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분주하다. 뜻하지 않게 CEO급의 빈자리가 생기면서 후임 CEO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내일(24일) 오후 열리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에서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후임을 결정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서 행장의 임기가 오는 3월 돌아오지만 연임이 유력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서 행장이 올 초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고, 지난 1월 중순 행장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에도 서 행장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당장 병세가 호전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차기 행장 선임은 불가피해졌다. 현재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그리고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 등 4명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한 회장도 이들 4명의 후보를 염두에 두고 여러 경로를 통해 평가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4명의 후보 모두 능력 면에선 무난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다만 신한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위성호 사장과 이성락 사장은 각각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측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행장 선출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형진 부사장은 한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지만 영업경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언론노출이 적고 조명을 받지 못했던 조용병 사장은 한 회장의 최근 키워드와 일치하는 점 등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아울러 4명의 후보군엔 들지 않지만 임영진 행장 직무대행 역시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을 얻고 있어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의 인사는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 한동우 회장과 서진원 행장의 선임 때에도 그랬다. 단일주주로는 최대인 17%의 지분을 가진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중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한 회장은 지난 설 연휴 이신기 부사장과 함께 일본에 다녀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장의 마음속에 사실상 염두에 두고 있는 행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를 최종적으로 재일교포 주주들과 조율하기 위한 방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농협금융지주도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임종룡 회장이 설 연휴 직전 새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갑작스레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농협금융 역시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회장 임기가 4개월 정도 남아 있었지만 농협금융의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로 연임 가능성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당장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회추위는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1명, 사외이사 2명, 이사회 추천 외부 전문가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아직은 회추위 구성에 앞서 열리는 이사회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는 내·외부 인물들이 모두 거론된다. 내부에서는 김주하 농협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동시에 중량감 있는 외부 인물들도 언급되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의 특성상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 일각에선 내부출신보다는 외부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농협금융은 출범 이후 줄곧 외부 인사를 선호해왔다. 출범 초기 3개월 정도 신충식 농협은행장이 조직안정을 위해 회장을 겸임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계속 외부 인사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임시로 내부출신의 행장이 겸임을 했었다. 이후 곧바로 신동규 회장을 선임했고, 임종룡 회장까지 이어졌다.
임 회장의 후임에도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전 금감위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를 맡았다. 당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농협경제연구소를 만들어 김 전 위원장을 모셔올 정도로 애정(?)이 각별했다. 농협금융 내부에선 일단 회추위만 구성되면 회장 선임 절차는 2~3주 이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