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하나은행장에 김병호 부행장이 선임되면서 하나-외환은행 통합은행장 선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계획대로 4월 통합은행 출범이 이뤄졌다면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통합은행장 선임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터. 하지만 최근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따라 통합은행 출범이 늦춰지고,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던 하나은행에 정식으로 행장이 선임됐다. 통합은행장 선임은 외견상으론 경쟁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김한조 행장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 부닥쳤다.
◇ 하나은행장에 김병호 행장 직무대행
하나금융은 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이하 임추위), 하나은행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을 신임 하나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임추위는 최종 면접 대상자 3명 가운데 자진해 사퇴한 함영주 부행장(충청영업그룹 담당)을 뺀 김병호 직무대행, 황종섭 부행장(영남영업그룹 담당) 등 2명을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하고 김 직무대행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김 신임 행장은 지주와 은행에서 전략과 재무, 기업영업부문 등을 두루 역임했다. 임추위는 김 행장을 국내영업과 글로벌부문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춘 적임자로 평가했다. 아울러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인 글로벌 분야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동시에 원활한 은행 통합,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정태 회장의 하나은행장 시절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그룹 지배구조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하나금융은 평했다.
김 행장은 명지고, 서울대 영문과, 미국 U.C.버클리(MBA)를 졸업하고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뉴욕지점장,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은행 경영관리그룹·기업영업그룹·마케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 김한조 외환은행장(좌)과 신임 김병호 하나은행장(우). |
◇ 통합은행장은 경쟁구도‥복잡한 셈법 남았다
김병호 하나은행장의 등장으로 통합 행장은 김한조-김병호 경쟁구도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넓게는 하나은행장 3인 후보에 속했던 함영주 충청사업본부 부행장이나 황종섭 영남사업본부 부행장 등도 후보군에 들어간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애초 김한조 행장을 통합은행장으로 앉힐 생각이었다. 정서적으로 외환은행 직원을 달래는 등 PMI(인수 후 통합)를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금융당국의 합병 예비인가가 나오면 통합은행장도 함께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향후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합의문'의 효력을 인정한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하나금융은 오는 6월 30일까지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김한조 행장은 사실상 하나-외환은행 통합이라는 '미션'을 갖고 외환은행장에 선임됐다. 김한조 행장에 대한 김 회장의 신뢰는 떨어졌고, 통합은행장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이우공 지주 부사장 등 통합을 담당했던 임원 3명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은행을 떠났다. 김한조 행장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 이후 김한조 행장에 대한 회장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앞으로 통합 추진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반면 김병호 행장은 힘을 받는 분위기다. 직무대행을 무난히 수행했고 그동안의 업무 경력에 비춰봐도 통합은행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다만 1961년 생(만 54세)이어서 애초 하나금융 내부에선 '차차기'로 점쳐왔던 점을 생각하면 다소 이른 시기에 행장에 오르게 됐다.
물론 김종열 전 행장(만53세)이나 김승유 전 행장(만 54세)도 비슷한 시기에 행장을 맡았지만, 통합은행장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은행은 국내 최대은행 반열에 오르고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다소 연령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변수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