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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농협 신임회장, 가볍지 않은 첫걸음

  • 2015.04.29(수) 09:30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9일 은행지주회사 자산규모 2위의 금융사 수장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농협금융의 덩치를 키운 전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남겨놓은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데다가 현재진행형인 '경남기업 리스크'를 완전히 떨치지 못해 첫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 수익성 개선 과제에 '플러스알파'까지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충정로 농협금융 본사에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먼저 전임 회장이 이뤄놓은 성과를 언급했다. 그는 "전임 임종룡 회장께서는 농협금융을 놀라울 정도로 변모시켜 놓았다"며 "농협금융을 4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 놓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실제 1년 반이라는 길지 않은 재임 동안 농협금융에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갈공명이 와도 안 바뀐다'던 폐쇄적인 조직에 외부 인사들을 배치해 분위기를 쇄신한 점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해 은행지주 자산규모 5위에서 2위로 올라서는 성과도 이뤄냈다.

다만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농협금융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7685억 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임 위원장이 퇴임 전 올해 중점을 둘 경영목표로 수익성 개선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됨에 따라 김 회장은 농협금융의 수익성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로 떠안게 됐다. 임 위원장이 조직을 개혁하는 동시에 규모까지 늘려놨는데, 수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전임 회장님의 뒤를 이어 농협금융을 더욱 발전시키고, 현안도 해결해 달라는 안팎의 열망과 기대를 잘 알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약속을 하기보다는 전임 회장이 구상한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현 하고 매듭짓는 데 우선 주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새 수장으로서 전임 회장이 이뤄낸 성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도 보여야 한다. 김 회장이 수출입은행장 경험을 살려 '해외진출'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했던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저의 경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의 디딤돌을 놓는 심정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 공직자윤리委 통과했지만…성완종 리스크 여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성완종 파문'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는 점은 김 회장에게 당분간 짐이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이 우려의 시선 속에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했지만, 경남기업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4일 내린 판단의 근거는 '농협금융과 김 회장이 수장으로 있었던 수출입은행 사이에 전관예우 문제를 일으킬 직무 연관성이 없다'였다. 결국, 추후 검찰이 김 회장과 경남기업 비리의 연관성을 찾아낸다면 회장직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같은 충청권 인사인 데다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다만 김 내정자와 경남기업 비리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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