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박삼구 회장은 금호를 되찾을 수 있을까?

  • 2014.11.12(수) 16:56

채권단 손해를 전제로 한 원소유자 복귀 논란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유리한 조건?
재계, 아시아나항공 떼서 팔지 관심

어제(11일)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삼구 회장은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지만, 얼마나 유리한 조건인지는 분명치 않다. 채권단의 계산법도 복잡해 진행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 2조 5000억 vs 3300억, 채권단의 손해

워크아웃은 보통 채권단과 기업 소유주의 손실 분담을 전제로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기업을 살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때다. 채권단은 대출을 출자로 전환하고 기업주는 보통 사재를 털어 책임을 진다. 금호산업도 그렇게 했다. 여느 워크아웃과 다른 점은 기존 소유주인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구조조정과 회생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에서 채권단이 원금을 회복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한 번 망가진 회사가 4~5년 만에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진 못한다. 워크아웃 졸업은 채권단의 지원 없이 스스로 살아갈 정도가 됐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래서 워크아웃을 종결하면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채권단이 손실을 다 만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상당금액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금호산업도 마찬가지다.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규로 채권단이 지원한 8700억 원은 지난해 11월 모두 상환했다. 지급보증 형태의 자금은 아직 남아 있다. 문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다. 기업 회생을 위해 기존 대출을 자본금으로 바꿔 금융비용을 줄이고 재무제표상 적자를 메워 기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규모가 2조 5000억 원이다. 채권단의 입장에선 2조 5000억 원의 원금과 대출이자를 포기했다. 출자로 전환한 57.5%의 지분을 팔아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현재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은 시가로 대략 2700억 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30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예상한다.

아무리 워크아웃 기업에서 채권단이 원금 회복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차이가 너무 큰 상태다. 게다가 이번엔 원소유주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다시 가져갈 수도 있다.

박삼구 회장도 사재를 털고 많은 노력을 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아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금액은 2200억 원이다. 같이 엮여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사는 데도 1130억 원을 썼다. 박 회장이 사재를 털었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금액은 모두 3330억 원 정도다.


박삼구 회장 측이 시가의 두 배가 넘는 5000억 원에 채권단 지분 전체를 산다고 해도 2조 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박삼구 회장이 다시 경영권을 찾는데 채권단이 2조 원을 대준 꼴이다.

◇ 57.5%를 다 살 필요도 없는 박삼구 회장

이것으로 끝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박삼구 회장은 57.5%의 채권단 지분 전체가 필요하지 않다. 상장회사들의 지분구조를 볼 때 30% 정도의 지분이면 기업을 지배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박 회장과 아들 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이미 10.4%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선 20% 정도만 있어도 일단 경영권을 회복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채권단으로선 회수 금액이 더 적어질 수 있다.

물론 이 상황은 앞으로 변수가 많아 쉽게 예측하긴 어렵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대한 실사를 전제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한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아무리 우선매수청구권이 있어도 경쟁자보다 나쁜 조건에 박 회장에게 지분을 넘길 순 없다.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이 가격에 대한 우선권은 아니다.

최대한 원금을 회수해야 할 입장인 채권단은 가능한 경쟁을 이끌어내 가격을 끌어올려야 좋다. 이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은 그저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


◇ 아시아나항공을 떼 팔 수는 있을까?

채권단의 입장만 생각하면 원금회수에 유리하다면 아시아나항공을 떼 팔 수도 있다. 금호산업이 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30.1%다. 갈등을 빚고 있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12.61%를 들고 있다. 산업은행도 6.25%를 갖고 있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주식만 넘겨받아도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

재계에선 그나마 금호산업에 주목하는 기업들의 관심은 아시아나항공이라고 본다. 항공산업 전망이 불투명하긴 하지만, 국적기 면허산업인 항공회사를 살 기회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합쳐 파는 것과 떼서 파는 것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 경쟁 구도에 따라 변수가 많다.

박삼구 회장 측은 당연히 떼서 파는 것을 반길 리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그룹을 되찾는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도권은 분명히 채권단에 있다. 우선매수협상권과는 무관하다.


◇ 87개 채권단, 워크아웃 ‘2년 연장’의 속뜻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대한 워크아웃 연장 기간을 2년으로 했다. 내년 1월까지 실사한 후 매각공고, 내년 상반기안에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면서도 워크아웃 종료 시점은 꽤 멀리 잡았다. 매각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까진 성공(90% 찬성)했으나, 가능한 최대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실제 매각협상 과정은 험난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채권단의 숫자가 무려 87곳이나 된다. 워크아웃 진행과 종료는 비교적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의견을 모두 조율해 최대 공약수를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은행들로만 구성된 채권단도 아니다. 재무적 투자자들도 상당히 많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매각이 성사돼 지분을 처분하면 사실상 엑시트(EXIT)다. 손실 확정이다. 투자자들을 설득할 명분도 있어야 한다.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게 유일한 답이지만,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조율에 실패할 수도 있다. 매각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