 사용해 원가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지만 농심은 '맛'에 집중했다. 박 부문장은 "음식은 무조건 맛있어야 된다는 것이 농심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철학을 뒷받침하는 건 R&D 투자다. 농심 본사에는 R&D 인력만 150명이 있다. 미국 현지에도 7~8명의 R&D 팀이 상주한다. 미국 현지 R&D 팀은 한국에서 파견된 R&D 매니저와 현지 식품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서 농심의 라면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농심과 달리 '마루짱' '닛신' 일본 기업은 주로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가격 차이는 확연하다. 닛신과 마루짱의 봉지면은 20~30센트, 컵라면은 50센트 선이다. 1달러면 봉지면 4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신라면은 1달러가 넘는다. 일본 제품보다 서너 배 비싼 가격이다.

일본 제품의 가격이 낮은 이유가 바로 원료의 차이에 있다. 마루짱과 닛신은 TBHQ(tert-Butylhydroquinone)라는 합성 항산화제를 쓴다고 한다. TBHQ는 식용유 등의 산패를 막기 위해 식품에 널리 사용되는 합성 첨가물이다. 반면 농심은 항산화제로 천연 토코페롤(비타민E)을 쓴다. 당연히 비용 부담이 크다. 천연 원료는 합성 첨가물보다 훨씬 비싸다. 또 농심은 모든 라면 반죽에 감자 전분을 넣어 쫄깃한 식감을 만든다. 감자 전분 역시 고가여서 원가 부담이 크다.

일본도 제친 기술력

농심의 맛에 대한 고집과 기술력이 일본 기업을 이긴 사례가 있다. 바로 '돈코츠라멘'이다. 돈코츠라멘은 농심이 2019년 코스트코 전용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당시 코스트코가 자사 전용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곳은 일본 라면 회사였다. 전 책임은 "코스트코가 처음에는 일본 회사에 찾아갔는데 제품의 맛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우리에게 의뢰했다"고 말했다. 농심의 기술력과 맛이 일본 기업을 이긴 셈이다. 박 부문장은 "라멘의 쫄깃함을 위해 감자 전분을 많이 사용했다"며 "수십 번 샘플을 만들어 코스트코에 제안하면서 최종적으로 출시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LA의 한 H마트의 라면 매대.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돈코츠 라면은 현재 미국 내 620여 개 코스트코 전 점포에서 독점 판매되고 있다. 코스트코와 함께 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업했기 때문에 현재도 코스트코에만 독점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신라면, 생생우동과 함께 코스트코 전 점포에 깔려 있는 농심의 대표 제품으로 성장했다. 갈릭 오일 등을 첨가한 별도 제품을 개발해 H마트 등에서도 판매 중이다.

농심의 기술력은 언론으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산하 매거진 '와이어커터(Wirecutter)'는 매년 베스트 라면을 선정하는데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이 항상 순위권에 포함된다. 2022년에는 신라면 블랙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농심은 2017년 닛신을 제치고 미국 시장 2위에 올랐다. 이제 농심의 목표는 1위 마루짱 추격이다. 박 부문장은 "2030년까지 마루짱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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