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하반기 영업채비에 나섰다.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대신 반기 중간 점검을 통해 제각기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라운드에 오르고 있다.
개인금융에 약한 곳은 개인금융을 강화하고, 영업점 생산성이 떨어지는 곳은 생산성을 높이는 쪽이다. 사건·사고가 많았던 은행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거나 리스크관리를 강화했다.
▲ 왼쪽부터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윤종규 국민은행장. |
◇ 이광구 우리은행장 "자산관리 역량 높여 리테일 강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3일 오후 상반기 원샷인사를 하면서 소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이번 조직개편의 초점은 개인고객본부에 맞춰졌다.
개인고객본부 소속 WM사업단에 WM상품부를 새로 만든다. 투자상품 개발 전담조직으로 고객 자산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초저금리 시대 투자상품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커지고 자산관리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우리금융의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 및 자산운용을 매각했다. 자산운용에 있어서 지주 체계의 다른 경쟁은행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된 것들이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개인고객본부 산하에 영업코칭팀도 신설한다. 성과부진 영업점을 대상으로 현장 영업을 진단하고, 코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빈틈 없는 영업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상대적으로 기업·기관영업에 강점을 보였던 우리은행이 최근 계좌이동제 시행 등으로 개인고객 기반 강화 등이 절실해진 영향이다. 하반기엔 이번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과 영업력 확대로 개인고객 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부통제 강화"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올 하반기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최근 내부 기강 해이와 내부통제 소홀에 대한 지적들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최근 지역본부 등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기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조 행장은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 "건전한 윤리의식과 빈틈 없는 내부통제를 통해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리테일 부문에 있는 내부통제팀을 기업 부문에도 신설해 사업그룹 자체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자점 검사 효율성 제고와 전직원 대상 불시 명령 휴가 실시로 일선 현장에서도 효과적으로 내부통제 활동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구조조정·리스크관리 강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이날 자로 이뤄진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여신에 대한 리스크관리와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강화했다. 이 역시 최근의 잇단 대출 사고 및 부실, 기업구조조정 실패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대출사기로 파산한 모뉴엘의 경우 수출입은행이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하고, 1000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까지 해줬다. 경남기업엔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대출이 나갔고,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 행장은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리스크관리단을 본부로 확대개편했다. 본부 내 리스크관리부와 심사평가부를 두고 여신 심사기능과 감리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부실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등 여신건전성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기존 기업구조개선실과 해양기업개선실을 통합한 기업개선단도 신설했다. 사전적 구조조정을 통한 부실 방지, 구조조정 업무 시너지 강화 등을 위해서다.
이 행장은 또 최근 창립 39주년 기념식에서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하기도 했다. 최근 수출입은행 한 부장이 모뉴엘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 윤종규 국민은행장 "영업점 생산성 높이자"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겸 국민은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영업점 체계의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갔다. 창구인력 강화 및 재배치에서부터 워크 다이어트, 상담창구 중심의 창구 레이아웃 개선, 지역별 거점 중심의 영업망 재편성 등을 추진한다.
윤 회장은 이를 통해 국민은행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영업점 생산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 회장은 7월 월례조회에서 "1등 고지 탈환을 위해서는 남들보다 서둘러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지난 10여년간 안주했던 과거의 관행에 과감히 결별을 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KB의 자존심을 자극해온 영업점 생산성 논란에도 머지않아 종지부가 찍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자산관리 강화를 위해 WM지점장도 신설했다. 명동, 여의도, 중계북, 평촌 범계, 신중동 등 5개 지점에 WM지점장을 두고 고객 상담은 물론이고 주변 점포의 상담 관련 지원도 함으로써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한다. 영업점 재편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울러 기존 WM컨설팅부에서 하던 은퇴설계 업무를 새로 만든 KB골든라이프지원부에서 확대 운영한다. 은퇴노후준비 사업에 대한 전략 수립과 브랜드 운영에 대한 전략, 상품 연구 및 개발, 노후설계시스템 개발, 교육 등을 통합 관리함에 따라 은퇴 노후 사업 활성화를 위한 일관된 전략을 짤 수 있게 됐다. 윤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했던 은퇴설계를 보다 구체화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