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반전이다. 지난 2월 법원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양 은행의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4개월만에 또 뒤집혔다. 법원은 하나금융이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기존의 가처분결정을 취소했다.
하나금융은 노사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됐고, 연내 통합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통합의 승인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조기통합은 노사합의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예상치 못한 '반전의 반전'
서울중앙지법원은 26일 하나금융에서 낸 기존의 통합중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외환 노조에서 낸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법원이 기존 가처분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것은 이례적 상황으로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과 부진한 은행 업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5%로 낮아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고, 금융환경의 여러 변화로 국내외 경제상황과 은행산업 전반의 업황이 가처분결정 당시보다 더 악화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나금융에서 제시한 합의안 등에 비춰 합병 과정에서 외환은행 직원의 근무조건, 복리후생 등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당한 배려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 연내 통합 급물살?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하나금융은 중단됐던 통합작업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노사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다. 지난 2월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노조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이번엔 무게중심이 하나금융 측으로 옮겨온 셈이다.
특히 법원이 2.17합의서에 대해 "5년 동안 합병을 위한 논의나 준비 작업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까지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함에 따라, 하나금융은 노사협상과 무관하게 전산 통합 등의 사전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법원 결정 직후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을 제의했다.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다.
하나금융은 내부적으로 연내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라 합병 때 자본금 증가와 근저당권 이전과 관련한 등록 면허세 혜택 축소로 2000억~3000억 원대의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 금융위도 '노사합의' 재차 강조
하나금융은 공식적으로 대화합을 추진하는 등 노사대화를 이어가겠지만 이것이 원활하지 않으면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신청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2월 가처분 결정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봤다. 당시 하나금융은 노사합의 없이 금융위에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노사합의를 강조했던 기존 입장을 바꿔 예비인가 신청서를 받아들였다.
그 사이 금융위의 수장은 임종룡 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임 위원장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외환은행 통합을 묻는 의원의 질의에 "노사 양측간 합의과정을 거쳐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날 법원의 결정이 난 직후 이 같은 입장을 다시한번 공식 확인했다.
다만 현행법상 요건을 갖춰 예비인가 신청을 하는 경우 이를 접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인가절차 진행 과정에서 노사간 합의문제를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노사합의가 승인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