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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김정태 회장, 라응찬·김승유 때문에? vs 내탓?

  • 2015.02.06(금) 09:39

라응찬 돌출행동, 김승유 2.17 합의문에 곤욕
전임 회장 탓만은 아니다‥한동우·김정태 리더십 주목

그나마 안정적인 지배구조라고 인정받아온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이 두 은행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성장배경은 비슷하다. 한 때 '조상제한서'만 은행으로 쳐줬던 세월을 버텨왔고 이제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지주사로 우뚝 일어선 점 등에서 그렇다.

라응찬, 김승유라는 걸출한 금융 CEO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들이 있었기에 외부 입김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각각 지난 2011년과 2012년 비슷한 시기에 일선에서 물러나 한동우, 김정태 회장으로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라 전 회장과 김 전 회장 모두 각 금융사 내부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랬던 만큼 바통을 이어받은 한 회장과 김 회장은 전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또한 절대적인 과제이기도 했다.

이 숙제를 어느 정도 해냈나 싶었는데,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서론이 길었다. 한동우 회장과 김정태 회장은 전임 회장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 골머리 아픈 수준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았다.

한동우 회장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라 전 회장이 농심 사외이사 후보로 오르면서 괜한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간단치 않은 문제다. 가뜩이나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후계구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지난 2010년의 신한 사태가 그룹 안팎에서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김정태 회장은 김승유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에 사인해 준 '2.17 합의서'에 단단히 발목 잡혔다. 앞으로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합의서이고, 당시 금융위원장인 김석동 위원장이 함께 사인했다.

 



◇ 라응찬·김승유 전 회장 때문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조기통합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처음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노사합의 전에 통합 예비인가신청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해서 곤욕을 치렀다. 새해 들어 신 위원장의 입장이 바뀌어 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했더니, 이번엔 법원이 폭탄을 떨어뜨렸다. 외환은행 합병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이다. 재판부는 2.17 합의문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오는 6월 30일까지 합병을 위한 본인가 신청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도 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신 위원장이 노사합의를 인가신청서 제출의 전제조건으로 했던 점이나 이번 법원 판결 모두 2.17 합의문이 결정적이었다. 현재 하나금융을 이끄는 수장으로선 당시 김승유 회장이 외환 노조에 독립경영을 보장해준 것이 두고두고 뒷덜미를 잡고 있는 셈이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지방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온 직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두 은행의 조기통합까진 다소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직원 메시지를 보냈다.

신한금융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라응찬 리스크'가 떠올랐다. 지난달 29일 농심은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6일 후인 지난 3일 라 전 회장은 농심 사외이사 후보직을 사퇴했다.

참여연대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치매 병력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과 불법 계좌 조회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신한 사태 이후 재판부는 검찰 쪽 증인으로 라 전 회장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의 봐주기 의혹도 일었다.

그런 라 전 회장이 갑자기 농심 사외이사 후보로 등장했고, 라 전 회장을 고발한 참여연대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당시 라 전 회장의 알츠하이머가 거짓이거나, 아니면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 사외이사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회복된 것이라면 검찰의 재조사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 돼 버렸다.

소환이든 재조사이든 신한 사태를 다시금 들춰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신한이라는 조직은 흔들릴 수 있다. 신한은행의 불법계좌조회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와 제재 여부 등도 이르면 다음 달 정도에 나올 수 있다. 신한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이슈들이고, 조직 입장에선 악재다.

현재 후계구도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벌써 행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을 두고 외부에선 라 전 회장 측근과 신상훈 전 사장 측근들 간 편 가르기가 시작됐고, 전·현직 임원들도 분주하다.

◇ 반드시 전임 회장 탓? 김정태 회장 '행장 선임'으로 돌파?

그렇다면 과연 이를 전임 회장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현재 조직을 이끄는 한 회장과 김 회장의 리더십으로 불똥이 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장 김정태 회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은 어려운 금융환경에서 성공적인 조기통합이란 성과로 연임에 힘을 싣고 싶었을 터. 일단 이것이 불발됐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조기통합에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작년 7월 김 회장이 처음으로 조기통합 카드를 꺼낸 이후 지금까지 7개월간 조직은 모든 동력을 조기통합에 쏟아부었다. 하나은행은 작년 11월 이후 김병호 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사도 미뤄놨다. 이 과정에서 유무형의 조직 누수도 컸던 게 사실이다. 당장 김 회장이 하나은행장을 뽑겠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오늘(6일)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행장 선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 주 중에 행장 선임을 끝내겠다고도 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런 일련의 상황을 단순히 외환 노조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애초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면 모를까, 꺼내 든 이상 이에 대한 책임론과 리더십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연임 여부까진 아니라도 적어도 연임을 위한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동우 회장, 과거에 발목…솔로몬의 지혜는?

라 전 회장의 돌출행동(?)을 비롯한 서 행장의 병환과 그에 따른 후계구도, 최근 일련의 이슈들이 터져 나오면서 한 회장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라 전 회장에 대한 신한금융의 관리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이번 농심 사외이사 선임 건은 전혀 몰랐다는 분위기다. 만약 몰랐다고 해도 선임 공시 이후 자진사퇴까지 6일이 있었다. 주말이 끼어 있었다고 해도 그사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신한금융 한 전직 임원은 "신한이 라 회장을 케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사외이사의 경우 상근임원이 아니어서 안이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직에서 라 전 회장을 관리하지 않는다"며 "이번 건도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어찌 됐든 이번 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신한이라는 조직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신한 안팎에선 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한 말들이 많다. 갖가지 소문들이 난무하고, 이 과정에서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이름이 여러 이유로 오르내린다. 이번뿐이 아니다. 은행의 불법계좌조회 의혹 등 대부분이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이 얽혀 있는 문제다.

한 회장이 그동안 신한 내부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전직 임원 관련 사안에 분명한 선 긋기를 한 것은 일면 이해된다. 관련해서 대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 운신의 폭이 좁은 것도 맞다. 하지만 이런 무대응이 오히려 두고두고 조직에 부담을 주는 형국이다. 한 회장은 오는 2017년까지 임기다. 70세 나이 제한으로 연임은 힘들다. 그렇다면 남은 임기 중에 신한 사태와 관련한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차기 CEO와 조직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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