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이 NH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 낙점받았다.
NH농협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3일 2차 회추위를 열고, 김 전 행장을 NH농협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당장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 임종룡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NH농협금융이 명실상부한 4대 금융그룹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층층시하 지배구조 아래서 정무 감각과 관리 능력 또한 중요한 자질로 꼽힌다.
김 후보자가 NH농협금융 회장직에 오르면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이어 성균관대 출신이 3대 금융그룹의 수장 자리를 꿰차게 된다.
◇ 김용환, 농협금융 차기 회장 낙점
농협금융 회추위는 김 후보자의 다양한 금융분야 경험과 합리적인 리더십, 강한 추진력, 탁월한 소통 능력 등을 주요한 추천 사유로 꼽았다.
김 후보자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2국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금융정책과 감독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특히 증선위 상임위원 시절에 최대 난제로 꼽히던 생명보험사 상장 논란을 무난하게 해결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시설엔 기업재무개선지원단을 이끌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엔 3년간 수출입은행장을 맡아 은행 실무도 경험했다.
김 후보자는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다만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 중이어서 다음 달 24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정식으로 취임할 수 있다.
◇ 성대 라인, 주요 금융그룹 평정
이번 농협금융 회장 선임은 혼선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룡 전 회장이 급작스레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하면서 준비작업이 부족했던 탓이다.
초반엔 NH농협금융에 몸담은 적이 있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후보로 떠올랐다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조 전 수석이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다시 후보군 물색에 나섰고, 결국 김 전 행장이 최종적으로 낙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가 NH농협금융 회장에 오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성균관대 출신이 주요 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휩쓸게 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같은 대학 출신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경제금융정책 라인은 연세대 출신이, 민간 금융그룹은 성대 출신이 수장을 나눠 갖는 구도다.
◇ 농협금융 개혁이 최대 미션
농협금융 회장으로서 김 후보자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농협중앙회와 분리 후 여전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농협금융의 개혁과 혁신을 마무리해야 한다.
농협금융은 덩치론 이미 3대 금융그룹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익성이나 내부통제 측면에선 아직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전 회장이 취임한 후 개혁을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여전히 미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인수 효과 극대화가 최우선 임무다. 임 전 회장이 내건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금융 관료 시절 상대적으로 증권파트 경력이 많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층층시하 지배구조도 변수
층층시하 지배구조로 되어 있는 농협금융 조직에 어떻게 잘 동화되느냐도 변수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데다, 조합이라는 특수한 여건 탓에 복잡한 역학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 탓에 전통 금융관료 출신인 신동규 초대 회장조차 스스로 손을 들고 말았다. 신 전 회장은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한 바 있어 김 후보자와 이력도 비슷하다.
금융권에선 일단 김 후보자가 금융정책과 감독은 물론 은행 실적을 두루 경험한 데다, 온화한 성품과 함께 정무적인 감각도 뛰어나 농협금융 조직에도 무난히 녹아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여러모로 농협금융 회장 적임자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특수한 농협금융 조직에 어떻게 녹아들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