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운전자한정 특약 가입자도 무보험 대리운전 사고를 당했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리운전 기사 보호 장치도 강화한다. 다만 갑의 위치에 있는 대리운전업체의 횡포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대리운전 이용자는 물론 대리운전 기사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리운전 관련 보험서비스 개선 방안’을 내놨다.
◇ 운전자한정 가입자도 무보험 대리운전 사고 보상

우선 운전자한정 특약 가입자가 무보험 대리운전 사고를 당했을 때 손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린다.
현재 대다수 운전자는 보험료 절약 차원에서 운전자 범위를 본인이나 30세 이상 등으로 제한하는 운전자한정 특약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보험 대리운전 기사에게 대리운전을 맡겼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어 차주가 개인 비용으로 손해를 배상할 수밖에 없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운전자한정 특약 가입자가 무보험 대리운전 중 사고로 배상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경우 보험사가 일단 이 손해를 보상하고, 추후 해당 대리운전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보험사는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접수 기록과 운행기록 등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대리운전을 부를 땐 식당 등에 맡기기보단 차주가 직접 전화를 하는 게 좋다. 또 속칭 ‘길빵’으로 불리는 무소속 대리운전 기사의 무보험 사고는 구상권 청구가 어려운 만큼 될 수 있으면 등록 대리운전업체를 이용하는 게 좋다.
이 기준은 대리운전은 물론 자동차정비나 주차장, 세차 등 자동차를 대신 운전하는 다른 업종에도 함께 적용된다.
대리운전 기사의 보험 가입 여부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대리운전업체는 물론 대리운전 기사에게도 보험증권을 발급하도록 하고, 보험증권상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 피보험자’임을 명확히 표기하도록 했다.
◇ 업주 횡포 맞서 대리운전 기사 보호 장치도 강화
대리운전업체의 횡포에 맞서 대리운전 기사 보호도 강화한다. 우선 대리운전 기사가 휴대폰만으로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험계약 사항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휴대폰이나 공인인증서가 없는 경우엔 보험사 콜센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대리운전업체들은 보험계약 내용과 보험료 등을 소속 대리운전 기사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리운전 기사는 자신이 적당한 보험료를 내고 있는지 또 보장 내용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리운전업자보험의 급격한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해 보험료 할증폭도 20%~100%포인트 낮춘다. 대리운전업자보험의 할증률은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50~300%에 달한다. 아울러 할인율은 10%~ 20%포인트 높인다.
대리운전업자보험의 보험료는 소속 대리운전 기사 개인이 아니라 대리운전업체의 전체 손해율을 기준으로 할인과 할증률을 적용한다. 그러다 보니 보험 사고를 많이 낸 대리운전업체에 속한 대리운전 기사는 사고가 전혀 없어도 높은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손해율이 높은 일부 대리운전업체의 경우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폐업 후 새로운 회사를 신설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보험사들이 대리운전업자보험의 비용을 줄여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인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조치만으로 확실한 갑의 위치에 있는 대리운전업체의 횡포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루 평균 대리운전 이용자는 약 47만 명, 대리운전 기사는 8만 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