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차기 회장 후보에서 돌연 사퇴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사진)이 "CEO 임기를 다른 금융지주 수준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다.
CEO가 퇴임 직전 사퇴의 변(辯)을 통해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흔치않다.
김 회장은 지난 19일 차기 회장 후보를 뽑기위한 면접을 몇시간 앞두고 갑자기 후보에서 사퇴했다. 2015년 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된 그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이끌며 3연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막판에 뜻을 접었다.
김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의 변을 남겼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부임해 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떠나 홀가분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CEO가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타 금융지주 수준으로 임기를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공식적으로 CEO 임기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은 평소에도 1년씩 연임해서는 중장기적 전략을 펼칠 수 없다는 지론을 펼쳤다"며 "특히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글로벌사업을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동안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단명했다. 초대 회장이었던 신충식 전 회장은 2012년 취임 3개월만에 돌연 사퇴했다. 그 뒤를 이어받은 신동규 전 회장도 취임 1년 만에 물러났다. 임종룡 전 회장은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내부규범을 보면 최고경영자 임기는 최초 선임하는 경우 2년 이내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의 책임경영을 위해 상당기간으로 임기를 정한다는 단서도 붙었지만 '상당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김용환 회장은 2015년 회장에 선임된 뒤 임기 2년을 채우고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기간은 1년이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연임 횟수는 제한이 없고 연임했을 경우 임기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전했다. 사외이사 3명과 이사 2명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최고경영자 최초 임기는 3년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보면 회장의 임기는 3년 이내의 범위로 한다. 우리은행장 임기도 3년이다.
여기에 다른 금융지주는 연임기간도 최초 임기와 같이 3년으로 하고 있다. 지배구조내부규범에 회장의 연임 기간을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3년을 연장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총 6년의 임기를 보장받았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3연임을 통해 9년간 회장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회장이 4년마다 단위 조합장 투표를 통해 바뀌기 때문에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오래 보장받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은 임기를 1년씩 연장해 11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며 "CEO의 성과만 있다면 연임 기간 1년으로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