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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학교 앞 문구점…'아트박스'의 생존 비결은

  • 2025.10.28(화) 07:20

10대부터 2030 키덜트의 놀이터로 안착
쇼핑몰·백화점에 올해만 매장 32개 출점
업계 불황 속 나홀로 성장…'K굿즈 쇼핑몰'

그래픽=비즈워치

K문구점의 변천사

20여 년 전, 학생들에게 학교 앞 문구점은 '참새가 방앗간에 들르듯' 매일 찾는 공간이었다. 준비물을 사는 곳을 넘어, 예쁘고 독특한 문구류와 소품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 학교 앞을 지키던 문구점들은 자취를 감췄다. 기업형 문구 브랜드와 다이소, 대형 할인점이 저가 문구류를 공급하면서 동네 문구점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서울시내 한 아트박스 매장/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그 사이 기업형 문구점은 단순한 필기구 판매점을 넘어 인형, 미용용품, 선물용 소품을 함께 파는 '팬시점'으로 진화했다. 1984년 디자인 리테일 그룹 '아트박스'가 문을 열며 국내 디자인 문구의 시작을 알렸고, 1990년대에는 교보문고의 문구·음반 브랜드 '핫트랙스'가, 2000년대 초에는 디자인 쇼핑몰 '텐바이텐'이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아트박스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문구와 필기류를 넘어 인형, 키링, 피규어 등 트렌드를 반영한 굿즈를 앞세워 10대는 물론 20와 30대 키덜트의 취향까지 사로잡았다. 학생들에게는 아지트, 어른들에게는 놀이터,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K굿즈숍'으로 불리는 아트박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문구점에서 취향 편집숍으로

아트박스는 1984년 삼성출판사의 사업부로 출발해 2년 뒤 독립 법인으로 설립됐다. 당시 '국내 디자인 문구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며 문구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단순 기능 중심이던 학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연필, 필통, 노트 등 일상적인 제품을 '갖고 싶은 물건'으로 바꿔놓았다. 이후 상품 구성을 문구류에 한정하지 않고 라이프·뷰티·취미 등 취향 소비를 자극하는 잡화 편집숍으로 확장했다.

아트박스는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접어들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자체 브랜드(PB) 상품 비중이 70% 이상이었으나, 생산과 수출입이 막히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게었다. 이를 계기로 2022년부터 외부 소싱 비중을 확대했고, 이는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됐다.

아트박스 매장 내 설치된 갓챠 기계/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자체 생산 중심 구조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려웠지만, 외부 IP(지식재산권) 상품을 취급하면서 대응 속도가 높아졌다. 키링, 피규어, 스티커 등 Z세대 취향의 귀여운 감성 상품군을 강화했다. 여기에 뷰티 소품과 인테리어, 파티용품까지 더해 10대뿐 아니라 장난감을 좋아하는 20~30대 소비자층까지 흡수했다.

2022년부터는 출점 전략도 바꿨다. 동일 상권에 작은 매장을 여러 개 내는 대신 대형 쇼핑몰에 한 매장을 열어 체험 요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스타필드·롯데몰·엔터식스 등 주요 복합몰 내 매장은 단순 진열형 매장에서 벗어나 '즐기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동전을 넣고 뽑기를 즐길 수 있는 갓챠(뽑기)존, 포토카드 프린팅 키오스크, 간식 코너 등 체험형 콘텐츠를 늘려 방문객 체류 시간을 높였다.

국경 넘은 'K굿즈 쇼핑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트박스의 매출은 2022년 1849억원에서 2023년 2243억원, 2024년 247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8억원에서 271억원, 281억원으로 늘었다. 문구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거둔 이례적인 성장세다. 올해만 26개 매장을 새로 열었고, 연말까지 32개 매장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매장은 200개를 넘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아트박스의 성장 배경에는 상품력, 공간 구성, 브랜드 정체성의 차별화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꼭 들러야 하는 'K굿즈숍'으로 입소문이 났다. 명동·홍대·신촌·코엑스 등 주요 상권에서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또 다른 경쟁력은 글로벌 확장성이다. 아트박스는 현재 캐나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중앙아시아 등 16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K컬처 열풍에 힘입어 한인마트 체인 'H마트'에 대부분 입점해 있다.

아트박스 성수역점/사진=아트박스

아트박스는 외부 IP 소싱과 더불어 자체 캐릭터 IP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신규 캐릭터 '게왹이'는 '지구에 귀화한 외계인 1호'라는 설정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성수역점, 현대백화점 신촌점, 인천 스퀘어원점 등 주요 매장에 '게왹이 테마존'과 포토존을 운영 중이며 관련 굿즈도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트박스 관계자는 "이제는 문구기업으로 한정하기 어렵다"며 "K트렌드가 반영된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K굿즈 쇼핑몰'이자 외국인의 쇼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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