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에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하나금융내 투뱅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운명을 좌우할 법원의 결정이 이번 주에 나올 예정이다.
하나금융이 제기한 이의신청 결과와 재판부의 판결 문구에 따라 하나금융 노사의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 법원이 명시한 합병절차 중지 기한도 이달 말로 일 주일여 남은 상태다. 재판부의 판결 문구가 6월 말 이후 통합추진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하나 "비관적이지 않다" vs 노조 "뒤집기 쉽지 않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의 합병절차 중지 가처분신청 인용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하나금융은 이에 이의신청을 냈고, 조만간 나올 그 결과가 완전히 비관적이진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최근 경제여건이나 은행업황이 법원의 가처분인용 당시보다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당장 합병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도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노사 간 2.17 합의의 구속력을 부인하려면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하나금융은 최근 국내 경제가 메르스 등의 여파로 급속히 침체하고 있는 점이나 국내외 금융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점 등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러한 국내외 경제상황이 현저한 사정 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경우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대한 무게중심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던 재판부가 똑같은 사안을 두고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사례는 흔치 않다. 게다가 가처분 인용의 유효기간을 일주일 정도 남겨 놓고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재판부로선 더욱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 노조 관계자는 "어차피 유효기간이 이달 말이면 끝나는데 굳이 재판부가 판단을 뒤집으면서까지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재판부 판단 따라 이후 상황도 정리될 듯
재판부가 또 다시 외환 노조의 손을 들어 하나금융의 이의신청을 기각한다면 하나금융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이 경우 가처분인용 유효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 이후에도 큰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환 노조가 또다시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 같은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가처분신청을 내지 않더라도 협상의 주도권을 노조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은행 통합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하나금융의 대화 노력을 인정해 판결 문구를 일부 조정해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통상 이의신청 건의 경우 1차 심문으로 결정이 나지만 이번 건의 경우 두 차례의 심문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으로 꼽힌다. 2차 심문 이후에도 양측의 쟁점 사안을 요약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도 통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은 우호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재판부는 그동안 1, 2차 심문에서 노사대화를 강조했다. 양 측의 대화 노력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이 그동안 2.17 합의문 수정안을 통해 외환은행 행명 사용 등을 제시했던 점 등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재판부가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기존 가처분 인용대로 6월 말까지만 유효하다고 판단해주면 하나금융으로선 향후 통합 논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차피 가처분 인용에서 명시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6월 말 이후의 상황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