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성 개선 과제에 '플러스알파'까지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충정로 농협금융 본사에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먼저 전임 회장이 이뤄놓은 성과를 언급했다. 그는 "전임 임종룡 회장께서는 농협금융을 놀라울 정도로 변모시켜 놓았다"며 "농협금융을 4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 놓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실제 1년 반이라는 길지 않은 재임 동안 농협금융에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갈공명이 와도 안 바뀐다'던 폐쇄적인 조직에 외부 인사들을 배치해 분위기를 쇄신한 점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해 은행지주 자산규모 5위에서 2위로 올라서는 성과도 이뤄냈다.
다만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농협금융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7685억 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임 위원장이 퇴임 전 올해 중점을 둘 경영목표로 수익성 개선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됨에 따라 김 회장은 농협금융의 수익성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로 떠안게 됐다. 임 위원장이 조직을 개혁하는 동시에 규모까지 늘려놨는데, 수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전임 회장님의 뒤를 이어 농협금융을 더욱 발전시키고, 현안도 해결해 달라는 안팎의 열망과 기대를 잘 알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약속을 하기보다는 전임 회장이 구상한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현 하고 매듭짓는 데 우선 주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새 수장으로서 전임 회장이 이뤄낸 성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도 보여야 한다. 김 회장이 수출입은행장 경험을 살려 '해외진출'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했던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저의 경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의 디딤돌을 놓는 심정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 공직자윤리委 통과했지만…성완종 리스크 여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성완종 파문'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는 점은 김 회장에게 당분간 짐이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이 우려의 시선 속에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했지만, 경남기업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4일 내린 판단의 근거는 '농협금융과 김 회장이 수장으로 있었던 수출입은행 사이에 전관예우 문제를 일으킬 직무 연관성이 없다'였다. 결국, 추후 검찰이 김 회장과 경남기업 비리의 연관성을 찾아낸다면 회장직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같은 충청권 인사인 데다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다만 김 내정자와 경남기업 비리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