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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CEO 교체 마무리, 올봄 진검승부

  • 2015.03.24(화) 16:24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막차 올라 내달 전투태세
신한·하나·우리·KB도 전열 정비·제각기 무기 장착

"농협중앙회의 유통망이 매우 넓다. 잘 활용하면 농협금융과의 시너지와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각 은행이 작년부터 전열을 정비했기 때문에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지만, 작년에 1위 했던 힘이 (올해에도) 그대로 가고 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올봄 은행권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지난해 KB금융을 시작으로 올해 농협금융지주 회장까지 5대 금융지주 혹은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수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전열정비를 마쳤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막차를 탔지만, 다음 달 취임하자마자 올봄 전투에 나설 태세다.




◇ 김용환 농협금융회장 내정자 "IB 등으로 수익 다변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내정 직후 수익 다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익 다변화와 리스크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초저금리 환경에서 수익 다변화를 위해 중앙회의 좋은 유통망을 활용하면 시너지를 낼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한 NH투자증권이 투자은행(IB)를 잘하고 있어 이런 점을 활용해 수익력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김 내정자는 전임 임종룡 회장(금융위원장)이 증권·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연속 선상에서 검토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인프라에 김 내정자의 수출입은행장 시절의 글로벌, 수출입금융, IB(투자은행) 등의 경험을 적절히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직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감독정책2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치면서 자본시장 부문과 비은행 부문을 두루 거친 것도 강점이다. 최근 금융지주사의 트렌드, 지향점과도 부합해 농협금융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주목된다.

◇ 조용병 신한은행장 글로벌·자산운용으로 승부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을 이끌게 된 조용병 행장은 지난 18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녹록지 않은 경쟁환경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조 행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순간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은행들이 전열 정비 후 올해 리딩뱅크를 노리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흔들림 없는 리딩뱅크 위상을 확고히 하고,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조 행장은 신한은행에서 뉴욕지점장을 역임하고,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BNP파리바자산운용사 사장을 지내는 등 글로벌과 자산운용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역시 저금리·저성장 시대 은행의 수익 다변화와 맞닿아 있다.

그는 "자본시장 경험은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고객에게) 솔루션 제공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은행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리서치 등의 인프라를 확충해 개인자산관리(PWM) 등에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과 자산운용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병호 하나은행장 "고객 기반 강화"

지난달 취임한 김병호 하나은행장을 가리키는 수식어는 유난히 많다. 1961년생의 최연소 은행장, 재무통, 전략통, 국제통 등이다. 수식어답게 전략가로 통하는 김 행장이 취임 후 첫 과제로 꼽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업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고객기반 강화를 주문하면서 "고객 기반이야말로 은행의 지속 가능한 수익창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모두 어려운 경쟁환경에 놓여 있지만, 하나은행은 특히나 지난해 외환은행과의 통합 작업에 집중하면서 임시적인 조직체제로 꾸려져 왔다. 상대적으로 전열정비나 영업력에서 뒤처지기도 했고, 또 고객 기반 강화는 하나은행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잠정 중단되면서 향후 통합은행장은 경쟁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통합은행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올해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오는 27일 하나금융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이 확정된다. 2기 체제에선 외환은행의 수익성 악화 등을 마냥 두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 아이디어로 중무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매년 15조 원 이상의 자산증대와 1조 원 이상의 이익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올 초부터 내부 체질개선을 주문하는 동시에 각종 아이디어로 중무장했다.

우리은행 한 임원은 "취임 이후 '내 몫 완수'와 반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는 '영선반보(領先半步)'라는 구호를 강조하고 있다"며 "항상 긴장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으로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생산성과 다소 느슨한 조직 문화를 다잡기 위한 이 행장의 아이디어이다. 


계좌이동제 도입에 앞서 최근에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내놓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 행장은 그동안 개인고객본부, 카드사업부 등을 맡으며 여러 아이디어 상품을 통해 영업실적을 끌어올린 바 있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고객별로 필요한 금융수요를 늘리면서 외형을 늘리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 직원 사기 높여 영업력 본궤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영업력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1년간 KB 사태와 지배구조 리스크 등으로 영업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한때 명실상부한 리딩금융그룹, 리딩뱅크였지만 신한은행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리딩뱅크 위상 회복'을 취임 일성으로 내놨던 윤 회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역본부를 찾아 직원과 만나고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19일엔 강남 서초 지역본부를 찾았고, 이것이 9번째다. 국민은행에선 매 회차 일화 등이 회자하고 있다.

국민은행 한 임원은 "이번에도 밤 10시까지 토론을 했다고 들었다"며 "체력도 체력이지만 토론 과정에서도 상대방이 속내를 얘기할 수 있도록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영업점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으냐"고 반문해, 최근 영업력이 살아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고객기반이 넓어서 영업력만 받쳐주면 금세 살아날 수 있다"며 "다른 은행도 국민은행의 그런 점에 더욱 긴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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