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하나·외환 통합은행명에 외환은행 명칭을 반영키로 한 '깜짝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이를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으로 인정하느냐 여부에 따라 최종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하나금융은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처분 이의신청 2차 심리를 통해 앞서 외환은행 노동조합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시했던 수정 합의서 내용을 공개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수정 합의서에는 통합은행명에 '외환'이나 'KEB'를 포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고용안정과 인사상 불이익 금지, 근로조건 유지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 가처분 이의신청 2차 심리…'대화 진정성' 쟁점
앞서 법원은 외환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하나금융이 진행해오던 통합절차를 6월 말까지 중지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하나금융이 이의신청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1차 심리에서 일단 노사의 대화를 주문했다. 양 측의 대화 노력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외환 노조가 하나금융에 2.17 합의서 수정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하나금융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시했다. 양측이 법원이 제안한 대로 대화의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2.17 합의서란 하나금융이 2012년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노조와 맺은 것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법원이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열린 이 날 2차 심리에서도 지난 한 달간 양측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대화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하나금융은 노조가 요구한 2.17 합의서 수정안에 '외환'이라는 명칭을 통합은행명에 포함하는 등의 대화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 측은 하나금융이 '9월 말까지 합병완료'를 제시하는 등 합의서 핵심조항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사측이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설득과 압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 법원, 대화노력 재차 강조…6월 말 이전 최종 결론
법원은 일단 양측에 다음 달 3일까지 쟁점이 되는 사안을 요약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통합절차를 중지하라고 제시한 6월 말 이전에 이번 이의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러면서 재차 대화를 권고했다. 1차 심리에 이어 2차 심리에서도 대화를 강조한 것은, 양측의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 측이 이날 외한은행 명칭을 통합은행명에 반영키로 했다는 '깜짝 카드'들 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 측은 법원이 이 같은 '대화 노력'을 인정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만약 이의신청이 기각되더라도 판결 문구가 바뀌게 되면 향후 통합 협상에서 노조와 대화하는데 훨씬 수월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 노조 측은 "하나 측이 (통합은행에) '외한'을 포함한다고 약속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 측이 통합은행 명칭을 통합추진위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하나금융 조직인 통추위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외환 노조와는 '행명 논의'를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