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용환 농혐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차기 회장 후보 면접을 몇시간 남겨두고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3명의 후보중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이 면접을 고사한데 이어 갑작스러운 김 회장의 사퇴로 농협금융 회장 후보군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홀로 남아 면접을 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김용환 회장의 사퇴의 변(辯)이 묘한 여운을 줘 주목받았다.
이날 오후 1시37분 농협금융은 "회장 최종후보자 선정 보도자료를 오는 20일 오전에 배포할 예정이었으나 오늘(19일) 저녁 무렵 배포 예정으로 변경됐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오후 계획된 회장 면접을 몇시간 남겨두고 일정을 갑자기 변경된 것이다.
일정 변경 보도자료 1시간 뒤 농협금융은 김용환 회장이 후보에서 사퇴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 회장은 2015년 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된 뒤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며 3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업계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김 회장의 자진 사퇴를 의외의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이날 농협금융이 낸 보도자료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용퇴'라고 표현할 정도다.
김용환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부임해 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떠나게 돼 홀가분하다"면서도 "농협금융이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CEO가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타 금융지주 수준으로 임기를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묘한' 말을 남겼다.
김 회장은 이번에 3연임에 도전했지만 농협금융 회장 임기는 최초 2년에 1년씩 연장되는 구조로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짧은 편이다. 일례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이번에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총 9년간 회장직을 맡게 됐다. "소신을 가질수 있도록 타 금융지주 수준으로 임기를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김 회장의 퇴임사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나 '그 어딘가'를 향한 '일침'으로 해석될수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단독 후보가 된 김광수 전 원장은 이번 정권 초기부터 금융권 수장으로 이름이 거론된 인사다. 그는 2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지낸 관료다.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됐고 최근 공석이 된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두명의 면접 불참과 사퇴로 김 전 원장이 농협금융 회장 단독 후보에 오르면서 벌써부터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는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곳으로 분류된다. 최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 2년을 남겨두고 갑자기 사임하는 시기와도 겹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