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지난해 아픔을 떨치고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기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연말 일차적으로 은행 임원과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새해 들어선 계열사 임원 등 후속 인사를 통해 윤 회장의 밑그림과 철학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KB생명에 외부 전문가와 내부 핵심 인력 등을 포진시켜 힘을 실어줬다. 이외에도 그동안 윤 회장이 지주와 은행에서 함께 일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인사들을 비은행 계열사에 내려보낸 점도 눈에 띈다.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임함에 따라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단속과 함께 일사분란한 경영전략 전파와 실행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딩금융그룹 탈환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 리딩뱅크 포석 깔고 은행·지주 협업 강화
우선 KB금융은 명동에 있는 지주 사무실을 오는 15일까지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건물로 이전한다. 윤 회장이 취임 후 강조해왔던 그룹 시너지 극대화와 지주·은행간 업무 효율성 확대의 일환이다.
KB금융은 지난 2008년 9월 지주사 설립 이후 줄곧 국민은행 명동 본점 건물을 사용해왔다.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지주와 은행간 소통·협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KB사태 역시 이러한 점들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보고 있다. 따라서 회장·행장을 겸직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한 건물을 쓰면서 협업을 강화하자는 차원이다.
또한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은행의 영업을 지원하고 조정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생명 등 비은행에 '힘'싣고
윤 회장은 비은행 강화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 자칫 무산될뻔 했던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전력을 다했듯 KB금융그룹의 1위 탈환과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비은행 강화는 필수다. 외부 인력을 쓰는데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윤 회장이지만 KB생명 등 일부 비은행 계열사에 적극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채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조그만 계열사에 불과(?)했던 KB생명에 힘을 실어준 점은 눈에 띈다. 그동안 강조해 온 은퇴 비즈니스에 있어서 생명 계열사는 은행과 함께 시너지의 한 축이다. 교보생명 출신의 신용길 사장을 KB생명보험 CEO로 영입한데 이어 김세민 전 알리안츠생명 부사장을 KB생명 부사장으로 앉혔다. 김 부사장은 푸르덴셜생명, 하나HSBC생명, 알리안츠생명 등에서 일한 영업통이다.
이병용 국민은행 WM사업본부 상무와 이동철 전 KB금융 상무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동철 부사장은 과거 외환은행 인수를 주도하는 등 은행과 지주에서 손꼽히는 전략기획통이다. 이렇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3인의 부사장 체제를 꾸려 KB생명 강화를 꾀했다.
◇ 과거 함께 일했던 전·현직 실력파 기용
윤 회장은 과거 은행과 지주에서 함께 일하며 실력이 검증된 인물들을 전·현직에 관계없이 계열사 임원으로 뽑았다. 빠른 의사결정 및 실행을 위해서도 손발이 잘 맞는 임원들이 계열사에 포진해 있는 게 유리하다. 또 회장과 행장직을 겸임하면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관리·단속의 측면도 있다.
이동철 신임 KB생명 부사장도 어윤대 회장 시절 지주에서 윤 회장과 함께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다. 임영록 전 회장 때 국민은행으로도 복귀하지 못했고, 결국 KB금융 문을 나서야 했지만 이번에 계열사 임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 됐다. 또 최근까지 캐피탈에서 지주사로 파견돼 홍보담당최고책임자(CPRO)를 맡았던 김영윤 전무는 KB캐피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동언 전 국민은행 사회협력본부장도 KB부동산신탁 부사장으로 선임돼 현업에 복귀했다. 허정수 국민은행 재무본부 상무는 지난 연말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했지만 곧 자회사로 편입될 LIG손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상무는 지주 부사장으로 파격 발탁돼 그룹의 전략을 총괄하게 됐다. 양 부사장은 고 김정태 행장 시절부터 윤회장과 함게 일했던 전략·재무통이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CEO의 경영철학과 방침을 각 계열사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추진하기 위해선 CEO와 손발이 잘 맞는 인물들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예전에 함께 일하면서 검증된 사람들을 각 계열사 임원으로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