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금융 역사상 유례없는 연임에 도전장을 내민다. 김용환 회장의 임기가 내달 24일 끝남에 따라 농협금융은 오는 15일 첫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에 나선다.
농협금융 안팎에선 연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이지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그동안의 행보에 비춰볼 때 적극적으로 인사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 연임이냐
김용환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감수하고 농협은행의 조선·해운 부실을 일시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덕분에 지난해 3분기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으로 빠르게 경영실적을 회복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내실경영을 강조하고 리스크관리, 여신심사 등을 강화하는데 힘썼다.
그동안의 성과에 비춰볼 때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정국에 돌입하면서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를 하기 어려워진 상황도 연임에 힘을 보태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고 불확실성까지 확대되고 있는 점 역시 경영연속성을 잇는 쪽으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추위원들의 면면을 봐도 김용환 회장에게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임추위는 민상기 서울대 명예교수, 전홍렬 전 금감원 부원장, 정병욱 변호사 등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인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 중앙회 몫으로 비상임이사인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관료 출신인 김용환 회장과는 직간접으로 함께 일했던 경험을 갖고 있고 오병관 부사장은 김 회장과는 충청 동향 출신으로 농협 내부에서 신임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 새 회장이냐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회장 임기를 다 채운 사례가 없다. 신충식 초대 회장부터, 옛 재무부 출신인 신동규 전 회장, 그리고 임종룡 전 회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등으로 하나같이 중도에 퇴임했다. 김용환 회장은 임기를 다 채운 회장이자 처음으로 연임에 도전하는 회장이 되는 셈이다.
연임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1인 주주이고, 김병원 중앙회장이 최근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 김병원 회장은 취임 초부터 '농심(農心)'을 강조해왔고, 이를 위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실제 김병원 회장은 NH투자증권 이사회에 비상임이사로 조합장 출신을 선임하려다 노조에 가로막혀 무산되기도 했다. 농협 한 관계자는 "증권의 경우 금융지주 지분이 50%도 채 되지 않고, 금융투자의 특성을 고려해 지주나 은행 등 다른 계열사와 달리 중앙회 몫의 비상임이사(조합장 출신)를 두지 않았다"며 "농심을 강조하는 김병원 중앙회장이 신용(금융)사업의 독립성을 강조해 온 전임 중앙회장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인사권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어서 향후 임추위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임추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은 김병원 회장의 선거를 여러차례 도왔던 최측근이기도 하다. 중앙회장의 의지에 따라 '의사'를 반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